아무리 생각해도
묘한 마음은 계속 이어진다.
가파른 경사진 산길에
꽃들의 향연은 무엇이며
이젠 고난의 십자가들의 향연은 무엇이며
내 마음의 공포적인 것과
알수 없는 평안은 무엇이며 . . .
아스토르가에서 라바날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30일차
엘 간소 마을 입구
돌담 아래엔
들꽃들이 피어있는
조용한 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세월의 흐름에
저절로 허물어가져 가는 돌담들
허물어가면 허물어가는대로
방치되어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인상적으로 느껴지고 . . .
그 허물어진 담벼락 틈 사이로 보이는
푸른 들판에
녹이 슨 축구대 하나가 보인다.
과거엔
저 들판에서
마을 사람들이 축구를 하였던 것일까?
저 초록의 벌판에서
축구를 한다면
정말 멋지겠는 걸 ~
영화의 한장면이 될것 같은 . . .
그동안 스페인 시골 마을을 통과하면서
그 마을의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도 없고
볼수도 없기에
마을의 벽에 적혀있는 글을 만나게 되면
읽어보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다.
엘간소 마을 을 지나가는데
빨간색으로 적혀있는 글 하나
마을 안에 뮤지엄이 있다는 안내글?
그런데 Meson 은
순례자들에겐 인기있는 레스토랑 체인점인데?
정상적인 뮤지엄이라면
정식적인 표지판에 뮤지엄 안내글이 있겠지만
아마도
개인적으로 적은
식당 광고의 글인 듯?
그 글중에
COWBOY 라는 단어에
씨익 ~
^.^
마을 안으로 들어가며 . . .
어느 집 앞에
꼬막껍질같은 조가비로
화단벽을 장식한 모습에
눈길이 머물며 . . .
꽃 세송이 정성스럽게 심어놓은
집주인의 마음~
역시 빠질 수 없는
초록 문 ~
그동안 수없이 초록색 문을 보고
또 보았지만
그래도 질리지 않고 상큼하게 느껴지는
초록 문
드디어
마을 초입에서 읽었던
COWBOY 카페 앞을 지나며 . . .
들어갈까?
망설이다가
.
.
.
배낭을 내려놓고 쉬다보면
또 시간이 흘러갈까 봐
그대로 길을 걷는다.
마을 중앙에 있는
산티아고 교구 성당
낡고 허름하게 보이지만
중후함이 느껴진다.
성당 입구
그늘진 공간에 세워져 있는 나무 십자가 상
성당에 들어가는 문
무언가 허전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문?
문은 열쇠로 잠겨 있고 . . .
잠겨 있는 성당은 들어가지 못하기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가 보았던
대부분의 시골성당은
왠지 음침하고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오래 머물고 싶지 않게 하는
그런 . . .
오랜 세월동안
햇살을 보지 못한 까닭일까?
성당밖에서 머물다가
다시 길로 나오니
순례자 한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마을 길을 지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 집 담뒤로 보이는
나무 한 그루
저 나무를 보는 순간
답답한 내 마음이
무언가 탁 트이는 것 같은?
마을 중앙길 어느 쯤에 있는
알베르게와 카페
예쁜 돌로 된 카페 안에 들어가서
목도 축이고 쉬어 가라고
마음은 속삭이었지만
나의 발은 저절로
앞을 향해 전진 . . .
다음 마을은
오늘의 목적지인 라바날 마을이기에
그 곳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리라 . . .는
생각으로 가득하였기에
.
.
.
엘 간소 마을을 벗어나니
철십자가가 나오고
그 아래
무지개 그림의 비석이 있고
역시 소원을 비는 돌들이 올려져 있다.
한 마을을 통과하면
길위의 의식을 행하 듯
십자가를 마주하고
.
.
어린시절 스무고개 놀이 하듯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마을을 통과하고 새 길을 만날 때마다
대하는 십자가 상들
순례자 길인
까미노는 참으로 오묘해
정오를 지난 지 한참인
오후 2시의 시골 길
그늘 한점 없는 땡볕으로
빨간 배낭을 맨 순례자 한 사람이
나의 곁을 스쳐간다.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과 100미터 이상 떨어지지 말아야지~
영차
영차
헉
헉
.
.
앞 사람의 보조에 맞추어
열심히 걷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발 뒤에 까지~
앞 사람은
진실로 하나도 해찰하지 않고
그 발걸음 그 속도로
어찌나 빠르게 걷는지???
그러다 . . .
결
.
.
국.
.
.
길위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취해
사방팔방 돌아보는 사이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빨간 배낭의 사나이
.
.
들판사이의 오솔길이 끝나자
큰 도로가 나오고 . . .
거기서부터
큰도로와 함께 오르막 길을 걷기 시작
잠시 후
나의 앞으로
나무 지팡이를 든
또 다른 한 순례자가
지나간다.
이 시간에
이 구간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대부분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저 사람과 멀어지지 말아야지 . . .
그러다
어느 새
저 만큼 멀어져 가고 . . .
그냥 나의 페이스대로
걷는 수 밖에 ~
그동안 잘 걸었는데
뉴스를 들었다고
움츠러 질 필요는 없잖아?
어디 쯤에 소나무 숲이 우거진 길에
한 남자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쉬어가라고?
평상시 같으면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 . .
뭐 그런 인사말 하나정도 할수도 있었는데
이젠 그때와 다른 분위기인지라
나도 모르게 화달짝 놀라
대꾸도 하지 않고 바로 걷는다.
아니 걷는 게 아니라
뛰다시피 발걸음을 아주 빠르게 하고 . . .
어쩌면
저 사람은 순례자를 가장한 나쁜 사람일지도 몰라~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하더니? @.@
@.#$$%$%%#%
저 앞에
조금 전 나의 앞을 스쳐갔던 순례자가 보인다.
어서 저 사람 뒤까지
따라가야지~
그러나
나는 그 사람뒤까지
따라 갈 수가 없었 . . .
내가 빠르게 걸었는데도
그 사람은 더 빨리 걸어갔는지
그 만큼 더 멀어져 버렸으니 . . .
소나무 숲길이 끝나고
라바날 마을 2. 2 킬로 남았다는
안내표지판
나의 발걸음으로 4킬로가 한시간 소요
그럼 30분에서 40분 후 쯤엔
라바날 마을 도착이라는 뜻?
어서 가야지~
라바날 마을 안내 표지판 지나고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자동차길
다른 하나는 산 길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 하는데
순례자는 오른쪽 산길로 가라고?
자갈들이 있고 욽퉁불퉁한 경사진 길
이제 온 몸은 땀에 흠뻑젖고
이미 물병은 거의 고갈되어
마지막 몇방울 남은 상태
조금 전 소나무 길에서 만난
낯선 순례자가 쉬어가라는 말에
너무 놀라서 엄청나게 빨리 걸었더니
다리도 후덜덜 스틱에 의지해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간다.
눈에 띄는 이 아름다운 꽃들이라니?!!!!
싱싱하고 앙징스럽게
예쁜 노랑 야생화들이 지천이잖아?
노랑색 꽃요정들이 끝나자
이젠 하얀색 꽃요정들의 반기듯 한
이 모습들이 어찌 외면하고
그냥 지나갈수 있으리요?!!!
꽃들의 퍼레이드가 끝나자
나무 십자가들이
철조망에 걸려져 있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
어떤 이는
그 낡은 나무가지 십자가에 파란색 실로 덧입어 주어
걸어 두기도 하고 . . .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도 묘한 마음은 계속 이어진다.
가파른 경사진 산길에
꽃들의 향연은 무엇이며
이젠 고난의 십자가들의 향연은 무엇이며
내 마음의 공포적인 것과
알수 없는 평안은 무엇이며
.
.
.
그러나 확실 한 건
난 지금
움직이는 생명체로
낯선 이 곳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
.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
나무로 된 징검다리가 나타났다.
튼튼하지 않는 걸 보아
무슨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듯?
잠시 후
숲길이 끝이나고
길은 자연스럽게 자동차길과 합류하게 되고 . . .
라바날 마을로 가기 위해
두 갈래 길 중에서
난 자동차길로 갈수도 있었다.
순례자는 산길로 가라는 노랑화살표를 무시하면서 . . .
그러나
난 산길을 선택해서 걸었던 것에 대해
잘 선택하였다는 생각이
그 산길을 빠져 나오며 들었다.
자동차 길은 자갈도 없고 평평하였겠지만
산속에만 있는 아름다운 꽃들과 십자가의 퍼레이드를
만날수는 없었을테니 . . .
누군가의 책에서 읽었던
라바날 마을의 수도원 모습
만약 시간적 여유가
마음의 회복을 원한다면 이 수도원에서
2박 3일 체류하며 마음의 수양을 하고 떠나라 했던 . . .
그러나 난 아직 수양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했기에
그 수도원 옆 길을 따라
난 라바날 마을을 향해 경사진 길을
계속 올라간다.
잠시 후
라바날 마을 입구에 도착
그러나 경사진 길을 계속 이어지면서
마을을 향해 걸어가라고 . . .
마을 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오늘 묵을 숙소를 찾기 시작
나의 앞에 걷던
여성 순례자도 숙소를 찾는 듯 하여
어디에 묵을 거냐고 물어보니
자신도 잘 모르겠다며
.
.
조금 더 마을길을 올라가니
수 많은 숙소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라바날 마을은
숙소가 많아
숙소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 . .
그 중의 한 군데
순례 둘째날인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 땅에 처음 들어왔을 때 묵었던
라 포사다 호스텔로 정하고
쥔장이 정해 준 3층의 제일 꼭대기 방에
배낭을 내려 놓았다.
나무로 된 방 열쇠
오늘은 어제에 비해 많이 걸었던 하루
아스토르가를 출발하여
여러 마을들을 지나며
약간은 공포적인 마음으로 걸었던 하루
산속의 마을인 라바날에
무사히 도착하며 . . .
순례길 30일차
5/19/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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