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들이
어떻게 안내를 해 줄까.....고민하다가
자신들이 휴대하고 있는 노트중에서 한 장을 찢어
지도를 그려주며 설명을 해 준다.
여기로 계속 가면
철 십자가는 나오지 않으니
다시 폰세바돈 마을까지 되돌아가면
산티아고 순례자 안내표시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 . .
길을 잃고서
폰세바돈 마을로 되돌아 오며
순례길 31일차
폰세바돈 마을을 떠나
철의 십자가를 향해 출발
철의 십자가 있는 언덕까지 함께 동행하겠다는
한국 청년과 함께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는다.
조금 더 오르니
보라색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풍경이 나타나고 . . .
꽃이름이 무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보라색꽃들은 이미 메세타 평원을 지날 때도
언덕 한켠에 무수하게 피어있었는데
이 곳 폰세바돈 지역에도 무수하게 피어있다니.....?!!!
청년은 . . .
8월에 모든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데
귀국 하기 전에 부모님과 동생을 초청해서
프랑스 여행을 함께 할 거라는 계획을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유럽여행 오신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자동차를 렌트해서
프랑스와 스위스 등.....유럽을 여행할 거라며 . . .
잠시 후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솔향이 맑고 향긋하게 코끝에 스치고 . . .
소나무가 가득한 숲을 바라보며
동양적인 분위기의 산길을 따라
계속 길을 걷는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고
산 아래가 멀리에 보이는
꽃이 있는 산길을 열심히 걷는다.
걷는 중에도
청년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 . .
이번엔
청년이 여자친구 이야기를 한다.
결혼할 여자 친구가 있다며 . . .
여자친구도 부모님이 프랑스를 방문할 무렵쯤에
다녀갈거라며 . . .
쳥년이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때
청년은 표정이 더욱 더 밝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길은 더욱 더 경사가 높아지고 . . .
그런데
왜 이 길에 사람들이 없는거지?
청년도 나하고 같은 생각을 하였다.
왜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안 보이냐고?
@.@
마음 한편에 갑자기
불안한(?) 궁금증이 생긴 와중에도
난 길가의 산꽃들이
너무도 예뻐서
꽃들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 . .
산길따라
계속 피어있는 산꽃들의 향연
왜 이토록 꽃들은 지천으로 화사하게 피어나서
내 마음을 빼앗아 가는건지?
옆에 함께 걷는 청년이 없이
나 혼자였다면
난 아마 꽃들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속으로 더 흡수 되었을지도......?
아름다운 산길이 끝나고
큰 도로가 나타난다.
그러나 시간상으로는
이미 철십자가 가 있는 언덕에 도착되었어야 할 타임인데
철십자가는 도무지 보이지 아니하기도 하려니와
이 길을 지나가는 순례자가 한 사람도 안 보인다는 건지???
청년과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황당함과 난감함이 교차한 심정이 들고 . . .
그러나 청년은 걱정하지 말라며
배낭안에서 나침반을 꺼내어 방향을 탐지 하기 시작하기에
아.....
길을 잃었지만
절망을 안 해도 되겠다는
안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청년은 야영생활을 한달에 몇번씩 하였고
길이 아닌 지역에서도 고된 훈련을 하였다고 했기에
그 청년을 신뢰하는 마음이 저절로.....?
청년은 나침반을 보며
우리가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나침반은 북쪽을 가리킨다며
확실히 길을 잘못 들었다고 . . .
그럼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나 혼자 걸으며 길을 잃었다면.....
난 주저없이 원래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 갔을 것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훈련을 받은 청년장교가 옆에 있기에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걷던 길을 중단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데
마침 차 한대가 지나간다.
마침 청년이 지나가는 차를 세우더니
자신이 가서 알아보겠다며
차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 . .
나도 뒤따라 차 있는 곳까지 가서
철십자가 상이 있는 길을 찾으러 한다고 하니
지나가던 차의 운전자와 옆의 사람이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사진은 그들이 자신의 지도를 보며
이 곳의 위치를 찾아보는 중
자동차안의 사람들 역시
이 곳 동네 사람은 아니고
자동차로 여행하는 스페인 사람들이라고 . . .
자동차로 여행하며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여행가 커플인 듯 . . .?
친절한 사람들이
어떻게 안내를 해 줄까.....고민하다가
자신들이 휴대하고 있는 노트중에서 한 장을 찢어
지도를 그려주며 설명을 해 준다.
여기로 계속 가면
철 십자가는 나오지 않으니
다시 폰세바돈 마을까지 되돌아가면
산티아고 순례자 안내표시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 . .
그들은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잘 찾아가기를 바란다며
다시 떠나고 . . .
보헤미안처럼 여행하는 두 사람이 탄 자동차는 다시 떠나자
청년이 저 멀리 하얀 풍차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산으로 이동하면 서쪽이 되는데
다시 폰세바돈까지 내려가지 말고
산을 횡단해서 가는 건 어떻겠냐고?
그렇게 묻는 청년에게
그럼 철십자가 있는 언덕이 나오냐고 물으니
철십자가 언덕은 안 나고 대신에 다른 마을이 나올거라고?
청년은 단거리...즉 지름길을 이용해서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산티아고 순례자 루트를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산을 넘으면
이미 하루 이틀 정도를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을 하기에
난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 . .
축지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휘리릭~~~
날아가겠는데 . . .
내 개인적으로
철 십자가 를 꼭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청년이 그 특유의 싹싹한 웃음과 함께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서 폰세바돈 마을까지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
.
.
.
폰세바돈 마을에서 5킬로 넘게 걷었던 그 산길을
이제 다시 거꾸로 리턴하여
원점으로 걸어가야 하는 이 허탈함이라니.....?!!!!!
얼마만큼까지 같이 걷던 청년이
나를 보고 이 자리에 가만이 서 있으라고?
자신이 배낭을 폰새바돈 마을 근처 어느 숲길에 숨겨놓고
대신 나의 배낭을 짊어주려 오겠노라고??
그렇게 말하는 청년에게
나는 괜찮으니
청년의 원래의 빠른 걸음으로
폰세바돈 마을까지 먼저 도착하라고 하니
청년이 조금씩 자신의 속도를 내며
앞장 서 걷는다.
청년이 자신의 배낭을 폰세바돈 마을 근처의 숲속에
숨겨놓고
나의 배낭을 들어준다고 다시 온다하며
나보고 길에 그냥 쉬고 있으라 하였지만
그 청년의 고마운 마음만 받기로 하고
나의 페이스대로 길을 걷는다.
사박 사박 걷는데
이미 몸은
땀이 비오듯 얼굴에 떨어지고
옷은 흠뻑 젖는다.
잠시 후
청년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의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청년은
숲속에 자신의 배낭을 안 보이게 숨겨두었다며
나를 데리려 왔다고?
난 나의 배낭에 이미 몸이 익숙해 졌기에
굳이 청년이 대신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기에
극구 사양을 하였지만
청년은 그럴 수 없다며
나의 배낭을 자신이 들고 앞장서서 걷는다.
폰세바돈 마을이 점점 가까워지자
청년이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자신의 배낭을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간 후
잠시 후
배낭을 찾아서 다시 나타나는데
여전히 해맑은 미소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오전에 가벼운 오렌지 쥬스만 먹고 떠났던
폰세바돈 마을로 다시 되돌아오니
이미 점심식사 시간대가 넘어선 시간
청년에게 이왕 여기까지 다시 왔으니
점심을 먹자고 하니
청년도 그러는게 좋을 것 같다며
흔쾌한 마음으로 동의
역시 이 곳 레스토랑에도
순례자 메뉴로 주문을 받는다.
기름이 가득한 스프인데
배가 고프다보니 저절로 먹게 되고 . . .
감자튀김
청년에게
오늘 나하고 함께 동행 하느랴 고생 많았다며
점심식사를 선물로 하겠다고 하니
청년은 기분좋은 모습으로
어제도
오늘도 빵으로만 식사를 해결하였는데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거라며 . . .
자신은 며칠 후에 파리로 돌아게 되니
혹시 프랑스 파리에 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준다.
난 이번 산티아고 순례의 모든 여정을 마치면
프랑스 여행예정이 있다고 하니
그럼 프랑스에 오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요리인
크레페 를 먹어보라고?
식사가 다 끝나 갈 즈음에
청년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 길을 걷게 되었냐고?
어떤 동기나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청년은
영화 "The Way" 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서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 . .
나에게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냐고 되묻기에
제목은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아직 영화로는 못 보았다고 하니
청년은
꼭 보라며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고 . . .
식사를 마친 후
원래대로 철십자가 상까지 같이 가면 좋겠지만
나의 발걸음에 맞추어 걷게 되면
청년의 오늘 일정에 지장이 생기니까
여기까지 함께 동행하는 걸로 하자니
청년이 씨익 웃으며
아무래도 그래야겠다고 . . .
미안하다는 인사와
맛있는 점심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거듭한 후
그 무거운 배낭을 매고 식당문을 먼저 나선다.
나는 조금 더 머물다
천천히 등산화 끈을 묶고
배낭을 매고 폰세바돈을 떠나던 . . .
순례길 31일차
5/20/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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