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속을
걸어오는
넌
꽃사슴. . . ?
.
.
.
라발디에서 아세보 마을까지
순례길 31일차
세계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는
만하린 알베르게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아세보 마을을 향해 올라간다.
오늘 아침 라바날 아침에서 출발할 때는
몰리나세카 라는 산을 넘은 마을로 목적지를 정하였는데
도중에 길을 두번이나 이탈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몰리라세카 마을 앞에 있는 아세보라는 마을까지로 정하였다.
혼자 걷는 여정이라는 게
이럴 때 참으로 좋은 것 같다.
내가 원하는만큼 걷기도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마을도 꼭 그 마을이 아니어도 되고 ~
길은 점점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산길
타박타박
올라가며
.
.
.
조금씩 오르며
내려다보는 풍경들
한국이라면
이런 산 중턱에
식재료인 배추밭이나
무우밭 같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을텐데......?
그러나
이 곳에서는
소들이 평화롭게 쉬고 있거나
걸어다니며
풀을 뜯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벌판 한켠엔
소들이 마실 수 있는 물통이
아주 길게 놓여있고 . . .
참 . 으 . 로 .
평 . 온 . 함 .
그 이상
무엇을 생각하리요~
평화로운 벌판만 바라보다
나의 발 앞에
날카롭게 세워져 있는
가시 철조망이 보인다.
아.....
자유가
자유가 아닌
.
.
.
큰 푸른 벌판을 중심으로
소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가시철조망들을 보면
언젠가 다큐로 보았던
그 나라 그 지역이 생각나곤 하였다.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Gaza District) 라는 . . .
출입이 봉쇄된 곳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저지 당하며
세상밖으로 나오기가 무척 힘든 사람들
자유가 있는 듯 하지만
정해진 지역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인생들이
푸른 초원에서 평화롭게 쉬고 있는 소들을 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연상하며
가던 길을 계속 걷는다.
또 만난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가득한
나무벤치 하나를 . . .
오르고 . . .
또 오르고 . . .
점점 길폭이 좁아지는 산길을
헉헉 . . .
마시고 있던 물병의 물들은
점점 줄여져 가고
.
.
.
햇살이 비추는 데
난데없이 빗방울이 후두둑 ~
정말 묘한 날씨로세~
아무래도 우의를 꺼내어 입어야 할 듯 ~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데
마침
산길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비옷을 꺼내려는 한 커플을 만났다.
그들도 마침 비 때문에
배낭커버를 찾고
비옷도 꺼내는 중이라며 . . .
나도 그들 옆에서
배낭 아래에 있는
그러니까 부르고스에서 구입한 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 비옷을 드디어 착복하기 위해
꺼내었다.
내가 비옷을 구입하기 전에는
주구장창 내리던 비가
비옷을 구입한 이후부터는
한번도 내리지 않는 그 원리는 무엇인겐지?
그러나 드디어
이 곳 이름모르는 산길에서
비를 만났기에 그 비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그러나 비옷을 혼자 입기엔
항상 낑낑 거리다 포기하기 일쑤~
비옷을 입고
배낭을 매면
배낭이 젖으니
배낭을 맨 채 비옷을 입어야 하는데
도무지 나의 짧은 팔로는
배낭뒤로 비옷을 다 덮을 수 없었더라는........^^
그런데 지금 나의 앞에는
인상 좋게 생긴
젊은 커플이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는 중이라니?!!!!
사진속에는
비가 보이지 않고 햇살이 비추는 장면이지만
사실은 비가 솔솔 뿌리는 중 . . .
독일에서 온
루카와 안드레아씨 부부
프랑스 생장에서부터 걸으며
때로는 알베르게 숙소를 이용하고
때로는 길에서 텐트를 치며 잠을 자기도 한다며 . . .
진정한 여행을 즐기는 말투와 표정을 보기만 해도
그 에너지가 저절로 나에게 전해지는 듯~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 싶더니
얼마큼 걸으니
빗줄기는 약해지고
그나마도 점점 사라져 가는
이상한 날씨
그런데
이 아름다운 산길 어디쯤에
소가 ?
꽃길속을 걸어오는 소를 만났다.
소가
예쁘다 . . . 라는 말을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한적이 없었는데
저 소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예쁘다......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나의 뒤를 따라오던
루카씨 부부
소를 본 순간
나를 보고 자신 뒤를 따라 오라며
먼저 앞장서서 걷는다.
소에게 무어라 말하는데
아마
"어이 비켜소~!!!"
이렇게 외치는 듯~
그 말을 알아들은건지
소가 길에서 위로 비켜서준다?
^.^
잠시 후
산길이 끝이나고
길은 자동차길로 이어지는 데
그 자동차길 가로
예쁜 소 혼자서 뚜벅뚜벅 올라간다?
소는 자동차길로
사람은 순례자길로 . . .
다시 가파른 길이 나오고
그 길을 스틱에 의지하여 올라가는데
비옷을 입은 때문에
더욱 몸에서는 땀이 쏟아지고 . . .
샤우나가 따로 필요치 않는
순례자 여정
.
.
어느 만큼 걸으니
넓은 길이 나타나고
그 길옆에
순례자 비석
누군가 쌓아놓고 간
정성스런 돌탑들
나의 뒤를 따라오던
루카씨와 안드레아씨가 잘 오는가 싶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내 걸음속도가 빨랐던건감?
*^^*
산정상에 오르며 . . .
참 아름다운 풍경이구나 ~
포세바돈 마을에서부터 내내 따라오고 있는
보라색 꽃들은
이 곳에서는 더욱 환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 . .
산길 한켠엔
고사리들이 옹기종기 싹이 올라오고 . . .
고사리 나물 좋아하는 데 . . .
저 연한 고사리를 데쳐서
들깨가루와 함께 볶으면
참 맛있을텐데 ~
이 높은 산에
무공해로 자라고 있는 고사리를 보니
침이 저절로~
산 정상인 줄 알았는데
계속 경사진 길로 이어진다.
걷다가
혹시나 루카씨 부부가 오는 지
한번씩 되돌아 보기도 하고 . . .
왜 안 보이는거지?
^ ^
비가 오다가 다시 개인 산길
날씨는 화창하지는 않지만
걷기엔 참으로 좋은 쾌적한 기온
햇살이 안 보이기에 더더욱
좋은 컨디션
조금전까지는 보라색 꽃들의 향연이었는데
새롭게 나타난 노랑색 꽃들이라니?!!!
무더기로
피어있는
이 노랑꽃들의 정체는 뭐지?
참 아름다워 . . .
감탄사가 저절로 ~
문득 저 높이에
십자가 상이 보인다.
산위의 십자가 아래엔
노랑 야생화들이
십자가를 우러러 보며
합창을 하는 듯~
길을 내려가며 . . .
내가 걸었던 길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산 정상을 넘어서 . . .
조금전까지 화창하였던 날씨는
갑자기 먹구름이 뒤덮이고 . . .
나의 뒤를 따라왔던
루카씨 부부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 . .
친절하고 인상 좋았던 루카씨 부부 대신에
다른 커플이 가벼운 차림으로
나의 앞을 스쳐간다.
이제는 점점 내리막길
돌들이 많으니
조심 조심
내려가며
.
.
다시 햇살이 나타난 숲길
이어폰에 흐르는 한대수의
물 좀 주 소 ~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아! 가겠소
난 가겠소
저 언덕위로 넘어 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본다면
난 살겠소 같이 살겠소~
지금 난 목이 심하게 마르다.
한모금 한모금
아껴 먹었던 물이 바닥나고
입술은 바짝 마르고
혀끝마저도 칼칼스럽고 . . .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한대수 어르신께서는
물 좀 주 소 . . . 라며
나의 귀에
사정없이 외치고 있다니~?!!!!
산 중간쯤에서부터
길이 각도를 다르게 하여
돌아가는 듯~
이런 걸 보고
산허리를 돈다......라고
하였던가?
나의 앞을 지나가는 한 순례자
그러다 점점 멀어져 가는 . . .
산허리를 돌아가는 그의 뒷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참으로 운치있게 보여 ~
산길을 내려가면서
마주하는 푸르름의 산등성이들
한 산
한 산
서로 엇비슷하게 교차하며
아름다운 질서를 만든 자연의 신비라니 . . .!!!
오늘 나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정경은
이 길을 걷는 자들에게만 보여지는
자연의 선물일까요?
- 그날 나의 셀폰 메모장에
기록된 글중에서 -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 . . .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 조심 . . .
그 내리막길 끝에
갑자기 나타난 마을의 풍경~ !!!!
이 마을이
오늘 목적지인
아세보 마을인건가?
@.@
마을입구에 튼튼하게 서 있는
엘 아세보 마을안내 표지판
순간
반가운 마음 가득~
늦은 오후시간에 도착한
아세보 마을
산길을 내려오자 마자
바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그 입구에
호스텔 표시가 붙인 집이 보인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지금 이순간의 나에겐
오늘 묵을 숙소가 제일 우선순위이다보니~
어?
바로 숙소가 보이다니?
지금 난 많이 지쳤고
무엇보다 갈증이 심하여
기진맥진한 상태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혹시
더 괜찮은 숙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걷기엔 기력이 허락하지 않기에 . . .
미니 슈퍼와 몇개의 방을 운영하고 있는
작은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친절하고 예쁘게 생긴 젊은 여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2층에 머문 사람들하고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며
몇가지 더 주의 사항을 들은 후 . . .
밖의 계단으로 올라가서
왼쪽 마지막 방을 사용하라며
건네 준 열쇠를 받아들고
방문을 연다.
산장처럼 생긴 방
넓은 방에 침대 하나 덩그러니 ~
오늘 걸었던 걸음수는
4만을 넘었어 . . .
지도상으로 멀지 않는 거리였는데
두번이나 길을 잃고 다시 되돌아 걷다보니
이런 숫자가 나오다니?
산티아고 여정중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며
꿈길처럼 걸었던 . . .
만하린에서 아세보 마을까지
순례길 31일차를 마치며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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