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비석위엔

누군가 올려놓고 간 돌무더기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끼가 있는 순례자 비석

난 

왜 이 길위에서

순례자 비석을 만나게 되었고

그 비석들과 계속 길을 이어져 가는건가?

집을 떠나기 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하였던

만남의 한 부분.

이 순례자 여정을 계획하였을 때는

그저 노랑 화살표라는 말에

그런 표시가 있는거구나......라는

가벼운 생각이었을 뿐이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그 노랑화살표는

가볍게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어느 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처럼

안 보이면 궁금하고 

다시 만나면 반가움이 가득드는

그런 존재로 되어버린 이 사실을

어떻게 더 리얼하게 표현해야 할까?

.

.

.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먼 산들

저 어딘가엔 

눈처럼 하얀 밤꽃들이 가득하여

오렌지 향기보다 더 진한

밤꽃향기가 진동할 것 같은

어린 시절의 고향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스페인 산골의 산들 . . .

상큼한 아침공기와

신록이 무성한 산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는 나의 앞에

한 남자가수레를 끌며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산티아고길을 걸으려 왔다는

디에고씨

프랑스 생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중이라고 . . .

산티아고 순례여정은

참으로 좋았다며 . . .

나에게도 좋은 길이 되라며

엄지 척을 해 준다.

자신의 모습을 찍어주고

거꾸로 돌아가는 자신에 대해 

물어봐 주어서 기쁘다며

환한 미소가 가득한 이탈리아 남자 디에고씨에게

굿바이 대신에

부엔 까미노~

인사로 헤어진다.

수레엔

며칠 먹을 수 있는 과일과 먹거리

그리고 알베르게 보다는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쉬면서 잠도 잘수 있는

작은 텐트도 들어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끌고 

아세보 마을 방향으로 걸어가는

디에고씨의 뒷모습 . . .

예전에 어느 길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성도 

다시 되돌아가는 길에

행복함과 성취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는데 . . .

길을 걷다가

길이 끝나면

아마도

허전함이 밀려와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걸까?

.

.

.

산 아래에

조금 후에 만나게 될

몰리나세카 마을이 보인다.

마을이라기 보다는

중소도시규모인 듯?

이 좁은 산길에

자동차가 오고 간다.

운전자들은 항상

걸어가는 순례자들을 배려한 듯

가능한 길가쪽으로 붙여서 운전하고 . . .

길 어디쯤에서

거꾸로 돌아가는 노랑화살표를 보았다.

왜 거꾸로 표시를 하였을까?

아마도

조금 전에 만났던

이탈리아 남자 디에고씨처럼

거구로 가는 사람들을 위한건지도?

산길 옆에

무성하게 피어있는

연분홍 찔레꽃들

찔레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저절로 난다.

왜 찔레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자동으로 생각이 나는겐지?

 가벼운 차림으로

휘파람 불며

나의 앞을 

휙~ 

지나가는

빨강배낭의 청년

배낭뒤엔

숙소나 혹은 쉴때 신을 수 있는 샌달을

주렁주렁 매달고 ~

길은 코너를 돌아가고

점점 낮은 지대로 향해진다.

자동차길은

길 어느쯤에서 다시 헤어지게 되고

순례자들은 오솔길을 걷도록 

자연스럽게 오솔길이 만들어져 있기에

나도 그 길을 따라서 걷는다.

그러나 

이 길은 정상적인 순례자 길이 아닌

앞서서 걸었던 누군가가

이 길을 걸었고

또 누군가 이 길을 이어서 걷다보니

자연히 길이 만들어진 듯 . . .

아침햇살에 비쳐진

나의 모습

내 자신에게도

오늘 하루

축복의 발걸음 될 수 있도록 인사하며~

산 중턱길에

자연히 만들어진 돌비석을 보며 . . .

큰 바위는 아닐지라도

형상이 근엄하게 보임에 ~

내가 이 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내 자신에게 몰랐던 걸

많이 알아간다.

그 전엔

바위나 돌에 대해

큰 관심 없었는데

바위에 대해 관심이 나도 모르게 끌리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도

그 중에 하나가 되고 . . .

언젠가 산불이 난 듯

검게 그을린 나무들도 보고 . . .

저 멀리

구비 구비 산들이 교대로 포개지는

푸르름의 산 능선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 . .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리에고 마을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아세보 마을에서 설렁설렁 걷다보니

벌써 리에보 마을인가?

싶었는데

그 안내표지판을 지나면서도 

계속 걷게 되는 산길

조금 전

가벼운 차림으로 걸어가던 청년은

어느 새 저 만큼 앞서가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계속

나의 앞을 지나가고 . . .

참으로 가벼운 백팩으로

걷고 있는 사람도 지나가고 . . .

방금 나의 곁을 지나간  사람마저도

저 멀리 걸어가고 ~

나는

라벤다 향에 취해서

도무지 빠른 발걸음이 되지 못하여

머물고

또

머물고 

.

.

.

노랑 야생화들이 가득한

5월의 산속에

보라색 라벤다꽃들이 가득한

이 숲속의 향연을 어찌하라고?~~!!!!

난 절대

빠르게 걷지 않을거야~~

아니

빠르게

걸을 수가 없는 걸

어떡하라구?!!!!!

누가 물어보지도 않건만

혼자서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그러다

꽃들을 향해

인사도 하며

자유롭게

걷고 있는

나는

자유로운

산타아고 순례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