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목적지 마을에 도착하고

숙소에 배낭을 내려 놓고 해야 할일은

샤워를 하고

땀으로 젖은 옷가지들을 세탁하여

햇빛이 드는 창가에 널거나

밖으로 가지고 가서 빨래줄에 너는 일

이 옷가지들이 말라야

다음날 입을 수 있기에

.

.

.

사진 왼쪽에 보이는 면수건은

아주 가볍고 질이 좋아서

산티아고 여정 내내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다.

저렇게 똑같은 면수건 2장으로

견디었으니까 . . .

숙소 빨래줄 아래에 놓여있던

감자들 . . .

껍질을 벗겨놓은 감자를 보니

허기짐이 느껴지고

저 감자를 삶아서

아니면 구워서

먹으면

맛있을텐데 . . .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 많은 감자들을 보았지만

이 곳에서 보았던 이 감자를 본 순간

침이 돌은 적이 과연 있었을까?

.

.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나도 저 사이즈의 감자를 저 만큼 사다가

저런 통에 껍질벗겨놓고

날마다 쪄 먹어야지

아니 구워 먹어야지~

숙소 가 바로 카페를 겸하고 있어서인지

숙소 앞 테이블에는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이 삼삼오오 쉼을 가지고 있고 . . .

나는 일단

갈증을 날리기 위해

시원한 맥주 한잔을 시켜고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맥주 한잔만 주문하였는데

카페쥔장이

피클같은 걸 담아서 가져다 주네?

같이 먹으라며 . . . ?

껍질 벗긴 계란 한알은

지난 번 프로미스타 카페에서 구입한 찐계란 10개중

마지막 남은 하나....

그 소중한 계란 한알과 맥주를 마시려는데

뜻밖의 안주가 보너스로 생긴 바람에

행복한 시간이 되고~

베이비 오이나 올리브는 알겠지만

양파처럼 생긴 아주 작은 피클의 맛이

꽤 좋았다.

상큼하면서

짭짤하고

달콤하면서

혀끝을 아찔하게 하는

이 차가운 맛이라니....!!! 

무엇보다

엄청 차가웠다는 게

오늘 하루 걸으면서 피곤에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릴렉스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더라는 . . .

맥주와 같이 먹으라며

테이블 위에 올려주고간 쥔장의 마음씨에

더욱 마음이 녹아내리는건지도 ~

맥주 한잔을 비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천천히 동네 한바퀴 투어 시작 

카메라와 함께 . . .

사막의 오아이스처럼

광활한 벌판에

나타난 이 작은 동네는 어떤 마을일까?

택시가 보인다.

아마도 순례중에

여러 사정으로 걷기가 힘이 드는 순례자를 위해

대기 중인 듯?

어느 집 담벼락위에

병을 깨어서

유리를 꼿아놓은 걸 보았다.

이런 작은 마을에도

 도둑이 있나보다??

나 어렸을 때에

동네의 어느 집에저 저렇게

유리를 박아놓은 집들이 있었었는데?

또 다른 집 담벼락 위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이

꼿아져 있고 . . .

지금까지 걸으면서

수 많은 마을들을 지나왔는데

담벼락 아래에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거나

화분으로 정겨움을 보여주었는데

이 마을은

무언가

살. 벌. 해 .

.

.

.

레이스로 커텐을 한 창문을 보며 . . .

엄마 생각이 잠깐 스친다.

울 엄니도

뜨게질을 참 많이도 하셨었는데 . . .

구정뜨게질도 잘하시고

대나무 바늘로 털실 뜨거질도 잘 하시고

.

.

작은 소품 하나에

엄마 생각이 스며들고 ~

저렇게 작은 문은

무슨 문인지

이젠 안다.

걸으면서 저절로 알게 된

저 문의 비밀들~

거칠은 대문도 보고 ~

대문 위의 기와지붕이

인상적이어서

한번 더 보고~

이리저리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BAR 라는 노란색 글자가 보인다.

내일 걸으며 필요한 물과 과일을 구입하기 위해

그 글자를 따라오나

아주 조그만 구멍가게?

그런데

CLOSE

저녁 7시 30분에 오픈한다는 메모가 붙여져 있다.

에휴~

이런 경우

너무 많이 당하였는데~

그럼에도 익숙치 않다.

왜 스페인 사람들은

한창 해가 떳을 때 일을 하지 않고

낮잠잔다며 가게문을 닫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

.

.

문이 닫힌 가게앞에

놓인 나무 의자 2개

나무의자.....라기 보가는

학교 다닐 때 앉은 걸상......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은

추억의 의자가

시선을 끈다.

왜 저 가게주인은

이런 나무 걸상을

가게앞에 진열해 두었을까?

아마도

지난가는 순례자를 위해

배낭을 내려놓고 쉬라는

깊은 뜻(?) 이 있는걸까?

굳게 문이 닫힌 가게에서

아무것도 구입하지 못하고

발길을 그대로 전진하다보니

동네의 끝이 보인다.

길 끝에서 . . .

빈 공터같은 . . . ?

그 옆으로

벤치가 여러개 놓여있고

아마

마을의 공원인 듯?

그 빈터 앞에서 바라보는

벌판들

얼마 전까지

어깨에 배낭을 매고

두 손에 스틱을 잡고

헉헉 하며 걸었을 때는

저 푸른 하늘도 눈에 잘 안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나의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인지

푸른 하늘도 눈에 들고

연두빛 벌판도 예쁘게 보이고?

.

.

.

푸른 하늘

황갈색 벌판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지. 평. 선

공기가 참으로 맑다

긴 호흡이 저절로 되고 

.

.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마을의 다른 골목길을 통해

다시 걸어나오며 . . .

현대 ?

한국인 아니랄까봐

한국 회사의 로고가 보이면

자동으로 눈에 들어오는 현상이라니?

늦은 오후

들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농부의 모습도 보고 ~

오후의 따스한 햇살은

더욱 강하게 비치고 . . .

창문이 닫혀있는

견고한  2층집 앞을 지나며 . . .

초록 문의 창고도 있고 . . .

사람이 사는 집일까?

마을 한바퀴를 돌고보니

다시 알베르게가 눈 앞에 보인다.

알베르게 앞 벤치앞에 앉아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쉬고 있는

젠틀맨은

프랑스에서 온 니콜라스.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지금 실현중이라며

행복하다고 . . .

알베르게 앞 풀밭에 앉아서

순례자들을 날마다 맞이하고 있는

멋진 견공 ~

알베르게 앞에서 바라 본

얼마 전까지 

갈증으로 힘들어 하며 걸어왔던 길

저 나무 아래에

식수대가 있는데

그 식수대를 보자마자

물을 얼마나 들이켰었는지~

@.@

이 식수대의 물맛은

그동안 걸으면서 먹었던 그 어느 물보다

제일 시원했고

제일 좋았다.

 

숙소로 돌아가며 . . .

HOSTAL 

이라고 적힌 노랑색 건물이

오늘 하루 묵을 숙소

땅거미가 내려 앉을 무렵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 레스토랑으로 간다.

낮에 빨래를 걸었던 그 곳에서 본

감자들이 생각난다.

어쩌면

감자요리가 나올거라 상상하며 . . .

식당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고~

나도 정해 준 자리에 가서

앉아 식사를 한다.

바로 나의 앞에 앉은 분은

지난 번 카스트로헤리즈 마을을 떠나면서

처음으로 만났던 

독일에서 온 Moritz 모리츠씨 부인

옆에는 남편이 함께 있었는데 사진에는 안 보인다.

이 후로

이 부부와는

산티아고 도착하는 날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러다가

어느 마을에서는 

모리츠씨 부인이 자신이 적고 있는 일기를 보여주는 

친한? 관계까지 발전?

그러나 지금은

서로 낯설어 하는 중~

스프기 나왔다.

아 ...

진짜로 이건

감자 스프 . . .

얼마나 고소한지........

입에 딱 맞는 그 맛이라니~ ?!!!!!

한 방울도 안 남기고

게눈 감추듯  

,

,

,

#@#%&^&

 생선요리가 곁들인 메인요리

세상에....

밥이 나왔다~~~!!!!!!!!

아주 오랫만에 구경하는

하얀 밥.. .

밥과 반찬 모두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먹고

행복한 마음

.

.

.

앞에 앉아서 같이 먹고 있던

독일인 모리츠씨 부부가

내가 아주 기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웃으며

더 먹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