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어디쯤에서
샤를씨 부부가 큰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사과를 맛있게 먹는 중이며 . . .
인생의 소풍이 따로 있던가?
이게 바로 소풍이고
행복이지 . . .
 |
마을을 안내하는 화살표를 따라 들어오니
마을이 무언가 공허하고
다른 마을보다 더 적막한 분위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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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안내하는 글들이 있는 파란색 바탕의 사인판 위에
노랑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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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보이던 성당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한발 한발 걷다보면
멀리 있는 것들이 모두
나의 앞으로 다가오더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
멀리 있다고 해서
나의 옆에 오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내가 가까이 오도록
내 수고를 하였기에
바로 지척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참으로 평범한 진리~
.
.
.
 |
성당 건물 아래에 피어있는
샛노란 민들레꽃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 듯
푸른 이끼들과 곰팡이들이 얽키고 섞였지만
그럼에도 꽃은 세월따라 계절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했으리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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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문이 잠겨 있었고
아무도 들어간은 이는 없었다.
아주 작은 마을 같은데
성당의 규모는
마을의 규모에 비해서는 쾌 큰 듯......?
가이드 북에 의하면
이 성당안에는 매우 특별한 13세기의 십자가....가 있다는 데
안에 들어가지를 못하니
그냥 지나갈 수 밖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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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의 집들은
낡았지만
전선이 이어지는 걸 보니
주민은 사는 가 보다~
 |
하얀 벽의 2층집의 모습
난 왜 저 집을 찍었을까?
.
.
- 하얀 색 페인트
- 창문의 블라인드가 조금씩 열려져 있었고
- 그 집 중앙에 있는 나무로 된 현관문
어디선 가 본 듯한
낯익은 그림같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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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커녕
동네 강아지 한마리도 안 보이는
고요한 마을
 |
마을의 한 가운데쯤이었을까?
어느 집 벽에
반지의 제왕? 비슷한 영화 포스터 같은
그림이 보이고
그 그림 아래에
주황색의 잉글리스 올드체로
알베르게 ....라는 글자가 보인다.
알베르게 마다 각각 특색이 있다는 걸
이 길을 걸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어느 알베르게는 정갈하면서
하룻밤 쉬고 가기에 편안한 곳이 있는 가 하면
어느 알베르게는
그저 하룻밤 묶고 떠나는 객들인지라
그리 신경을 안 쓰는 곳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각 각 마을의 특색에 맞게
실외의 인테리어가 흥미가 있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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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물의 반대편 방향엔
빨간색 십자가 하나 그려져 있고~
십자가 형상이
그냥 반듯하면
아마 적십자 건물? 인 줄로 생각되었겠지만
형태가 다른 걸 보아
적십자 쪽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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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돌아가니
알베르게 로 들어가는 정문이 나온다.
정문 지붕은 기와도 되어 잇고
마당엔 그 빨간 십자가 깃발이 깃봉위에 펄럭이고~
 |
들어가는 현관 옆에
카페 처럼 마실 수 있는 음료수 나 메뉴가 적혀 있기에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곳에는 아무런 카페가 없기에
들어가기로 한다.
 |
알베르게 겸 카페를 운영하는
하케스 데 몰라이....라고 하는
실내의 모습
하케스 데 몰라이는
사람 이름인데
템플 기사단의 마지막 수호자로
영웅처럼 생각하는 전설적인 인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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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한 켠엔
템플 기사단의 상징인 붉은 색 십자가 형상이
벽난로 위로 새겨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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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두 부부
이 부부는 이미
칼사디야 마을에서 부터 보았고
레디고스 마을의 카페에서도 보았지만
이 곳 테라리요스 마을의 카페에서 3번째 마주 하다보니
스스름 없이 인사 하게 되고~
프랑스에서 왔다는 샤를 트르네씨 부부와
이제 통성명을 나눈다.
저는 써니 라고 합니다.
이 길에서 만난 수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어김없이 묻는 질문은
어느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하면
다시 묻는다.
원래 태어난 나라는 어디냐고?
그래서 이제는 아예
한국에서 왔다고....하면
더 이상 다른 질문이 없다.
난 신분상 미국에 속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미국사람이 아니고
나의 근본이 한국사람이라는 걸~
 |
샤를씨 트르네씨......이름중에
샤를.....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숙하여
그냥 샤를씨라고 부르니
흔쾌히 오케이 한다.
그 부부 사진은 내가 찍고
그 부부는 나의 사진을 찍어주고 . . .
샤를씨 부인이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며 권하기에
나의 손엔 하켄다즈 같은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있고~
정처없이 걷다가
이런 카페같은 휴게소를 만나서
목도 축이고
화장실도 사용하고
한참을 쉬었다 떠나곤 하는데
이런 휴식 시간이
달콤하기 짝이 없으.......
 |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서
하케스 알베르게 카페를 나오니
조금 오른쪽 건너편에 쉼터가 보이고
그 벤치에 한 여인이 쉼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간혹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카페를 이용하지 않고 저런 쉼터에서 휴식을 갖게 되면
화장실 사용은 어떻게 하는지?
@.@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공간에서 쉬면 좋을텐데~
 |
다시 노랑 화살표의 안내를 받으며
마을을 빠져 나간다.
황토색으로 페인팅 된 집들이
유난히 많은 스페인 시골집들
 |
훅~ 히고
바람이 불면 쓰러 질 것 같은 담벼락
그러나
견고한 세월에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걸 보면
훅~ 하는 바람따위엔
어림도 없을 듯 . . .
과거 성의 요새 같기도?
이 마을이 템플 기사단들의 중요한 곳중의 하나였다니
어쩌면 나의 예측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
동네 골목을 이리 저리를 돌아 나오니
몇명의 순례자들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온거지?
불과 1분전만 해도 아무도 안 보였는데?
 |
마을을 들어 올 때는
큰 도로길을 건너서 들어왔는데
나가는 길은
숲속길처럼 평온하다.
 |
테라리요스 마을을 빠져 나가자
바로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 . .
 |
이젠 정오의 태양이 머리 위에 머무르나 보다
길위에 그림자가 실종되는 시간대......
푸른 하늘 아래
하얀 길이 꼬불꼬불 늘어져 있어 . . . .
길 오른쪽에 서 있는
포플라 나무 한 그루
나무라는 존재감......
나무로 인해 세상이 그림처럼 다가오다니 ~
 |
하얀 길 위를
천천히 걷는다.
나를 위해 준비된 길 이라는 행복한 착각을 하며 . . .
 |
꼬불꼬불한 길을 걷는 데
저 멀리에 누군가 내가 걷는 쪽으로 오고 있네?
저 사람도
거꾸로 걸어가는 인생의 철학을 가진 사람인건가?
.
 |
사진에는
정확하게 보이진 않지만
이 사람은
도인 같은 느낌?
혼자서
무어라 무어라
어느 나라 말인지 중얼중얼
목에는 목걸이가 걸어져 있고
손가락에는 굵은 알의 반지들 여러개 꼇고
헤어 스타일은 치렁치렁
무엇보다 걷는 발걸음이
리듬을 타는 듯?
입과 발이 박자를 타듯 움직이는 것 같아
아무 말도 못 하고
바라보기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사람들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다.
대부분 조용히 걷는 사람이 많지만
간혹
자신만의 개성을 돋보이는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히피족의 분위기같은?
그런 사람들도 지나가기도 하고
지금처럼
무슨 주술을 외우 듯
땡볕길을 걸어가는
도인들도 보이고~ ?
그러나
이 자유로운 퍼포먼스를 마음껏 해도
그 누가 뭐라 할 사람 없기에
이 길위에서는
인생 자체가
해방.
억압받지 않는
자유로움
이 얼마나
답답하고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길이던가?!!!!!
 |
다시 길위에는
고요가 가득하고 . . .
포플라 나무들의 퍼레이드가
팍팍해 지는 발걸음을 상큼모드로 바꿔주는 바람에
걸으만 하는 한 낮
 |
길 어디쯤에
샤를씨 부부가 큰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쉼을 가지고 있다?
아마 그들이
내가 터벅터벅 걷고 오는 걸 먼저 보았는지
내가 그들이 있는 길 옆을 가까이 갔을 때
샤를 씨는 자신의 모자로 얼굴을 가리면서
키득키즉 웃는 소리를 내고 있다가
내가 인사를 하니
모자를 벗고서 엄지 올리는 모션 중
그의 부인은
사과를 맛있게 먹는 중이며 . . .
인생의 소풍이 따로 있던가?
이게 바로 소풍이고
행복이지~
그들은 나를 보고
쉬었다 가라고 하는데
두 양반들 옆에 눈치없이 앉아있고 싶은 맘도 없거니와
난 이미 조금전 카페에서 충분히 쉬었으므로
계속 걷기로 한다.
샤를씨 부부를 보면서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둘이서 여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저 부부의 모습이
나에게 좋게 보였다라는 의미였으리라
.
.
.
 |
땅위엔 햇살의 샤워로 하얗게 보이지만
대지위엔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 . .
저절로
숨을 크게 들어마시며 . . .
 |
포플라 나무 오솔길을 빠져 나오니
도로길이 기다린다.
팍팍하고 딱딱한 길 . . .
피하고 싶지만
내가 피하고 싶다하여 이 길이
수리 수리 마수리......
머털도사의 침 한방울로
이 딱딱한 도로가
새털처럼 보드러운 융단길이 되는 것도 아닐테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착하게 걸어가야지~
^.^
 |
혼자서
조금 전 길에서 만난
히피 같은 사람처럼
무어라 무어라 중얼거리며 걷는데
웬 날씬한 여자가
나의 앞을 휙~
지나간다?
뭥미?
저 늘씬하고
상큼한 뒷모습을 가진 저 여인은?
@.@
 |
날씬한 여인의 옆으로
내가 참으로 안 좋아하는 덤프트럭같은
아주 큰 대형차가
씩씩 거리며 정면에서 쑥 나타나고?
.
.
설상가상?
이라는 표현을 여기에 갖다붙이면
설상가상 이라는 사자성어님께서
떽~~
이라고
존심 상하겠지만
나에겐
혹독한 시련은 정녕아닐지라도
길도 위험하거니와
저 덤프트럭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 역한 게 싫은 걸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거잖아?
그러나 나의 앞에
살랑살랑 걷고 있는
상큼한 여인은
길 가로 차를 피하여 걸어가고....
물론
그 뒤로 나 역시
지나가야만 했고 . . .~
 |
나의 앞에서
선녀처럼 살랑살랑 걷던 여인은
어느 새 들길 한 복판안에 걷고 있다?
나중에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오스트리아 할머니였더라는 걸~
유럽의 노인들은
뒷모습과 앞모습이 너무도 다르기에
간혹 영 레이디 인줄로 알았다가
선그라스 벗은 그녀들의 앞모습을 보면
'당신이
당신이었던 겝니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가
쑤욱 잡아넣기 일쑤였다는 걸~
.
.
 |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길을 벗어나
들판길을 가로질러
다시 오르막이 시작 되는 길
나의 앞에 가는 두 남자의 모습이
한 폭의 풍경처럼 나타난다.
남자 둘이서 걷는 여정
이 또한 멋진 일이리라.
뜻이 맞는 부부도 좋아 보이고
뜻이 맞는 여자 둘이서 하는 것도 좋아 보이고
뜻이 맞는 남자 둘이서 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 . ....
 |
남자 두 사람이 사라진 길 에
여자 셋이서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 모습이
나에 앞에 나타났다.
마실처럼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
고향의 들판길을 걷는 것 같은
잔잔한 여운이 있는 길
 |
그들이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번엔
4ㅅ람이 몰려온다.
뭐징?
왜 사람들이 갑자기
나의 앞에 나타나는 거징?
이 또한 나중에 마을에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들은 모두 한 버스로 온
단거리만을 걸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라는 것 . . .
누군가 가이드 혹은 인솔자의 안내를 받아
큰 도시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서
어디까지만 걷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일행들이라는 .......
그래서 조금 전
덤프트럭처럼 큰 차 길에서 보았던
상큼한 여인도 이 사람들의 일행의 한 사람이라는 걸
마을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던 것~
단거리를 걷던
장거리를 걷던
지금 이 길을 걷는다는 건
모두 아름다운 일 이리라 . . .
조금 걷다보니
경사진 길을
두 남자가
검은 색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여자도 아닌 남자들이
양산도 아닌 우산을 쓰고 걷다니?
흐미~ ~
 |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길 한쪽을 바라보니
황토밭에서 올라오는 푸른 싹을 보인다.
저 연한 잎들을 생으로 된장에 싸서
한 입 먹어보았으면 . . .?
시방
나는 배가 고프 . . . .
^_^
 |
들판의 언덕을 넘자
저 멀찌기에 마을이 보이기 시작
아 . . .!!!!!
마을이다~~~~~!!!!!!
 |
마을 도착하기 전
입구에 있는
낯익은 건물을 보며 . . .
이 마을사람들이
삶을 마친 후
평온한 휴식을 하는 . . .
일부러 올라가서 본 흔적이 있지만
난 올라가지 않고
멀찌기서만 바라본다.
다리도 아프고
땀도 너무 흐르고
.
.
.
 |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마을 안내 표지판
모라티노스 마을이라고?
이 마을은 어떤 곳일까?
땀을 식힐 수 있는 카페를 기대 하며
마을 을 향해 걸어간다.
테라리요스 마을에서 모라티노스 마을까지
순례길 23일차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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