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 쥔장이 정해 준 방이

건물의 끝에 있기에

골방인 줄 알았는데

캄캄하게 가려져 있는 블라인드를 올리니 밖으로 향하는 문이 보인다.

문고리를 살짝 당기니 문이 열리고 ......

밖의 풍경이 보이는 순간

휴.....

숨통이 터지는 것처럼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 되는 것 같고 ~

그동안 23일을 걸으면서

23개의 숙소를 만나게 되었는데

나에겐 거의 선택권이 없었다.

호텔이나 호스텔의 경우엔

쥔장이 열쇠를 주며

가라는 대로..... 가면 되었고

알베르게의 경우엔

2층 침대중 2층이 아닌 1층이 배당이 되면

럭키였다고 생각을 할 뿐 . . .

호텔이나 호스텔의 경우엔

빈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Full . . . 이라는 푯말을 안 보는 것만도

천만다행일 정도였으니~

사실

호텔이나 호스텔 같은 경우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여

크레딧 카드 번호를 남겨 두면

늦게 도착되더라도 이미 예약이 되었으므로

숙소에 대한 걱정이 덜 하였을텐데

나는 전화는 한번도 사용하지를 않은지라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마치 무슨 뽑기하는 것 마냥

숙소를 정하면서 걸었다.

늘 하던 습관대로

숙소에 도착하면

배낭을 내려놓고

샤워를 한 후

그 날 걸으면서 입었던 옷을 세탁을 하여
빨래줄에 널어두는 것 . . .

처음 걸었을 때는

빨래를 밖에 널지 않고

숙소 한켠에 주렁주렁 걸쳐 놓았는데

이제는 뭔가 틀이 잡혀 가는 지

세탁을 한 후에는

빨래줄을 찾아서 스스로 널어놓는다.

이 호스텔에도 분명 빨래 거는 옥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계단을 타고 마지막 층의 코너 문을 여니

빈 공간이 있고

역시 빨래줄이 보인다.

빨래를 널은 뒤

숙소로 내려와 창 밖을 바라보니

그 사이에 조금 전에 있던 차들은 보이지 않고

새로운 차들이 주차되어 있네?

흠~

여긴 인구이동이 많은 거리인가 보군~

편안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느 데

오잉?

저 사람들은???

조금 전

내가 사이군에 오면서 도로에서 보았을 때는

가벼운 차림으로 동네를 걷고 있었는데

왜 배낭을 매고 왔던 길 쪽으로 다시 걷는거지?

오른 쪽 빨간 색 배낭의 맨 분의 손에

슬리핑백이 들려져 있는 걸 보아

급히 다른 숙소로 이동하는 듯?

가끔 그런 경우가 있긴 하였다.

처음 정하였던 숙소보다

동네를 다니면서 더 괜찮은 숙소가 보이면

다시 짐을 싸 가지고 옮기기도 하는.....?

아직 나는 그런 적은 없다.

다시 짐을 옮긴다는 게 번잡스럽기도 하고

하룻밤만 묵는건데 뭘~~~

하는

귀차니즘?

그러나 혼자가 아닌 둘이나 셋  그 이상의 여럿이서 함께 하는 순례길이라면

아마 다수결의 의견으로 인해

행동을 하였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마

저 분들도

어느 한 사람의 의견으로 인해

숙소를 이동하는 것일지도~

아니면

만장일치일지도 모르고~

^.^

숙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동네 한바퀴 돌기 시작할 시간. . .

근처의 슈퍼에서

내일 걸으면서 마실 물이나 과일같은 것도 구입도 할 겸

숙소를 나오니

숙소 앞에

건물이 무척 견고하게 보이는

트리니나다 성당이 보인다.

그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성인 야고보의 철제 동상도 보이고 . . .

성당 2층에는

무니시팔 알베르게 (공립) 인  

클루니  알베르게가 있는데

누군가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주변을 살펴 보다가 . . .

이 곳에서는

자전거로 순례하는 사람들도 묵는 곳인가 보다?

.

.

.

간혹

바이크 순례자들만 전용으로 하는 알베르게가 따로 있는 곳도 보았고

발로 걷는 순례자와 함께 쉬어가는 알베르게도 있기에 . . .

사아군은 순례에 대한 유서가 깊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가이드 북에는 적혀 있었는데

내가 걷고 있는 마을 길에는

그저 평범하게만 보인다.

현대식 건물의 마을같은......?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어디 어디에 가면

아름다운 역사관이나 뮤지엄 등등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줄텐데

역시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아니 전혀

없. 다.!!!!!

동네 길 한 공간에 세워져 있는

철제로 된 조형물?

미스터 로봇?

수 천년전부터 이어지는

순례길 루트에

이제는 현대의 로보트 같은 형상이

순례자를 맞이하는 듯?

.

.

미로 같은 골목길 끝에

큰 길이 나온다.

나는 약국을 찾아야 했고

슈퍼마켓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약국과 슈퍼마켓을 다 찾았지만

모두 문이 닫혀 있는 바람에 . . .

씨에스타.....라는 . . .

길가는 나그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이 나라의 낮잠자는 시간대 라는

그 씨에스타......때문에

헛걸음을 하고 ~

.

.

7시 넘어 넉넉하게

다시 그 길을 걸어서 슈퍼를 찾아가니

문이 열려져 있다.

침이 도는 과일들. . .

평상시엔 잘 먹지도 않는

살구도 먹음직 스러워 보이고

복숭아도

사과도 . . .

내일 먹을만큼의 과일을 고르고 . . .

슈퍼 마켓 한 켠에 진열되어 있는

꽁치 통조림으로 요리한 듯한 생선요리도 보이는 데

아마 조리를 하지 않을 순례자들을 위해 파는 듯.....

슈퍼에서 생필품을 구입 한 후

약국에 가서 발 통증을 줄이는 약을 구입하려는 데

이 마을 약국에는

지난 번 팜플로나에서 구입하였던 그런 약이 없다고~?

사아군 정도면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을인데

약국에는 약이 아주 최소한 만큼만 있는 듯

내가 찾는 약은 없다고 하여

그냥 나온다.

오늘은 발의 통증이 유난히 심하여서

발 통증 줄이는 연고를 발라야 하는데 . . .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숙소 1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니

아

무

도

.

.

.

없

.

.

이런 경우에

나는

불안감이 스르르 찾아온다.

손님이 많았던 레스토랑에서는

음식맛도 좋았것에 반해

손님이 거의 없는 레스토랑에는

음식맛 역시

황당하였음을 이미 여러번 경험하였기에 . . .?

레스토랑 벽에 붙여져 있는

다양한 타일들의 모습들

평소 서남 아시아풍? 

북 아프리카의

이슬람 양식의 이런 문양들이 

유난히 눈이 들어오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은근히 끌리곤 한다.

새로운 타일의 빛이 나고 세련된 다지인보다

무언가 투박하고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그런 ?

자리에 앉아서

레스토랑의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데

한참 후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는다.

솔직히 나는

스페인의 요리에 대해 문외한 이기 때문에

어떤 요리가 맛있는지

어떤 요리가 특별한지 잘 모를 뿐더러

스페니쉬조차 잘 모르기 때문에

멋진 메뉴북을 갖다주면서 주문하라고 하지만

잘 모르겠기에

웨이터에게 이 레스토랑에서 제일 맛있는 게 무어냐고 물은 후

그 것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 할 수 밖에~

.

..

잠시 후

내가 주문 한 요리가 나오기 시작

오징어 요리라고 하였는데

햄 같기도 하고?

무척 짰다.

오징어를 소금물에 백만년이나 절여놓은 걸

구워 온 듯?

다행히 감자가 맛이 좋아서

감자와 함께 맛나게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은

아주

진리라는 걸~

잠 시 후

메인 요리인 생선이 나왔는데

아뿔사~~

이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요리가 전혀 아니다?!!!!!

그릴에 구운 생선이라고 하였는데

기름에 튀긴 생선요리?

기름이 주르르....

곁들어 온 감자도 튀겨져 있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스페인에서는

기름에 튀기는 것을....Grilled ...라고 한다고?

어찌 되었든

나를 위하여 요리한 음식이기에

맛나게 먹을 수 밖에~

^.^

평소에 가자미를 이렇게

요리해 먹기도 어렵거니와

이렇게 먹을려고 시도해 본적도 없기에

특별식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고 . . .

위로 하면서~

^_^

이 큰 레스토랑에

손님이라곤

오로지 나 한사람

아....

오늘 저녁 만찬은

아주

훌륭한게야~

주방장께서

나 만을 위해

요리를 하였을 터이니~

헛헛....

그러나

계산 할 때 보니

웨이터가 주방장이었고

주방장이 쥔장이었고

쥔장이 웨이터였엉엉~~ 

늦은 밤

숙소에서

잠자기 전에 하는 일 중의 하나

내일 떠날 때

준비물을 체크 하기도 하는.....

오늘은

초저녁에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통조림 하나를 앞에 두고

저걸 어떻게

배낭안에 넣어가야 할지 고민 하는 중

자신의 눈썹마저도 남겨두고 

길 떠나라는 말처럼

배낭이 무거우면 힘이 드는지라

저 유리병을 통째로 배낭안에 넣는다는  건

너무도 가혹하기에

어떻게

저 통조림을 들고가지?

수건으로 통조림 뚜껑위에 올려두고

오른쪽으로 돌리니 뚜껑에서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스르르 열린다.

순간

시코롬하면서 맛난 냄새~

엊그제 칼사디야 마을의 카페 쥔장이 서비스로 준다며

맥주와 함께 곁들여 먹었던 그 Pickled Onions 의 맛이

어찌나 환상적이었던지

이 피클을 보게 되면 반드시 구입하리라..... 하였었는데

마침 사아군 슈퍼에서 이 피클병을 본 순간

한숨에 골라왔는데.....

막상 배낭안에 넣으려 하니

무게가 만만찮은 걸??

일단

250미리의 플라스틱 물병에 옮겨 담으니

유리병만큼보다는 덜 무겁다.

휴~

내일부터

이 피클을 먹으면서 걸어야지~

흐흐흐~~~

오늘 슈퍼에서 구입한 몇개의 과일들

살구 3알과 오렌지 한알

그리고 필수적으로 꼭 구입하는

오이 2개

물 대신 오이를 씹어 먹으면서 걸으면

갈증이 해소 되기에 

필수품이 되어버린 식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 2병

이 길에서의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생. 명. 수 . . .

라는 걸~

오늘은 유난히 걸을 때

발가락이 아프다 생각되었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발 상태를 보니

아뿔사....

가운데 발톱에서 피가 흐르다가 굳어져 있네?

약국에서 필요한 약품을 구하지 못하였기에

비상약으로 준비한 후디딘 연고를 바르고 . . .

.

.

멀리 있는 가족에게

무사히 도착하였음을 알리려 하는데

호스텔 쥔장이 준 

WIFI 

Password 가

만라장성처럼 끝없이 길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긴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또 있을까?

저럴 하나하나 보면서

비번을 넣어야 하나?

도무지 황당하기에

그리고

저걸 하나하나 보면서 셀폰에 찍어 넣기위해

눈에 레이저를 켜야 하는 피곤감을 만들지 않으려고

호스텔 쥔장에게 갈 수 밖에.....

그래서 1층 쥔장이 운영하는 카페로 내려가서

번호를 입력해 달라고 하니

웬 걸~

카페 안에서만 사용하는 아주 심플한 번호를 주면서

카페안에서만 하라고?

이렇게 간단한 걸

숙소에 머무르는 손님들에게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길다란 암호를 주다니?

헐~

늦은 밤 시간이 되어가는데

카페안에는 여전히 주민들의 발길이 들락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