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토스트 빵에 잼을 발라서 커피와 함께 먹는 아침식사

간단한 아침식사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

이제 24일차의 순례길이니만큼

이런 식습관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달리 다른 식사를 하지 못하기에

빵과 커피 한잔의 아침식사에

나도 모르게 적응되어가는

내 몸이 참으로 신기할 정도......

몸이 알아....

마음보다

몸이 더 눈치 빠르게

나를 이끌어가다니~ ?

.

.

.

모든 채비를 마치고 

늘 그러듯

오늘의 날짜를 카메라에 찍으며 . . .

호스텔 방을 나선다.

SALIDA

라는 단어

살리다.

발음 그대로......

살리다......

이 단어가 내 뇌리속에 박혔던 건

오래 전 포르투갈의 타코마 라는. . . 성모 마리아의 

그 타코마의 넓은 성당을 배회하다

어느 막다른 길 끝의

담벼락 위에

SALIDA 

라고 적혀 있었던.....

사리다....

살리다.....라기 보다는

사리다.....라는 발음의

이 단어를 볼 때마다

난

포르투갈의 그 타코마 성당에서의

홀로 걸었던 그 길이 늘 연상되곤 하였는데

오늘 이 숙소를 떠나는 길에

또 한번 마주한다.

사리다.....

나가는 곳......이라는.....

어디론가 떠나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인생의 답답한 곳에서

탈출하라는 의미인걸까?

S. A. L. I. D. A

.

.

.

친절한 노랑화살표를 따라 

사아군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천천히 걷는데

누군가

 배낭 뒤에 주저리 주저리 매기도 하고

한 손에는 들기도 하며

길을 떠나는 모습이 들어온다.

나도 저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남의 뒷 모습을 보며

나의 뒷모습을 생각을 해 보기도 하고 . . .

하루동안 걸으면서

그 길에 필요한

최소한의 짐이란 얼마만큼일까?

,

,

,

숙소에서 부터 계속 이어지는 마을의 골목길

길은 깨끗하고 단아하다.

그런데 아침시간인데도 현지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길가 담벼락에 적혀있는 예술적인

낙서글들

세상 어디나 비슷한 현상들

벽에 낙서하는

Graffiti  Art?

낙서하 가득한 골목길을 따라

마을을 걸어나가며 . . .

그 길 오른쪽으로

성벽처럼 굳건하게 지어진 건물이 나타났다.

베네딕티나스.....라는 수도원 건물인데

이 곳에도 알베르게 가 있다고 가이드 북에는 적혀 있었지만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는 

길 근처에서는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찾으려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게 목적이라면.....?

그러나 난 

오늘 새로운 마을을 향해 걸어야 하므로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그 수도원의 건물은

참으로 육중하게 보였고

아침 햇살의 실루엣으로 인해

종각의 모습마저도 중후하게 느껴진다.

그 수도원 건물 끝 길을 나오니

갑자기 근사한 성문? 이 보인다.

어?

 문이 너무 근사하잖아? 

그 문위의 모습

더 세세하게 크로즈업 해서 보니

한 마리의 사자와 또 다른 무서운 동물형상?

무슨 깊은 뜻이 있는 조각인 듯?

그런데 이 순례길을 걸으면서

이런 비슷한 조각형상들을 이미 수 없이 많이 보곤 하였지만

볼 때 마다

종교에 대한 경외함을 이렇게 표현하는가?

하는 정도로

이해 하곤 하고 . . .

그 멋진 아치형문 사이로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 . .

사아군 사람들은 이 문을 들락거릴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드는걸까?

예측컨대

그다지 큰 감동은 없을 듯?

일상의 반복적인 생활일터이니~

나처럼

처음 본 사람은

저 건물이 무언가 싶어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고

앞으로도 보고

옆으로도 보고 . . .

사진속의 아치형문의 왼쪽의 보라색 순례객도

나처럼 이리저리 사진찍고 있잖남?

^.^

예술적인 아치형 문을 통해서 바라 본

건너편 마을의 모습

그냥 마을인걸~ 

@.@

성 베네딕티나스 수도원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정체를 알수 없는 조각상의 모습

이집트 파라오의 모습같은?

아닌감?

왜 난 처음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스치는 게 그 파라오 이미지였을까?

@.@

그 조각상 주변의 모습중

알베르게.....건물이 보인다.

그런데 참 묘한게

오른 쪽 그림이......

미 서부의 총잡이 같은?

서부영화 포스터?

순례길하고 전혀 관계없는 이미지나 단어들을

길에서 만나게 될 때

늘 웃음이 저절로 나오곤 한다.

왜 저 걸 저 기 에 붙 였 지?

하고 ~

마을 길을 다시 걸으며 . . .

무장을 단단히 한 순례자가

자신의 하얀색 양말을 접고 있는 모습.....에......?

순례길의

남자가 . . .

양말을.....

그냥 집어넣지 않고 . . .

손으로 각을 세워 . . .

접고 있다니?~~~!!!!

오늘 아침에

덜 마른 양말짝을 배낭한쪽에 쑤셔 넣고 가는

나는 뭐징?

마을의 내리막길을 걸으며 . . .

밝은 황토색 페인팅 된 집의 벽

그리고 브라운톤의 건물들

강한 칼라가 어울리는 스페인 마을

지붕은 비록  쓰러져 갈지라도 ~

.

.

.

어느 마을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스페인 선거 포스터들

나라의 큰 선거가 있는가 보다.

마을의 끝인가 보다

다리가 보이는 걸 보면 . . .?

수 많은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의 형태가 각각 다르고

재질도 다르고 . . .

그런 점이 흥미롭다.

저 다리는 돌로 쌓았나보다.

견고하게 보인다.

수 백년

수 천년이 지났어도

흔들리지 않을만큼

.

.

.

Rio Cea

세아 강

다리가 있으면

당연히

강물이 흐르리라 . . .

세아 강의 

청정한 모습을 바라보며 . . .

강이라기 보다는 냇가?

그러나

엄연히 강이라고 이름 붙여졌으니

강....으로 대우를 받아야 함을 ~

잔잔히 흐르는 세아 강물을 바라보며

큰 숨 한 번 고르고

다시 길을 떠난다.

가끔씩 나타나는 

빨간 십자가 마크가 보이는 병원 건물들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일까?

.

.

.

조용한 숲길이 나타난다.

숲길이라기 보다는

공원같은?

그 길에

하얀색 꽃가루가 가득하고 . . .

설날아침에

눈길을 걷는 것처럼

그 길을 걸어가는데

묘한 마음이 든다.

아주 짧은 꽃가루 길이었지만

기분이 묘했다는 게

참 묘했다는 게 . . .

마을을 벗어나

이제 본격적인 순례길 상에 올랐다.

흙길을 사복 사복 걸어간다.

아침 햇살은 어제처럼 맑고 투명하고 . . .

잎파리 한장도 없는

벌거벗은 작은 나목이

저 멀리 달려가는 바이커들을 배웅 하는 듯 . . .

길은

밭길로 이어지고 . . .

누군가

산티아고 315 킬로미터 라고

노랑 페이트로 적어 놓았다.

아

315 킬로 남았구나?

사실 나는 이 315 라는 숫자의 거리에 대한
감각은 없다.

다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388 킬로미터 

거의 400 킬로 라는 상식인데

그럼 서울에서 부산 조금 못 가는 어디쯤일까?

한국에서

걸어서 부산까지 가라고 하면

섣불리 걷겠다고 나설 마음이 있었을까?

.

.

.

한국과 달리

여기 스페인의 순례자길은

걷기엔 참으로 좋은 것 같다.

마을 마을마다 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있고

레스토랑에는 순례자를 위한 

순례자 메뉴.....라 정해져 있기에

바가지 요금도 없고 ....

꽃이 있는 작은 길을 걷는다.

이미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 . .

꽃이 . . .

왜 이리도 . . .

좋은걸까?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다움에 발걸음이 멈춰지고 . . .

바람결에 날아오는

꽃향에 

또

멈춰지고

.

.

.

오솔길의 양 옆으로 피어있는

앙징맞은 노랑 꽃들의 퍼레이드에

마음 한켠엔 행복이 더 해지고 . . . . .

길 어느만큼에

아카시아 꽃이 보인다.

아카시아 향기

얼마나 진하고 강하던지 . . .

밤꽃 향기도 매력적이고

오렌지 향기 역시 매혹적이라 하지만

아카시아 향기만큼 할까?

숨을 크게 들이 쉬며

향기를 흠뻑 들어 마셔본다.

아....

세상이 살아있고

오늘이 살아있고

지금 내가 살아 있는거구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 순간이

고맙고 행복하고 . . .

Carpe Diem

카르페 디엠 이라는 단어가

괜히 존재 하는 게 아닌게야 ~

연약한 나무 기둥을

나무보다 더 작되 튼튼한 버팀목이

단단한 고무벨트로 함께 묶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둘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난 어떤 생각이 스쳤을까?

약한 나무에 강한 버팀목 나무 하나

그것을 하나로 묶여주는 벨트 . . .

세상은 절대 혼자가 아닌거라고 . . .

오늘 

홀로이 흔들리고 있는

그대는

혼자가 아닌거라고 . . .

그 나무 아래 피어있는

보라색 야생화들의 세상

영화처럼  . . .

유명화가의 그림처럼 . . .

그 보 다 

더

아름다운 풍경들

계속 이어지는 좁은 길 옆의

로컬 도로에 고속버스가 지나간다.

몸이 불편하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순례길 걷기가 여의치 않는 사람들은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큰도시로 이동 하기도 하고 . . .

때문에

순례길을 걸으며

혹시나 귀국 날짜의 비행기를 놓친다거나

정해진 다른 일정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는

편리한 교통체계가

이 길위에 있기에

큰 불편은 없다는 걸 . . . .

빨강색 예쁜 덤프도

덜컹 거리며 지나가는 순례길

.

.

.

내가 수 없이 해찰하는 사이에

한 남자가 터벅터벅.,,,,, 그러나 빠른 속도로

나의 곁을 스쳐가며

부엔 까미노~

말 한마디 건넨다.

그리고 보니

작은 오솔길은 끝이 나고

큰 길로 이어지고~

노랑 화살표시를 따라 큰 길을 건너기 전

산티아고 순례길의 공식 표지판인

Camino de Santiago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더라는 옛말이 있었듯이

이 곳에서의 모든 길은

 산타아고로 통할 수 있다라는 신세계 버젼?

까미노 산티아고 표지판은

아무리 보아도 늘 반갑다.

내가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걷고 있다는

안도의 마음을 줌으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