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우리말을 캐러 다니는 우리말 심마니, 크리스탈입니다.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혔다
이런 표현 많이 쓰시지요?
그런데 이게 잘못된 표현인 건 모르셨을 수도요!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걸까요?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혔다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였다
박혔다-------------->박였다
놀라신 분들 계시죠? ^^
박다
박히다
박이다
우선은 이렇게 완전히 다른 단어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박다: 벽에 못을 박다. (능동)
박히다: 못이 벽에 박혔다. (피동)
여기까지는 아시겠지요?
박다/박히다===========능동/피동 관계입니다.
박 + 히(피동 토씨) * 다
박이다는 '박다'와 일단 상관이 없습니다.
당연히, '박다'의 피동형도 아닙니다.
여기까지 완전히 이해해 주세요!
박다/박히다=====(단발적이고, 의도적이고, 실제적인) 동작을 말합니다.
박이다======(생각, 태도, 관념, 버릇 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예문을 보시면 좀 더 이해가 쉽게 될 겁니다.
1. 막일을 오래 하신 아버지 손에 굳은 살이 (박여/박혀) 딱딱했다.
2. 선생 티가 (박인/박힌) 삼촌이 훈계조로 말했다.
3. 이사 들어 온 집 벽에 (박인/박힌) 못을 뺐다.
4. 결혼반지에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여/박혀) 있었다.
5. 이모는 틀에 (박인/박힌) 직장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힘들어했다.
6. 소나무 뿌리가 땅 속에 깊이 (박여/박혀) 있다.
7. 시골에 내려가 (박인/박힌) 이후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8. 어머니는 건강을 챙기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박히게) 말씀하셨다.
9. 아버지는 주말마다 등산하는 버릇이 몸에 (박여/박혀) 포기할 수 없다고 하신다.
10. '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이 가슴 속에 강하게 (박여/박혀)있다.
아, 더 헛갈리신다고요? ^^
5번, 8번, 10번이 헛갈리시지요? 솔직히, 저도 그래요!
제가 좀 더 리서치를 해 본 결과를 정리하면요.
특히, 8번같은 경우는 '못'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뾰족한 실제 못이냐, 아니면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못'에 비유한 것이냐...........에 따라 '박이다'나 '박히다'의 쓰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논란이 있나 봅니다.
현재, 사전에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가 맞다고 된 곳도 있고,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가 맞다고 된 곳도 있다 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니, 전문가들도 헛갈린다는 거군요?! ^^
저는 나름대로 이리 정리해 보려 합니다.
-그 말씀이 내 마음 속에 강하게 박혀 있다.
이게 좀 헛갈리는데요.
박히다/박이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순간적', '장기적'
그리고 '동작',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이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강하게 박혀 있다............는 어느 특정 순간에 박히는 동작/지점이 있었고, 그 다음에도 그게 뽑히지 않고 그냥 있는 상태. '그 말씀'을 들은 순간, 뇌리에 '박혔고', 그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상태요.(영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수동형' 상태)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여 있다..........는 어느 순간에 '박힌'게 아니지요. 오랜시간, 그게 이어졌고 그 결과물로 지금 '박여' 있는 거죠. 다시 말해, 굳은 살이 '박인' 구체적인 시점이 없습니다! 즉, '박이다'에는 '동작'이 약해요! 상태가 강하죠.
(영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현재완료' 상태 같은 것. 언제 동작이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상태가 중요)
차이를 아시겠는지요?
그래도 헛갈리신다고요? ^^
그렇다면 최후의 비책!
굳은 살이 박였다
인이 박였다
버릇이 박였다
('버릇'도 어느 한 순간에 박히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거니까요)
이 세 문장을 눈에 잘 익혀 두세요! 그 외에는 대부분 '박히다'입니다~.
생각은 어느 순간에 박힐 수 있습니다. 그렇죠? 그러니 '그 말씀이 내 뇌리에 선명하게 박혔다'가 되는 거죠. '박였다'가 아니고요. '선명하게 박히는' 것은 특정 시간/지점이 있는 표현입니다~.
나름대로 설명을 해보려 애썼는데, 이해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명이 부족했다면 양해 부탁드리고요~.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재도전!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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