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우리말을 캐러다니는 우리말 심마니입니다.
거덜나다
정말 자주 쓰는 말이죠?
좋은 내용은 아니니 이 말을 쓸 경우가 자주 생기지는 않길 바랍니다!
'거덜'은 무슨 뜻일까요?
거덜
국어사전의 뜻을 보겠습니다.
- 명사 재산이나 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
- -옷, 신 같은 것이 다 닳아 떨어지는 것.
- -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결딴이 나는 것.
이게 1번 뜻의 풀이입니다.
그런데 1번 뒤로 이어지는 2번의 뜻이 좀 낯서네요.
거덜
조선 시대에 사복시에 속하여 말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을 맡아 하던 종.
그러니까 '거덜'은 조선시대에 가마나 말을 맡아보는 관청에서
말을 맡아보던 하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거덜이 하는 일은 궐에서 행차가 있을 때 말이나 가마 등이 잘 움직여갈 수 있게
길을 트는 것입니다.
물렀거라!
사극에서 보면 임금님 행차 시 맨 앞에서 말 고삐를 잡고 이렇게 외치는 사람을 보셨죠?
거덜은 임금님 행차하시는데 그보다 앞에서 길을 터야 하니
얼마나 우쭐했을까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떠는 사람들을 모두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말이죠.
그렇다 보니, 거덜은 자연히 우쭐거리며 소리를 높이고 몸을 흔들었다고 합니다.
거들먹거리다
이 단어도 '거덜'과 연관이 있다고 하네요.
거덜- -- -나다
이 뒤에 쓰인 '나다'도 중요합니다.
병나다
화나다
생각나다
야단나다
이런 식의 접미사로 쓰인 '나다'가 아니고
'거덜- -나다'의 '나다'는 다른 뜻의 엄연한 자동사입니다.
나타났다<=====이 뜻입니다.
거덜- -- --나다=======>거덜이 나타났다!
그러면 '거덜났다'와 대체 이 '거덜'은 무슨 연관이냐고요?
거덜이 나타나 "물렀거라!" 소리치면 어찌 되나요?
뭔가 상황이 종료되는 느낌이죠?
뭘 하고 있던 간에 모든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동작을 멈추고
세상 모든 게 멈추고
임금님이나 고위관작 앞에 납작 엎드려 조용해져야 하니까요.
뭐라고요? 그 잘 살던 집이 거덜났다고요?
==>뭐라고요? 그 잘 살던 집에 '거덜이 나타나 잘 살던 상태가 종료'되었다고요?
굳이 풀어보자면 이런 뜻..............아닐까 합니다.
우리말, 참 재미있죠?
2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