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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날이 있다

엄마 나 그리고 내 아이 어떤 미시 (Cloee) 2019-1-28  13:58:27

팔을 천천히 올려서 귀에 붙여보았다.

팔 들기가 내게는 고난도 요가 같아 땀까지 흘리고 섰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나라인데 멀기는 외국 같아 내 아이 구경이 갈수록 쉽지 않으니 향내라도 맡자하고 전화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곤 

들리는 한 두 마디로 내 아이의 생각 물길을 찾아 잽싸게 노를 젓기 시작한다.

엄마 어떻게 지내세요? 하면

엄만 잘 지내 넌 어떠니

저도 잘 지냅니다. 건강은 어떠세요? 네가 잘 지내면 엄만 다 좋아.

그러다가 바쁘지 싶어 

"좋은 음식 먹고 깨끗한 잠자리에서 자거라" 하고 끝난다.

 

사실 이건 나와 노모도 그러하다.

혼자 계신 노모가 늘 염려인 나로선 통화 때 마다 건강은 어떠시냐 한다.

다른 말부터 해야지 하다 가도 사람 맘이란 게 쉬 감춰지지 않는 거고 대답도 한결같다.

일 년에 한두 번 얼굴이나 보여주는 자식이 여즉도 무에 그리 좋을까 싶은데

"네 덕분에 난 잘 지낸다. 아무 염려 마라 난 항상 좋다." 하신다.

들은 말이 있어 얼른 한두 곳을 꼭 집으면

"세탁기도 십 년 쓰면 고장 난다. 

80년 넘도록 사용한 몸이 이 정도면 감사할 일 아니냐"시며 

참으로 잘 만드셨다고 조물주 까지 칭찬하시니 노모의 뻔한 건강은 주치의와 얘기 하는 편이 낫다.

아마 나를 떠나실 그 날까지 노모는 한결 같으실 거다.

 

사람은 철이 드는 때가 있다.

혹자 왈 여자는 제 아이를 낳은 때이고 

남자는 아이를 기르면서 라 하다 아예 몇 가지 충족 사항을 만들어 남자 나이 43세 라고 한다.

고작 돌쟁이도 발육이 다른 판에 이런 일률적 적용은 남자들을 얼마간 화나게 할 일 아닌가 싶다.


계절의 변화에서 시작된 철이란 말이 지혜를 뜻함이 되기까지 때를 안다’ 라는 시점을 거쳤을 것이다.

일어설 때, 앉을 때, 버릴 때, 취할 때 ,엎드릴 때, 나아갈 때 같은 

사리 분별의 미묘함을 비로소 깨달아 행하기 시작하는 진행형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때에 맞게 제 구실을 하는 게 철이 든다는 건가 보다.

그러니 그게 언제 인가는 각자의 특이점으로 거슬러 보는 편이 더 쉽다.

 

일찍 집을 떠났던 난, 꽤 오랜 세월을 부모님을 뵈러 다녔다.

보고 싶은 부모님이란 말에는

나를 기다리는 한없는 관용과 사랑이 그 분들에게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 존엄에 필요한 것들, 그러나 그 누구도 주지 않을 것들이 값 없이 차고 넘쳐흐르는 곳이다.

뒤집어 말하면 세상 구경이 퍽이나 냉정하고 외로웠단 말이기도 하다.

나의 목 마름을 채우려던 귀향 길이 언제 부턴 지 나를 보여드리러 가는 길이 되었다.

나의 무탈과 나의 행복에 이상 없음을 확인 시키려 가는 길이 된 것이다.

 

세상에 부대꼈을 어느 날에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웃던 내 얼굴을 찬찬히 노모는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연하디 연한 눈에 지극한 위로와 안쓰러움이 그득 했다.

그 날 이후 노모는 딱 거기 계신다.

'내 새끼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 갈꼬.'

나도 가끔은 세상을 이겨볼라 고도 하고 

약게 피해보기도 하는데

노모에게 나는 순진하고 착해 빠져서 영락없는 뺏긴 놈 아니면 맞은 놈인 거고

앞으로도 그러하리 란 걸 안 무렵이 내 특이점 이었을 것이다.

 

그런 내가 언젠가 부터 입장이 뒤 바뀐채로 아이와 같은 대화를 하고 있다.

아이는 내 안부를 묻고 난 아이의 말투나 높낮이에서 내 아이의 무탈함을 점검한다.

그러고 별 다른 기미가 안보여야 오므라져 있던 봉오리 벌어지듯이 내 만사는 마냥 좋아지는 거다.

내 어머니도 그러셨을 것이다.

바다 넘어 들려오는 딸의 숨소리 하나로 내 새끼 무사한가, 어떤가.

조마조마하게 말투 하나 토씨 하나 쉼표 하나 헤아리셨을 것이다.

그러다 내 신상이 괜찮다 싶으면 거동도 쉽지 않은 팔 다리도 다 나아버린 듯 했을 것이다

누운 자리 휘 휘 걷고 일어나 마음만 이나마 새색시 친정 나들이 가는 듯 했을 것이다.

 

효자 효녀라는 단어는 자식이 안쓰러운 나머지 부모가 만든 허언 임에 틀림이 없다.

보이기는 하나 잡을 수 없고 

아름답긴 하나 닿을 수 없이 

어디서 어디로 내리고 섰는지도 모를 무지개 말이다.

효자도 불효자도 부모 혀 끝 에서나 나는 법이지......

철이 들고 또 들고 내가 부모가 되어봐도 이해 할 수 없는 무한한 에너지의 사랑이 자식 사랑이다.

이기적인 인간 어느 구석에 그런 게 있어 

무슨 힘으로 시도 때도 없이 솟아나선 조롱박 같이 옹졸한 속아지를 순식간에 바다처럼 넓힌다.

바다마저도 감당 못해 철벅 철벅 끝도 없이 흘러 넘치는 그런 사랑이다.

 

노모를 뵈러 가면 나는 종일 노모 눈앞에서 얼쩡거리며 떠나는 날 까지 딩굴 거리다 온다

연휴를 맞은 내 아이도 아침부터 일어나선 멀쩡한 제 방 놔두고 하릴없이 거실을 차지한다

앉았다 드러누웠다 놀다 먹다 하며 내 눈앞에서 뭉개다 간다.

노모는 애써 나를 방으로 불러들이지 않고도 

그리 보고 싶었던 새끼 얼굴 며칠 이 나마 눈에 꼭꼭 담으신다.

 

그러다 나 떠나면 

"효녀가 다녀갔다" 하실 거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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