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화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동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시작이다.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 모든 것인데...그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니.

뒤를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니 뒤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파왔다.

아직 내게는 '죽지 않은' 엄마가 있지만, 그래서 '엄마가 죽었다'는 말의 백만분의 일, 천만분의 일도 이해할 수 없지만, 말 만으로도 주체할 수없는 슬픔이 몰려오는 문장.

엄마가 죽었다.

힘들게 뒤를 읽어본다. 더 힘들어진다. '엄마'가 아닌, '아내'의 죽음에 커다란 슬픔을 안고 이고 지고 작아진 아빠. 아이는 '엄마가 죽었다'를 받아 들이지 못한다. "쳇, 잘 죽었네 뭐."하며 심통까지 부린다. 집 안 곳곳이 밴 엄마의 흔적, 체취를 아빠도 보내지 못한다. 아빠는 슬퍼하며 아이는 심통을 부리며 엄마를 보내야 한다.

그러다 무릎딱지가 생겼다. 무릎딱지가 너무 아프다. 너무 아파서 화가 난다. 심통이 더 난다. 그런데 아파도 울 수가 없다. 울면, 그 눈물 때문에 집안에 밴 엄마의 냄새가 창문 틈으로 다 빠져나갈 것만 같다. 울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있던 무릎딱지에서 딱지가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새 살이 돋았다.

문득, 아이는 아빠를 본다. 울기만 해서 보기 싫었는데, 아빠를 본다. 어른도 '죽음' 앞에서는 아이가 되는구나. 힘들다 힘들다 작아지는구나. 아이는 그 어른의 힘이 되어 주기로 한다. 아빠를 위로해주기로 한다.

토닥토닥, 아빠.

그리고 아이는 엄마를 배웅할 채비를 한다.  엄마 잘가. 아빠는 내가 지킬게. 그래서 나도 지킬게. 우린 함께니까. 다음에 또 만나. 우리가 다시 함께 되는 그날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