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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그림책

작은 존재들의 아름다운 유대-Bear Came Along Jean Lee (Idongwha) 2020-11-14  11:01:49

(다음 내용은 원서의 영어를 제가 대강 번역한 것입니다.
글자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고 추측한 것까지 포함된 내용입니다)

강이 있었어
강은 자기가 강인지 몰랐어

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곰은 강이 궁금했어
나무가지에 걸쳐 강물에 손을 담궈보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그만 강물에 빠지고 말았지

하지만 그게 모험의 시작인 줄은 몰랐어
곰은 부러진 나뭇가지에 올라타고 강을 따라 흘러갔어
개구리가 곰에게 올라탔어
거북이도 올라탔어
너구리도 올라탔어
오리도 올라탔어

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났어
동물친구들은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지
솟구쳐 오르는 몸을 서로 서로 붙잡아 주었어

아래로 떨어진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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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그림책.

스토리도, 메시지도 좋지만 색감이 정말 예쁘지요.


아이들에게 정말 강추하는 책입니다.

[어른이지만, 그림책]에 딱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정말 좋거든요.


곰이 강에 빠져 흘러 내려가면서

온갖 동물들이 또 출현하고(came along), 또 합세해서 같이 무언가를 이루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글 번역본으로 읽으시면 좀 다른 책을

읽는 듯할 지도 모릅니다.


밤에도 흐르고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었어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어느 날

곰이 강을 따라갔어


이렇게 시작되는데요, 원서는 좀 다릅니다


Once there was a river that flowed night and day,

but it didn't know it was a river...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아무도 모르는 게 아니라,

강은 자기가 강인지 모른다는 것 아닌지...


원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UNTIL bear came along.


곰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런데 한글 번역본은?


어느 날(until), 곰이 강을 따라 내려갔어(Bear came along).

이리 되어 있어요.


여기서 'came along'은 '나타나다(appear/show up)'의 뉘앙스같아서요.


번역이란 번역하는 사람의 주관이나 해석이 어느 정도 개입되기는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단지 언어만이 아니라 문화/정서 같은 것들도

조율해야 할 때가 많지요.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 물론, 원서의 모든 걸 살리고 보존하는 게 좋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이 그림책은,

밤이고 낮이고 흘러가면서도 스스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강이

곰이란 존재가 나타나 그 존재와 '닿으면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결과를 다루고 있어요.


곰이 강을 빠져 흘러가면서

온갖 동물들이 또 출현하고(came along), 또 합세해서 같이 무언가를 이루어간다는 이야기죠.

이후에 만나는 동물들이 '나타나는' 방법들이 저마다 독특합니다

개구리는 hop on

거북이는 show up

비버는 climb aboard

라쿤은 drop in

오리는 (be) crashed in

곰부터 다른 동물들 모두,

강을 따라 내려가기 이전에 먼저 '나타나기'를 하는 거죠.

존재의 출현말입니다.

'it didn't know it was river'

밤이고 낮이고 흘러가면서도 자기 존재를 스스로 알지 못하던 강.

그 강이 곰을 만나 곰에 의해 존재가 인지됩니다.

그 매개는 '그냥 궁금했어(be curious)'였습니다.

'궁금함(curious)'으로 시작된 존재와 존재의 '닿음'은 또 다른 존재를 만나고

받아들이고,

그러다 폭포를 만나고,

폭포 아래로 떨어지며 몸이 솟구치면서

다른 존재를 서로 잡아줍니다(hold on).

강이라는 존재.

강을 알지 못하지만 호기심을 느낀 곰.

그만, 강물로 떨어져버린 곰.

그 곰에 합류하는 다른 존재들.

그들 앞에 나타난 폭포란 고난, 시련, 장애물.

그들은 알지 못했지요.

서로가 연대할 수 있음을.

연대하면 폭포 따위 있어도 강은 원래 모습대로 아름다울 수 있음을.

그들은 그걸 비로소 알았습니다.

강을 만났을 때(강이 자신들 앞에 나타났을 때)서야 말이지요.

when the river came along.


​번역의 '오류'를 짚자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번역자도 많은 고심을 했을 테니까요).

다만, 원서로 읽었을 때 느껴지는 메시지가 그대로 살지 않을 때는 아쉬움이 있어서요.


원서로도 읽으시고, 한글도 읽어 보세요.


어쨌든 너무 좋은 그림책이라 어떤 식으로든 감동을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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