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눈보라는 북극곰이에요.
눈보라는 너무 배가 고팠어요.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 눈보라가 살고 있는 곳의 빙하가 점점 녹고 있었어요.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눈보라는 자꾸만 말라 갔어요.
마을 사람들은 눈보라같은 북극곰을 아주 싫어했어요.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눈보라가 위험한 일을 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북극곰을 그냥 두지 않을 태세였어요.
하지만 눈보라는 너무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위험한 줄 알면서도 마을로 내려갔어요.
마을로 내려간 눈보라는 마을의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버려진 신문에서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어요.
자신과 비슷하게 생겼는에 검은 털이 덮힌 팬더였어요.
팬더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였어요.
눈보라는 사람들에게 그만, 들켜 버렸죠.
놀라 달아나는 눈보라에게 사람들이 돌을 던졌어요.
눈보라는 도망을 가다가 흙을 뒤집어쓰고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흙투성이가 된 눈보라를 보더니
팬더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눈보라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고
눈보라와 사진을 찍기 위해 분주해졌어요.
눈보라는 행복했어요.
먹을 것도 많고, 사람들이 사랑해 주니까요.
과연 눈보라는 계속 팬더 행세를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계속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눈보라가 아닌 팬더로 눈보라는 계속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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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환경보호'와 '환경'의 소중함을 환기시켜 주고자
북극곰 '눈보라'를 매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이란 사회적 테마를 갖고 있으면서
또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철학적' 테마가 보입니다.
바로, 진정한 '나' 말입니다.
혹시 '리틀 빅 히어로'라는 영화, 기억하시는지요?
비행기 사고현장을 지나던 좀도둑 중년남자가 '얼떨결에' 사람들 몇을 구합니다.
그 중에 방송국 뉴스 리포터가 포함돼 있었죠. 사고당시 정신을 잃어 자신을 구해 준
남자를 알아보지 못해 그 남자를 찾는 기사를 뉴스 중에 내보냅니다.
그렇게 나타난 영웅은, 그 남자가 아닌 또다른 남자(앤디 가르시아 분)로
홈리스 트럭 운전수였어요. 외모가 그럴듯하고 언변/화술이 기막힌 트럭 운전수는
순식간에 '영웅', '천사'로 전미를 떠들썩하게 만듭니다.
그 때, 진짜 영웅인 더스틴호프만은 작은 사고로 유치장에 갇혀 있고요.
방송을 본 더스틴호프만은 우연히 만난 트럭운전수가 자신이 준 신발 한 짝으로
'영웅'이 되어 있는 걸 봅니다.
그러나 더스틴호프만은 나서지 않습니다.
그냥 그 트럭 운전수가 계속 영웅 코스프레를 하도록 놔 둡니다.
왜였을까요?
자신이 너무 작고 초라해서였겠죠. 그에 비해서요.
이미 트럭 운전사는 '영웅'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영화 제목의 'Little Big Hero'에서 누가 'little' 이고 누가 'big' 히어로일까요?
'눈보라' 그림책을 보다가 이 영화가 생각나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눈보라는 본의 아니게 팬더로 오해받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짜 '나'일까요?
키작고 볼품없고 돈도없고 집도 뭣도 없는 더스틴호프만은 자신이 '영웅'에 맞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그는 '나'를 지켰습니다. 그렇게 된 영웅은 껍질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지요. 본능으로 말입니다.
눈보라는 거짓을 하기 위해 팬더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했습니다.
그 또한 거짓 행복일 수 있지요.
저는 이 그림책을 읽고
지금도 혹시, 내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맞춰진 '나'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그림책의 주제나 테마가 그걸 다룬 게 아니라 하더라도 관계 없습니다.
책은 일단 독자에게 닿으면 독자의 것이니까요.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경험을 갖든, 그건 독자의 몫이니까요.
어른이지만, 그림책은 그런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림책 읽으며 행복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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