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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그림책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Jean Lee (Idongwha) 2021-7-6  13:34:18
함부르크 항구 근처의 북해(北海). 
시커먼 기름에 오염된 물결에 갈매기 한 마리가 힘없이 휩쓸려버렸습니다. 끈적끈적한 타르찌꺼기가 온몸에 묻어 숨구멍까지 막혀버린 갈매기.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육지로 날아가다 결국 함부르크 항구의 어느 집 발코니에 추락하고 맙니다.
그 때, 갈매기의 눈에, 마침 발코니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가 띕니다.

죽어가던 갈매기는 고양이 소르바스에게 세 가지 부탁을 합니다.
첫째, 갈매기가 낳게 될 알을 먹지 않고, 둘째 알을 잘 돌봐서 부화할 수 있게 만들고, 셋째 새끼 갈매기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가르친다고.

르바스에게는 몹시 버거운 약속이었지요. 하지만 소르바스는 항구에 사는 고양이들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하며, 세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합니다. 낯설고 힘든 상황에 부딪힌 소르바스는 항구의 고양이 세끄레따리요, 꼴로네요, 사벨로또도의 도움을 받습니다. 소르바스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알을 부화시키고, 태어난 새끼갈매기 아포르뚜나다와 함께 지내면서 온갖 난관을 극복해 갑니다.

그러나 새끼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는 세 번째 약속은 소르바스와 그의 친구들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요. 
소르바스와 그 친구들은 비행과 관련된 내용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내서 아포르뚜나다에게 가르쳐보지만 
열일곱 차례의 비행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결국 소르바스는 고양이 세상 밖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인간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죠.
그러나 “인간과 소통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고양이 사회의 금기 사항이었습니다. 마침내 항구의 고양이들은 소르바스에게 인간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고, 소르바스는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한 시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저녁, 항구의 고양이들과 시인은 새끼갈매기의 첫 비행을 위해 산 미겔 성당의 난간으로 향합니다. 첫 비행을 앞두고 두려움에 떠는 아포르뚜나다에게 엄마 고양이 소르바스는 말합니다.

“날개만으로 날 수 있는 건 아냐! 오직 날려고 노력할 때만이 날 수 있는 거지.”

마침내 아포르뚜나다는 난간을 박차고 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세차게 가르며 날아오릅니다.

아포르뚜나다를 바라보는 소르바스의 눈가에서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 방울들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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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은 '연애소설 읽는 노인'으로 유명한 라틴 아메리카의 소설가 세풀베다의 동화입니다.
우화라는 형식과 간결한 문체, 진지한 주제의식과 유머가 절묘하게 통일된 이 작품은 1996년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독일의 언론으로부터 “전체적으로 감동, 긴장, 교훈이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성인과 어린이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이야기”(쥐트 도이치 자이퉁)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양이 소르바스가 난생 처음 보는 갈매기와 뜬금없는 약속을 하고 
아기 갈매기 아포르뚜나다에게 날기를 가르친다는 내용인데요.

고양이 소르바스가 아포르뚜나다에게 하는 말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아포르뚜나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는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고양이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갈매기, 그리고 날아야 하는 갈매기의 운명-.
우린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에 관해 무심합니다.
타인의 운명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 '나'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데도 급급합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까리의 진정한 애정-.
이런 걸 왜 필요한 걸까요?
이런 건 왜 아름다운 걸까요?

고양이 소르바스의 말 중에 있는 것 같습니다. 

"너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구나."

같은 종류에게서, 같은 마음에게서도 물론 배우는 것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에게서, '다른' 타인에게서 배우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더 큰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요.

고양이 소르바스 덕분에 하늘을 날게 된 갈매기 아포르뚜나다-.

어떤 삶에 고양이 소르바스같은 사랑과 배려를 나눠주고픈, 
아름다운 여름입니다.

오늘도 한 편의 동화로 행복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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