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파봉 (지은이),마리아 지롱 (그림),고양이수염 (옮긴이),유지현 (해설)
이마주2018-11-15원제 : Inseparable
우리는 하나로 태어났어요.
클라라는 신발 가게 진열대 외에 놓인 신발 한 켤레에 마음을 뺏겼어요.
마음에 쏙 들었어요. 클라라와 신발은 그렇게 처음 만났어요.
클라라는 어디든 새 신발과 함께 다녀요.
노란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고 잔디밭 위를 함께 뛰어놀고 함께 신나게 춤을 추지요.
클라라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신발과 언제까지고 함께하고 싶어요.
그런데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고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면서 슬픈 일이 일어났어요.
클라라가 그리 사랑하는 신발 한 짝이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 버렸어요!
신발 한짝은 바람에 찢어져 버렸고 클라라에게서 떠나야 했어요.
신발 한 짝이 못 쓰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두 짝 다 버려야 했어요.
우리는 하나로 태어났어요.
알고 보니, 이 말은 클라라와 신발의 관계를 말한 게 아니었어요.
바로 신발 한 켤레, 즉 신발 두 짝이 서로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신발 한 켤레는 두 짝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졌어요.
한짝이 못쓰게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신발은 괜찮았아요. 둘이 함께니까요.
쓰레기통이 쓰레기차에 매달려 어디론가 갑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우리는 함께니까요.
신발 두 짝은 쓰레기장으로 옮겨졌고 아침이 되자 누군가 다가와요.
그런데 그 사람은 찢어진 신발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두고 성한 신발 한 짝만 가져가요.
자루에 담긴 신발은 소리쳐 외쳤어요.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하나예요! 태어난 그날부터 우린 늘 함께였어요!
그 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신발 한 짝을 꺼냈어요.
신발 한짝은 초록 양말 한 짝을 만났어요.
신발 한짝과 초록양말 한 짝은 곧 또 다시 버려질 생각에 절망하죠.
-우린 또 버려질 거야.우리는 짝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
아무 쓸모 없는 신발 한 짝과 역시 아무 쓸모 없는 초록 양말 한 짝,
이 둘을 가져 간 할아버지는 그런데 행복한 표정이에요.
할아버지는 신발과 양말을 깨끗하게 씻어요.
깨끗해진 신발 한 짝과 양말 한 짝은 새로운 한 쌍이 되어 예쁘게 포장이 되었어요.
둘은 새 주인을 만나요.
아이의 이름은 리타.
아, 리타는 사고로 다리 한 쪽을 잃고 그 아픈 기억을 가진 아이에요.
우리는 떨어질 수 없어요.
신발 한 짝.
양말 한 짝.
그리고 다리가 하나인 리타.
이 셋은 그렇게 만났어요.
그리고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됩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했던 신발 한짝과 양말 한짝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가 돼요.
당신은 혹시 오늘 당신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아니면 또 그렇게 생각하는 타인이 있나요?
아니면 그런 물건이나 존재가 있나요?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있을까요?
그 존재의 쓸모는 우리가 가치를 매기는 것 뿐이죠.
신발 한 짝이나 양말 한 짝도,
원래 생각했던 제 짝이 아니라
다른 짝을 만날 수 있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새로운 인연, 관계를 얼마든지 맺고
전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죠.
쓸모 없다고 생각한 어떤 존재의 쓸모를 다시금 생각해 보기로 해요!
그 존재의 쓸모는 '당신'이 만들어줄 수 있을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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