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내 아이만큼, 혹은 그보다 더 어리거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크거나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작았다. 아주 작았다. 지금의 내 무릎에도 닿지 못할 만큼 작았다.
눈코입도 작고 손도 작고 발도 작고 모든 게 작았다.
그러나 나는 작았던 나를 알지 못한다.
나는 작았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작았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부시게 쏟아지는 찬란한 봄날 햇볕을 맞으며 작았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꽁꽁 싸매고 있던 봉오리를 수줍게 펼치는 장미꽃잎을 만지며 작았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은 뺨에 살포시, 첫눈을 맞으며 작았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작았던 내가 했던 생각을 기억해 낸다면,
혹시 작았던 내가 느꼈던 느낌을 기억해 낸다면,
지금의 커진 내가...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작았던 나는,
내 평생 가장 순수했을 시간을 살았을 테니까.
내 안에서 아직도 나와 함께 살고 있을 아이.
그 아이를 잊고 살았다.
그 아이는 혹시,
나를 잊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이 가슴 한 구석에서, 아니 한 가운데
깊은 판화처럼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
혹시 그 아이를 향한 게 아니었을까...
그래, 만나러 가야겠다.
내 안의 아이를 만나러 가야겠다.
내 안의 아이를 만나러 가는
그리운 여정,
[어른이지만, 그림책]
1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