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sachusetts 주 아래 끝자락에 있는 Manchester-by-the-Sea, 주민수 5천여명 정도의 아주 작지만 이쁜 타운이란다.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이 곳이 배경이 된 동명의 영화가 이번 (2017) 오스카 베스트무비에 노미네이트가 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남주는 골든 글러브 남우 주연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올렸다.

 

연기잘하는 미쉘 윌리엄즈가 나온다니 살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벤 애플렉 동생도 나온단다.

벤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오래전 자주가는 파머스 마켓에서 지금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그의 아내, 제니퍼를 본 후로 마치 우리 서로 아는 사람인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 제니퍼가 들으면 뒷목잡을만한 착각이지만 - 이 영화가 더욱 궁금해졌다. 

 

극장을 가자니 귀찮고, 안보자니 궁금증이 솟아 온 몸이 근질거리는 찰라,

뭔 짓을 했는지, 남편이 컴퓨터를 들고와 티브에 연결하니, 짠하고 제목이 티비화면을 채운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보스턴에서 시작한다. 

겨울 보스턴, 눈이 쌓여있는 보스턴은 주말내 비가 온 엘에이를 하와이로 만들어버릴만큼 추워보인다.

그 추운데 한 남자가 이집저집 다니며 망가지고 부서진곳을 수리한다. 핸디맨이다.

근데 이 남자, 표정이 없다. 인상도 쓰지 않지만, 웃지도 않는다. 대화가 안된다. 사람과의 소통이 싫어보인다. 뭐지?

근무하는 회사 사장이 손님들한테 불만이 들어오니까 좀 잘해보라고 말하는데도, 너는 짖어라 난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그렇게 영혼없이 사는 와중에 한 통의 전하를 받는다.

형이 심장 마비로 갑자기 죽었단다. 그래서 간다. 그곳으로. Manchester-by-the-Sea.

자기가 나서 자라고 살았던곳, 동네 사람들이 서로를 다 아는 그 곳, 아마 살아서는 차마 다시 가고싶지 않았을 그 곳으로

형의 죽음이 그들 다시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는

절대 받아들일수 없는 역할을 제안받는다. 아니 역할이 주어진다.

죽은 형이 그에게 하나밖에 없는 자기 아들의 법적 보호자가 되어달라고 유언장에 써놓고 가버린거다.

도무지 영문을 알수없는 변호사앞에서 그는 자기는 절대 보호자가 될수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묘히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짜맞추기를 강요한다.

머리를 써야 이해가 될꺼라며 관객들을 이리저리 흔들어놓는다.

영화가 중반정도를 지나며 비로소 많은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이해가 되고,

주인공 남자의 혼빠진 무표정과, 그를 향한 전 처의 북받치는 서러운 눈물과 사과의 말들,

그리고 왜 보호자의 역할을 다른이에게 떠밀수밖에 없냐는 조카의 질문에 비명에 가까운 소리없는 절규로 답하는 그를 보며

관객들은 운다. 울 수밖에 없다. 가슴이 터질거 같다.

 

어찌 아직 살아있을까? 어떻게 숨을 쉴수 있을까?

실패로 끝난 자살시도끝에 그는 삶이라는 형벌을 받아들이기로 한건지도 모르겠다.

살아있으리라. 살아서 육신을 도려내는 아픔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매일 매순간 겪으리라 마음먹었는지도 모른다.

 

Manchester-by-the-Sea.

친구들이 있었고, 든든한 형과 그를 따르는 조카가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던 그 곳.  

그.리.고.

그 행복했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모두 무너져버린 그 곳에

다시 돌아온 그 남자

 

그래서 그는 전 처의 주체가 안되는 눈물도 사과의 말도 받아들일수 없다.

그래서 그는 하나밖에 없는 형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조카의 보호자가 절대 될수 없다.

자신을 절대로 용서할수 없으므로

그는 다시 자신을 삶이라는 형장으로 이끈다.

 

죽음이 아닌 삶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오늘도 그는 또 그렇게 살아갈것이다.

 

영화는 무겁다. 우울하다. 근데 동네가 너무 이쁘다. 아마 전형적이 동부의 작은 마을인거같다.

성추행 고소건만 아니면 오스카를 당장에 안겨주고 싶을정도의 연기를 해낸 Casey Affleck 에게 야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가 사생활에 신경쓰지 않겠다하면 남우주연상을 한 번쯤 점처볼수도 있을것 같다.

 

올해 오스카에는 예년보다 수작들이 많이 올라와있다.

이 영화도 그중에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Manchester by the Sea,

오스카 베스트 무비에 한 표 던진다.

* 이 해 (2017) 오스카 베스트 무비는 Moonlight 이 수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