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늦게

아주 오래간 만에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한안큼을 안고서 동네친구가 놀러왔다.

그간 남편 사업이 되네 안되네하며 걱정하던 친구고, 영어를 공부를 해서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익힌 친구다.

와서는 하는 말이 네일을 배웠다는 거다.

그간 열심히 공부해서 자겨증도 땄단다.

학원에서는 '최고령' 학생이었지만, 새벽 두시까지 코피 터져가며, 살이 15파운드나 빠져가며 공부를 해서,

필기는 단 한 번에 붙고, 실기는 두 번만에 붙었다고 했다.

남편의 뻔한 반대를 지레 짐작해

님편 몰래 학원을 다녀 자격증을 따고, 다 따고 나서 말했단다.

다운타운에서 두 달 인턴쉽도 하고, 이제는 동네에 있는 아주 잘나가는 네일 샵에 취직이 돼서 일주일에 4-5일 정도 일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한다.

늘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친구이기는 했다.

그리고 또 늘 끊임없이 뭔가를 공부하고 배우는 친구이기도 했다.

언젠가 자기는 노후가 확실치 않아 불안하다며, 뭘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던 친구가 이젠,

이 네일 일로 자신의 사업를 시작해보겠다한다.

그래서 가게를 내고 사업을 하려면, 네일을 알아야 할것같아서 공부를 시작하고 자격증을 땃다고,

지금도 꾸준히 온라인으로 공부를 한다고 - 네일 일이 알아야하는게 생각보다 많고 어렵다 - 말하는 친구를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친구다. 단 하루도 헛으로 사는 날이 없다. 

영어가 잘 안된다고 징징거리던 이 이가 네일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로만 듣고 공부하고, 시험도 영어로 봐서 단번에 통과해버리는걸 보며,

부지런한 사람만이 원하는걸 가진다는걸 다시한번 느낀다.

그리고 또 참으로 현실적인 친구다. 나 처럼 이러구 저러구 머리 속으로만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지 않는다.

일단 목표가 생기면 죽이되던 밥이 되던,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해보고 도전해본다.

이런것도 성격이라면 성격일거다.

천성이 부지런하니까, 현실적이니까 그럴수도 있을것 같다.

아니면 살면서 여러가지 일을 경험해봐선지 어떤것도 두려울게 없어진건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떻던 간에

나이불문, 분야불문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또 도전해보는 사람들,

어제

주름, 기미를 숨기지않은 얼굴에, 여기저기 올라오는 흰머리를 무시한채 질끈 묶은 머리를 하고도, 눈빛 만큼은 누구보다도 초롱초롱한,

내 앞에 앉아 있는 그 친구를 보며

그 얼굴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내가 버릇처럼 내뱉는 '나이가 많아서' '이 나이에 될까' 따위의 말들을 한참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친구,

늘 배우고 도전하는 그 이에게

언제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