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집에서 머물 시간이 길어진 반면에 머리에 여백이 없어져서  늘 시간이 없는 사람처럼

무언가에 열중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전에 써 놓았던 단편소설을 몇 회에 걸쳐서 올리려고 합니다.

제 자신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쓴 실화소설이니 심심풀이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허드슨 강변의 갈대숲에 서서

석양 무렵의 허드슨 강변은 아름다웠다.

키를 넘는 갈대 사이에 서서 어둠에 둘러 싸이는 맨하탄 야경을 바라보며 윤지는 내 눈길이 닿는 

어딘가에 민이 공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갈대는 보기에는 금방 꺾일 듯 연약해 보이지만 습지를 찾아 뿌리를 뻗어가며 서로서로 감싼대. 

 지금 바람소리가 들리지? 갈대가 노래하는 거야.’

그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만 해도 공항에 내리기만 하면 어디선가 그가 나타 날 것만 

같았다. 왜 말 없이 이사했나, 그동안 왜 연락을 안 했나, 어떻게 지냈나, 따위의 의미 없는 말들은 

하지 않고 묵묵히 맞아 줄 것만 같았었다.

케네디 공항에서 아빠를 만나 우중충한 뉴욕의 플러싱,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타운에 위치한 연립

으로 들어가면서 환영이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 좋은 집을 구할 수가 없었어.”

어찌 아빠의 잘못이겠는가? 가족이 다 모이게 된 것도 다행이지.

 윤지의 미국생활은 시작되었다.

 “윤지야 한 삼개월 정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맨하탄도 가보고 미국실정을 익혀야 해. 

 신문을 보고 영어 무료 강습도 받아. 플러싱이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살기는 아주 편하단다.”  

 윤지는 신문의 구인 광고란을 보며 직장을 구하는 반면, 낮에는 서브 웨이를 타고 맨하탄으로 

 가서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피부와, 눈동자, 머리카락색이 다른 이방인들 사이에서 그의 모습을 찾으려 했던 것일까? 

 그에게 헛된 희망을 품지는 않았지만 전혀 기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마지막 받았던 편지의 주소는 물론 찾아가 보았다.

 이 넓은 천지에서 어디에 가야 그를 다시 본단 말인가. 

 그를 꼭 찾고자 했다면 아주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먼저 종적을 감춘 것도 윤지였고 

  그로부터 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어쩌면 그는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한 번 쯤은 만나봐야 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