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는 민을 따라 탁구장이나 볼링장을 다니며 데이트를 했다.
여름이 해 그림자를 다 거두기도 전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원래 가을을 좋아하던 윤지였지만 이 번 가을은 더욱 풍요로움을 더 해줬다.
우수수 떨어져 밟히는 낙엽도 벌거벗어 가는 나무도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질펀한 갯펄을 따라 갈대밭이 펼쳐졌다.
바바리 코트깃을 세운 민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갈밭을 걸으며 시를 읊었다.
자작시를 짓기도 했다. 차츰 냉기를 더해가는 바람도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겐 무력했다.
석양빛을 반사하는 갈대가 금빛 물결을 일렁이며 속삭였다.
키를 넘는 갈대 속에서 대담해진 민이 윤지를 끌어안았다
맥박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윤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민의 뜨거운 임김이 입술에 와 닿았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다른 연인들처럼 첫 눈이 오면 만나기로 약속했다.
‘따르르릉’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깜빡 졸았나 보다.
수화기선을 타고 민의 음성이 들렸다.
“지금 뭐 해. 우리 약속 잊었어?”
“무슨 약속? 아까 낮에 만났었잖아.”
“창 밖을 한번 내다 보시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밖은 벌써 어둑 어둑한데 가로등에 반사되는 눈발이 소용돌이치듯
황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머! 첫눈이네.”
“지금 빨리 나와서 택시를 타고 경동으로 나와. 거기서 기다릴께”
눈은 점점 더 쏟아져 내렸다.
전면이 유리로 된 2층 커피숖은 연인들로 꽉 차 있었다.
뜨거운 커피로 몸을 데우고 거리로 나갔다.
머리며 어깨에 금방 눈이 쌓여 어둠속에 민이 눈사람처럼 보였다.
“우리 눈사람 만들자.”
하얀 눈밭에 오종종 발자욱이 찍혔다. 키가 큰 민이 눈사람이랑 아담한 윤지 눈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
“햇볕이 나면 녹아 버릴텐데……” 윤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아, 땅속으로 스며 들었다가 하늘로 올라가 겨울이 오면 다시 흰 눈으로 내려올거야.”
속삭이며 민이 윤지의 어깨에 쌓인 눈을 털어 주었다.
파랗게 얼은 입술에서 뜨거운 김이 호오호 새어 나왔다.
민이 윤지의 차가운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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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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