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집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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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손에 묻은 설거지 비누를 물을 틀어 씻어내고

싱크대 앞쪽에 걸어놓은 수건에 손을 후다닥 닦고는

전화기가 있는 거실 티브이 장으로 뛰듯이 빠르게 걸어가 전화기를 들고

바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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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네... 네... 맞습니다. 제가 바비 엄마예요.

....... 아... 네 그거요?

그건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점이에요. 화상 아닙니다 ㅎㅎ

아이 가슴팍에도 같은 붉은 반 점이 있지만 약간 엷은 색이에요

네... 네~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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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매년 있는 연중행사 같은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그러려니 하며

받고는 늘 같은 대답을 하고는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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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가 되면 담임선생님은 미리 알려드려서 알고 있지만

PE 선생님이나 Sub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한다.

아이 손에 붉은 반점이 있기에 여름엔 화상이 생긴 것 같다고 하고

겨울엔 동상이 생긴 것 같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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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 네 살이 되고 Pre-K에 들어가면서부터 늘 걸려오는 전화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고 전화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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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 손에 있는 점을 보고 전화를 한 날

아이가 집에 와서는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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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왜 이런 점이 손에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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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건 아마도 신이 너를 특별히 축복해 주셔서

피아노를 잘 치는 네 손가락에 이렇게 점을 만들어 주셨나 보다 ㅎㅎ

그리고 네 가슴이 따듯하니 그 가슴도 기억해 주시려 예쁜 점을

네 가슴에도 만들어 주신 것이고~

그러니 예쁜 손으로 피아노 소리 예쁘게 내어보자~

그리고 사실 엄마도 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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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어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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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왼쪽 허벅지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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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게 있는 붉은 반점은 화상의 흔적이다

어린 시절 아궁이에 불을 피워 난방을 하던 우리 집 안방 아랫목에서

잠이 들었는데 맨바닥에서 자다가 화상을 입고 난 후

왼쪽 허벅지 위에 붉게 흉터가 남아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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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뭐 잘 하라고 만들어 놓으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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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엄마는 울 아들 잘 업어주라고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 주신 표시 같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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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기가 갖고 있는 점을 창피해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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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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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후 집에 온 아이가 나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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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커요? 반 애들이 내 머리가 크다고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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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는 네 머리가 다른 아이들보다 큰 것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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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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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으며 반 아이들이 웃은 것에 풀이 죽은 아이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엄마 생각에는 우리 아들 머리에 좀 더 많은 용량이 들어가 있으라고

뇌가 조금 더 들어있지 않을까? 그러니 머리가 조금 더 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 아들이 요래요래 똘똘한 것 아닐까?

엄마 생각은 그런데 우리 아들 생각은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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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씩~ 웃으며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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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며 아이와 함께 웃었다.

아이가 그 당시 4살이었다.

유전학적으로 인종적으로 어쩌고저쩌고 이야기하기엔 아이가

어렸기에.. 아이에게 충격이 덜 가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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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한국아이가 별로 없었다.

어릴 적 미국 백인 부모에게 입양이 된 아이가 한 명 있었고

한국 엄마와 백인 아빠가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한국 엄마는 이발사였는데, 같은 한국 사람인 나와 별로 친하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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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커가면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기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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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이가 피아노를 칠 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내 친구들과 아이의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을 집으로 초대를 해

작은 콘서트를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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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피아노 칠 곡 목차와 순서를 종이에 써서

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정장을 갈아입고 피아노 연주를 마치며

모두들 칭찬을 해주고 미리 부탁한 친구의 남편은 컴퓨터로 상장을

만들어 프린트를 해 와서는 상장을 아이에게 수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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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며 음식을 먹으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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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엔 피아노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얻어

매년 말 크리스마스 전에 아이들을 모두 모아 교회를 빌려

교회에서 콘서트를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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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많이 없었던 아이를 위해 피아노 치는 아이를 응원해 주려

작은 이벤트를 해 주었던 것이다.

아이는 매우 좋아했고 열심히 피아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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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라가며 자기가 갖고 있는 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매년 물어보는 새로운 아이들에게 태어날 때부터 있는 점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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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이에게 말한 것처럼 아이는 악기 연주를 잘 했고

똘똘하고 마음이 따듯한 어른으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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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아이는 23살이 된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지나가는 시간을 잡아둘 수 없기에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그 시간들이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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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과 다른 점이 많은 ADHD, Asperger Syndrome Disorder를

갖고 있는 아이라고 힘들다고 투정을 하며 보낼 것인지....

아이를 응원해 주며 너는 특별한 아이라고 칭찬을 해 주며 보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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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아이의 생일이 돌아오니 아이를 보러 가야겠다.

My Very Special Unique Gift from God.

내가 아이가 어렸을 때 불렀던 아이의 긴 별명을 다시 불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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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은 큰아이를 부를 때

My dear proud son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