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국에 사는 중학생 남자아이를 키우는 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언니가 속이 많이 상해 하소연을 하는 거에요.

한국에서 일반 중학교를 다니는 발달장애 2급의 경증 유사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인데 특수학교에 보내려고 했지만 특수학교에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받아주질 않는 바람에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며칠전 아들과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바깥이 추운 요즘이라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겉옷을 입은 채로 부산스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를 보고 옆에 앉아 있던 어르신이 다가와서는

"얘 경인학교(동네에 있는 특수학교) 다녀요?" 이렇게 물어 봤대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언니는 "아닌대요? 왜요?" 이렇게 되물었답니다.

"내가  이런애들 잘 알아~ 내가 저런애들 돌봐주는 봉사를하거든~"

기분이 확 나빠진 언니는 대꾸를 안하고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며

앉아서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집으로 왔지만 상한 기분이

풀리지 않아서 아직도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아이구.... 언니 화가 많이 났구나... 에궁~ 어째..

그래서 그냥 밥만 먹고 집에 온거야?"

물어보니 언니는 뭐 어쩌냐고 그럽니다.

그러면서 "저런 마인드로 무슨 봉사를 하냐고, 아픈 아이들에게 이런애 저런애라고 부르면서

무슨 봉사를 할 수 있냐고!!"

그래요, 이런 상황에서 엄마들은 화가 날 수 있어요.

나의 귀한 아이에게 이런, 저런 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부르는 것도 기분 나쁘고

아이가 바깥에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면으로 눈에 띄이는 것도 기분 나쁠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 엄마들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화가 난 상태에서 키우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화가난 부모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화를 내는 것을 먼저 배우거든요.

이제부터 제가 언니에게 해준 말입니다.

언니, 내가 언니였다면 나는 이렇게 했을거야. 우선 그 자리에서 어르신이 

"내가  이런애들 잘 알아~ 내가 저런애들 돌봐주는 봉사를하거든~" 이렇게 이야기 했을 때

"아~ 그렇군요, 좋은 일 하시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리애가 이렇게 부산하게 돌아다닐 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조언을 해 주실 수가 있을까요?"

이런식으로 어르신과 이야기를 할거야.

만약 조언을 받는다면 좋은 것이고 또 조언을 받지 못해도 내가 잃을 것은 없지만

혹시 조언을 못받는다면 그 어르신이 또 어디가서 봉사를 운운하며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 순간 언니가 기분이 나쁜 감정을 아이에게 보일 필요도 없고말야.

언니가 기분 나빠하면 아이는 '아~ 엄마는 나를 창피해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부정적인 마음이 들어올 수 있어.

그리고 아이에겐 따로 이야기를 할거야.

식당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니 앞으로는

식당에 들어가면 자리 앞에서 옷을 벗고, 자리에 앉아서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린 후

밥을 먹고 나오는 것이 예의라고 이야기를 해 주어야겠지?

여기에서 언니는 가르쳐 봐야 이럴 때 뿐이라고, 또 시간이 지나면 또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또 제자리로 돌아가지, 당연한 것이야.

그러니 앞으로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에게 식당예절을 이야기 하고,

식당에 들어가서도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거야~

"지후야~(가명입니다) 지금 우리는 식당에 걸어 들어가서 밥을 먹을 건데~

식당에 걸어 들어가선 의자 앞에서 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고 앉아서

밥이 나오는 것을 기다린 후 밥을 먹고 옷을 입은 후 식당에서 걸어서 나갈거야"

식당에 들어가서 옷을 벗지 않고 돌아다니려 한다면

다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해 줘야겠지. 그리고 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면

"참 잘했다. 의자에 옷을 잘 걸어두네~~ 역시 지후는 잘 하는구나!!"

한가지 한가지 아이에게 칭찬을 해 줍니다.

식당에서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혹시라도 다른사람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는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쳐야 하는 엄마이고 다른 사람들은 제3자 입니다.

사실 이런 식당 예절은 중학생이 아닌 조금 더 어릴 때 끝내야 하는 것이지만

중학생도 늦지 않았어요. 조금 늦게 가르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큰 아이에게 행동교정을 가르치는 것은 어린아이보단 힘들어요.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해도 평생 살아가며 필요한 식사예절은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합니다.

저는 제 아이를 키울 때 이렇게 했어요.

주로 식사는 집에서 했습니다. 바쁜 날은 주로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 가서

먹기도 하고 시간이 빠듯한 경우에는 차안에서도 먹었죠.

하지만 일주일에 한 날을 정해 식당에 갔어요.

예를들어 목요일 저녁이나 화요일 저녁이고 가족 모두 함께 가는

가족외식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아이들만 데려갔고 남편은 동행하지 않았어요.

이유인즉슨, 우선 남편의 성향이 차분히 앉아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훈육을 시키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했어요. 어린아이 대하는 것을 힘들어 했거든요.

그래서 주중에 한날을 정해 그 날은 외식을 하는데

매주 같은 날 외식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에게 루틴을 만들어 주어 아이가 그날은

식당 예절 교육을 받는 날 이라는 것을 인지 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식당에서 잘한것은 칭찬을 해 주고 고칠것은 잘 봐두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예를들어 식당으로 뛰어들어가는 경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식당에 가기 전에 충분히 걸어 들어가는 것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과 써비스를 해 주는 써버분들에게 땡큐라고 이야기 하는 것등등을

미리 이야기 해 주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 들어간다면(아이들은 매우 잘 잊어버립니다)

뛰지 말아라!    라고 이야기를 하는 대신 "엄마랑 손잡고 걸어가자" 라고

말을 하며 손을 잡고 걸어가세요. 그리고 식탁을 배정받으면 아이를 안쪽으로

앉혀주세요. 식탁은 될수 있으면 벽과 붙어있는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시고

아이 교육을 위한 것임을 식당에 알려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안쪽으로 앉으라고 이야기 하고 아이가 앉으면 칭찬을 해 주세요.

아이가 메뉴를 볼수있게 도와주고 어떤 것을 먹을지는 메뉴에서 엄마가

먼저 두세가지 생각해 둔 뒤에 아이에게 오늘은 이런 것 어떨까? 라고

물어보며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해 줍니다.

어떤 식당에 갈 것인지는 미리 계획해 두어야 하고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을 것인지도 미리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커다란 달력에 첫째주는 닭고기, 둘째주는 돼지고기 뭐 이런식으로

써 놓으면 아이가 이해하기 편하고 엄마도 편합니다.

그래서 닭고기를 먹는 날 닭고기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서

닭고기 메뉴중에 두세가지 정도를 고른 뒤 아이에게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면

아이는 여러가지 메뉴중에 골라야 하는 고민을 덜을 수 있고

엄마는 오랬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죠.

그리고 아이는 본인이 먹을 것을 메뉴중에서 선택을 한 것이니

자기의 의견이 존중되었다는 것에 만족을 합니다.

이런식으로 매달 계획도 아이와 함께 하고 그 계획을 실천하면서

아이에게 계획을 할 수있는 능력도 함께 가르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면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고

나중엔 어느 식당을 갈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어요.

이런 식당 나들이는 아이가 유치원때 부터 중학생이 되기 전 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선 더이상 식당예절 교육이 필요 없어 졌어요.

종종 식당에서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갖고 몇년 동안의 큰 계획을 만들고

그 큰 계획에 맞춰 작은 계획을 실천해 나가면 어느 순간

아이가 큰 계획의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라는 모습이 보일 것 입니다.

그리고 언니에게 다시한번 강조한 것은 기록을 하라는 것 입니다.

매일매일 일기는 쓰지 못해도 육아일기 쓰듯이

어느 곳을 다녀왔고 아이가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기록을 해 두면 혹시라도 전에 어떤 교육을 했을 때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지

또 앞으로 어떤 것을 가르쳐야 될지를 알게되니까요.

기록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발달장애 아이들은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기록이 힘들다면 녹음이라도 좋으니 시작해 보세요.

언니와는 다음주에 다시 통화를 하기로 했어요.

우리 지후가 다음주엔 식당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