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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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픽업하러 학교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선생님과 함께 나오는 아이를 만나 차로 데려와서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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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길, " 오늘 하루는 어땠니?"

아이는 늘상 비슷한 물음에 "좋았어요"

짧은 대답이 돌아오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점심은 맛있었니?"

"네"

"친구들과는 잘 지냈니?"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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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물음에 아이는 네 또는 아니오로 대답을 하지만

거의 비슷한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네라는 짧은

단어로 끝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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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아이가 간식을 먹고 있으면

엄마는 아이들의 알림장을 들여다보고

갈아입은 옷을 세탁실로 가져다 놓던가

숙제가 무엇인지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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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고 방과 후 체육 활동을 하거나 음악을 하는 경우

아이를 운동을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거나 레슨을 받으러

데려다주고 방과 후 활동이 끝나길

기다린 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저녁을 주고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고

씻고 잠들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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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렇게 바쁜 일과를 제대로 소화 시켜 주지 못할 경우

엄마는 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재촉을 하거나

재촉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도, 엄마도 서로에게 맘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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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운동이 끝나자마자 악기 레슨을 한 후

도서관이 문을 닫기 전에 책을 빌리러 다녀오느라

저녁 식사가 늦어지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늦어지느라

더 맘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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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이 같은 과정을 거쳐가며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아이와 대화를 좀 더 활발하게 능동적으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느긋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좀 더 말을 잘 들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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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한참 고민을 하다가 상담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바쁜 건지.... 왜 이렇게 조바심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아이와의 대화는 너무 짧고 어떤 것을 이야기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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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아이들끼리 다투기라도 하면

금방 성질이 올라와 화를 내는 무서운 엄마가 되니

정말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고 하루하루 자괴감이 밀려온다고

이야기를 하니, 상담 선생님이 나를 가만히 보더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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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방과 후에 하는 것이 몇 가지나 되지요?"

"악기야 원래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한 것이고, 운동은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아이라

시켜야 할 것 같고, 책을 떼에 맞춰 읽게 해야 하고, 숙제는 당연히 해야 하고

상담도 정기적으로 해야 하니 당연히 바쁘죠."

​

" 무엇 때문에 아이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것이죠?"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아이가 피아노에 재능이 있어서

정말 잘 해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세계를 누비는

멋진 연주자가 되면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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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피아노 반주를 하는 집사님이 다섯 살 때부터 가르쳤는데

정말 잘 한다며 가능성이 보이는 절대음감이 있는 아이 같다고

칭찬을 많이 하셨다.

흥분이 된 나는 아이가 미래에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를 하며 사는 아이의 멋진 미래를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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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선생님의 물음에 그때의 흥분감이 아직도 묻어나는 채로

격앙된 어조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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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무엇 때문에 시키는 것이죠? 운동 신경도 없다면서...

이유가 있나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 아빠는 아이와 운동을 함께 하고 싶어 해요.

함께 공을 던지고 차고 뛰어다니는 것이 꿈이랍니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뚱뚱해서 운동이라도 시켜야 할 것 같아서요"

"아빠가 아이와 함께 운동을 자주 하나요?"

"아..... 아직,,,, 그건 못하고 있어요. 아이가 아직 운동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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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빠는 온갖 운동을 좋아해서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엔 게임기로 각종 운동을 한다.

풋볼 시즌엔 풋볼을, 야구 시즌엔 야구를, 농구 시즌엔 농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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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느라 아이와 실제로 운동을 함께 해 본 적은 거의 없고

아이가 운동을 잘 하지 못하니 함께 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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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악기는 엄마 때문에... 운동은 아빠 때문에 하는 것이군요,

아이가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방과 후 바쁘지 않고

느긋하게 보내려면 엄마도 아이도 느긋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계속 바쁘니 아이와 대화를 길게 할 시간이 없고

엄마는 지시를 하고, 따를 지시가 너무 많은 아이는 당연히

힘들어질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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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아이와 어떻게 하면 좀 더 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길게 하는 기술은 아이의 말을 잘 듣고

그 말에서 힌트를 얻어 돼 질문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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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이렇게 끝이 났고, 하교를 한 아이에게 물어보니

혼자 피아노 치는 것은 재미있고 단체로 운동을 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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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면 아이의 스케줄을 단순하게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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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아이니까 피아노 레슨을 줄일 수는 없으니

피아노 레슨은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을 하고, 운동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보자. 도서관은 일주일에 하루 상담은 그대로 일주일에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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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은 피아노 레슨을 한다면 화요일 목요일은 상담을 하고

금요일엔 도서관에 갔다. 레슨은 45분에서 1시간 정도를 하고

상담은 그대로 45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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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과를 재편성해 보니

아이는 새벽 4시 45분경 일어나 얼굴을 씻고 머리를 빗은 후

5시부터 6시까지 거의 매일 피아노를 쳤다.

6시엔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7시 45분에 시작을 하는 학교에 7시 10분쯤 데려다주면

7시 15~25분 사이에 학교에 도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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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15분에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을 해서 집에 오면

3시 20~30분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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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고 조금 쉬고 나서 4시쯤 피아노 레슨을 가면

보통 5시쯤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운동 삼아 함께 걷고 씻고 나면

6시 반에서 7시 정도. 그때 숙제를 하고 책을 읽고 8시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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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저녁 8시경 이면 잠이 들었다

상담 시간도 비슷한 시간이고 도서관에 가는 시간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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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루의 일과가 거의 대부분 비슷했고 특별한 다른 스케줄은 별로 없었다.

그중에 하루는 외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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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그만두니 일찍 하루를 마무리해서 시간에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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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토요일에도 운동을 하거나 레슨이 밀리면 충당을 하느라

토요일까지 바쁜 날이 있었는데 스케줄을 재정비하니 토요일엔

아이를 쉴 수 있게 했고 종종 캠핑을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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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혹시라도 레슨을 못 하게 하면 그냥 그 주엔 레슨을 한 번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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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아이를 픽업하며 "오늘 하루는 어땠니?"

늘 같은 질문이다.

"좋았어요." 아이는 대부분 좋았다고 한다.

" 어떤 것 좋은 하루를 만들었니?" 이번엔 엄마가 돼 묻는다.

"음... 제이콥이랑 노는 시간에 잡기 놀이를 했는데 그게 재밌었어요."

"제이콥이랑 노는 시간에 잡기 놀이한 것이 재밌었구나?

어떤 식으로 잡기 놀이를 하는 거니? 잡기 놀이 룰을 얄려줄 수 있을까?

엄마는 궁금하다."

" 술래가 되면 잡으러 가는 건데 제이콥이 도망을 가면 내가 잡고

내가 도망을 가면 제이콥이 잡으러 와요."

"아~ 그렇구나? 오늘은 누가 술래를 했니?"

"돌아가며 했는데 내가 한 번 더 술래를 했어요"

" 아~ 그렇구나 재미있었겠다. 다음엔 우리도 같이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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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식으로 말을 늘려가며 하는 것인데

점심은 어땠니? 이런 질문에도 아이가 "좋았어요"라고

단답을 한 경우, "무엇이 좋았니?"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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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때 아이가 한 말을 반복해 주고 엄마의 질문이

추가되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의 말을 경청했다는 것에 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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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가 자유롭게 쉬는 토요일에 함께 잡기 놀이를 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는 룰을 알려주며 설명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놀이를 이끌었다는 것에 리더십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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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일과가 바쁘고 스케줄이 많으면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아이들도 정말 중요한 것만 짧게 하는 것이 좋고

매일매일 비슷한 스케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를 좀 더 안정된

틀 안에서 키울 수 있으니 부모도 아이 키우기가 좀 더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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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며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일과를 보냈는지 알게 된다면 아이를 이해하기가 좀 더 쉬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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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 쭉 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에요.

한번 익숙해지면 아이와의 대화도 늘어나고

대화가 늘어나면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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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랑스러운 소중한 아이와 즐거운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