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들이 태어난 것은 23년 전 파릇파릇 새 순이 돋아나는 싱그런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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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처음으로 내게 찾아왔을 때 나는 스물한 살 어린 계집아이였는데...

그 당시 스물네 살 어린 군인이었던 남편과 함께 살지도 못하던 그런 시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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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우리가 결혼을 했을 당시 우리 집에서 의정부로 나오는 아이보리색에

연하늘색 줄이 쳐 있는 1번 버스 맨 뒷자리에 함께 앉아 내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했었다.

결혼을 했고 함께 살면 내가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잡고 커리어를 쌓아

함께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같이 즐기며 살고 싶다고,,,, 그러니 아이는 늦게 낳자고 했다.

아니면 낳지 않고 우리끼리 사는 것도 더 좋다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이 남자가 좋아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이 남자의 눈만 쳐다보며 좋아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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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도 나는 이런 남자의 계획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아이를 덜컥 임신을 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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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나는 이 남자와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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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물한 살....

어린 계집아이는 임신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어쩌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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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많은 언니에게 함께 산부인과에 가 보자고 했다.

스물한 살 그리고 스물세 살짜리 여자애들이 산부인과에 가서

내가 아기를 갖은것 같으니 검사를 해 달라고 접수실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접수하는 두 명의 아가씨가 나를 보고 서로 얼굴을 마주치며

나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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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랑 잠은 자 봤어요?"

"음...... 네,,,.? "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작은 통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주면서 내게 말했다.

"아.... 네.. 그럼 이걸 드릴 테니 화장실에 가서 소변 받아 오세요."

나는 담담히 통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받아다 접수대에 주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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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리고 있는데 방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방에 들어가니 하얀 가운을 입고 여자의 자궁 모형이 놓여있는

책상 너머에 앉아 있는 의사로 보이는 여자와 그 여자 옆에

간호사복을 입고 연 파란색 카디건을 입고 머리에는 캔디캔디에서

나오는 간호사들이 머리에 얹고 있는 햇볕을 가리지도 못하는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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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세요."

아무런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는 목소리로 방으로 들어간

나에게 의자를 가리키며 손짓으로 여기에 앉으라고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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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걸음 걸어 들어가 의자에 앉으니

간호사가 의사에게 차트를 준다.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것처럼 서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소곤소곤 주고받더니 책상 넘어 의사가 나를 보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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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입니다. 아기 낳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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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스물한 살짜리 계집아이는 당황을 했다.

무슨..... 의사가 이런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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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임신을 했다는 것은 축하받아야 할 일인데....

낳을 거냐고? 당연히 아기가 나를 찾아왔으면 낳아야지 무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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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히 의사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네"

의사는 대답을 당당히 하는 어린 여자 애인 나를 보더니

"결혼은 하셨어요? 아기 아빠는 누군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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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런 사람이 의사인가? 산부인과 의사 맞나?

"네 결혼했고요. 아기 아빠는 내 남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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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버렸다.

로비에서 기다리는 언니를 보고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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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엔 휴대폰조차 없던 시절이라 남편이 일을 하는 부대에 전화를

걸어 나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했다

조금 있다 전화가 왔고 나는 만나자고 했다.

평일에는 만날 수 없으니 주말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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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내에서 만난 우리는 함께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를 사 먹고

육거리에 있는 길거리 떡볶이집에 가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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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집으로 1번 버스를 함께 타고 오며 어린 남편에게

어린 아내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한다.

벌써 의사에게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나는 남편이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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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아기가 생겼어."

고민고민을 하다가 그냥 이야기를 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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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의 정적이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듯하여

이 남자 또한 찾아온 아기를 싫어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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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녀왔었어? 검사해 봤어?"

"응,,,, 병원에 며칠 전에 다녀왔고 임신 맞대."

"그럼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병원에 가보자. 오늘은 토요일이니

월요일에 군인병원으로 가서 검사해 보자. 나랑 함께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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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하게 그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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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월요일,,,, 의정부역에서 만나 함께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선 피를 뽑고 검사를 한 후 임신이 맞는다고 하더니

축하한다며 여기저기서 얼굴도 한번 본 적이 없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웃음을 띠며 축하해 주며 의사는 약 처방전을

나에게 주며 그것을 들고 약국에 가서 비타민과 철분을 받아 가고

두 달 후에 다시 오라고 하며 그때 초음파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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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으로 가는 길....

남편은 나를 보며 처방받은 약을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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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어린 엄마 아빠가 되었다.

내 나이 스물셋이 되기 2주 전에 아기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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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축복받지 못한 체 태어난 아기는

산후 우울증이 생긴 어린 엄마로 인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도

젖을 먹고 똥을 싸고 우렁차게 울며 잘도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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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백일이 될 무렵.

나는 산후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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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축복해 주지 않았던 이 아이가 너무나도 불쌍해 보이며

아기에게 나부터 축복을 해 주어야지....

나라도 사랑을 듬뿍 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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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니 아기가 너무나도 예쁘게만 보였다.

아기의 눈짓 손짓 발짓 모든 것이 예뻤다.

아기는 뒤집기도 빨랐고 기어가기도 하기 전에

뒹굴러 다니며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더니

9개월 체크업을 갔는데 의사의 말로는 아기가

너무 뚱뚱해서 걷기가 힘들 것 같으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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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다이어트 종이를 주었는데 영.... 나와는 맞지 않는 다이어트였다.

아기는 연신 배가 고프다고 울어대는데 무슨 다이어트를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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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9개월 2주 차에 갑자기 일어나 걷는 것이 아닌가?

의사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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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이는 자라고

또 동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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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이 키우기에 별로 협조적이지 않았었다.

이유인즉슨, 본인은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아기를 낳아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기에 아기를 낳고 싶었던

내가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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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아이들을 낳았으니 내가 키워야 하는구나...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우리는 10년이 넘게 살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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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에게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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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힘들어졌다.

아이를 낳지 말자고 했는데 왜 애들을 낳아서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며 가정을 꾸려 나가야 하느냐....

나는 군인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가정이 생기니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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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나가려고 하니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살지 막막해진 남편이

나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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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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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미안해하며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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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화를 내는 남편에게 내가 화가 나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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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왜 내 탓이야!!

애들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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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당신과 결혼을 한건 아니잖아

함께 결혼하고 함께 아이를 낳았으면

함께 선택한 것이지 그게 왜 나만의 잘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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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낳은 것을 후회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오히려 나의 아이들로 태어나 준 것을 고마워하지.

이렇게 예쁜 아이들로 나에게 와 주었는데!!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당신과 내가 선택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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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아이는 ADHD 와 Asperger Syndrome Disorder로

키우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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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이혼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혼을 하기엔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보단 필요였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편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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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떨어져 살았다.

남편이 타국으로 발령을 받아 2년 동안 떨어져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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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하기로 했다.

수동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삶보다

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내게 찾아와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아버지인 나의 남편을 사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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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읽은 성경 구절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구절을 읽고 난 후

내 이웃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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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니고

함께 선택한 삶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결혼을 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었고

우리가 아이들을 낳은 것은 우리의 선택이고

우리가 아이들을 입양을 한 것 또한 우리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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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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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이 아냐.

내 잘못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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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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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최우선으로 사랑해 주고 보듬어 주고 토닥여주고

나의 사랑이 필요충분조건을 넘쳐나게 맞춰준 후

더 남는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흘려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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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나라도 채워주자.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못한다면 나라도 돌봐주자.

나를 정신을 시들어 죽여가며까지

타인을 돌보는 것은 나에게 못할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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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야 세상이 보이는 것이지.

내가 살아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고

내가 살아야 가정이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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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탓이 아님을 선언하고 난 후

죄책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좋은 꿈을 꿀 정도의 깊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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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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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행복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