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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잊지 못할 선물 yeon seo (yeonseo) 2020-12-24  09:48:49
도서관 기둥서방(내 남편의 처음 호칭)으로 지내다가 어느 날 함께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가지런히 담은 반찬과 귀한 달걀 후라이를 덮은 도시락을 보고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도시락. 
몇달이 지나고 강의후에 교실을 나오는데 도서관 기둥서방이 반갑게 나를 찾는다. 
점심 같이 먹으려고 한다면서. 그 날은 깁밥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하려던 참이라 거절할 상황이 아닌지라 학교 잔디밭으로 그를 따라갔다. 자기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이라면서 열어주는 곳에는 달걀 2개를 동그랗게 부쳐서 넣고 반찬은 찬합같은 곳에 무지개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늘 바쁜 나의 엄마는 도시락을 싸주긴 했지만 김치와 가끔 오뎅정도. 그나마도 한두번은 사먹기도 했기에 조금은 놀란 도시락이었고 그날 이후로 그가 졸업할 때까지 도시락은 계속되었다.
한번도 사귀고 싶단 생각을 주는 남자가 아니었던 도서관 기둥서방은 도시락 정이 들어버려 떠날 수 없는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졸업을 몇 달 앞둔 그 날. 날씨가 겨울을 향해 달려가던 때. 교사임용고시로 잠도 못 자고 푸석한 얼굴로 책을 보고 있는데 도서관 기둥서방의 호출이 있었다. 
커피나 한잔하고 하지..
집중도 안되고 해서 커피 한잔할 마음으로 도서관 밖에 나오니 청량한 공기와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쌀쌀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김이 모락거리는 뜨거운 자판기 커피를 받아서 그 향을 음미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신문지에 돌돌말은 덩어리를 손에 쥐어준다. 남학생들이 자주 장난을 하면서 쓰레기를 그렇게 줘서 받은 기억이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 열어보니 쓰레기가 아닌 은반지 2개가 있는거다.
이게 뭐야?
내가 지금은 자격이 없지만 시험 합격하면 나랑 사귀자.
뭣이라?
그 당시 고시공부를 하던 사람이라 공부에만 몰두한다고 생각했고 나에게 잘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 말은 기대를 못해서 떨떠름하게 
생각해 볼게....!!!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왜 그때 거절을 못해서 이러고 사는지.
하지만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남들은 결혼 후를 카운트하지만 우리는 거의 학창시절을 도서관 기둥서방으로 있었던 그때를 기억한다.
참 많이도 싸우고 살고 있지만 우리는 아마도 천생연분임은 틀림없는것 같다. 
아직도 그 때의 도시락을 열었던 감동을 생각하면 싸우다가도 좀 미안해지니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그에게서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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