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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2020년을 "확실"하게 보내며 yeon seo (yeonseo) 2021-1-7  20:13:32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워싱턴 지역에는 첫눈이면서 폭설이 내렸다. 
책상 앞 유리 창을 통해 하루종일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고등학교 졸업 즈음에 대학진학을 위한 시험을 치르고 좀 한가해진 시간에 영화구경, 화장품 회사 방문, 방송국 견학등으로 그동안 시험 스트레스로 하지 못한 일들을 하면서 마지막 고3의 추억을 만들때이다. 눈이 내리는 등교길에서 단짝 친구들과 생각없이 한 약속, 10년후에 첫눈이 내리는 날에 덕수궁 돌담길 중간에서 만나자고 했었다.
그 해 겨울 졸업식을 하면서 헤어지는 슬픔에 온통 졸업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하고 서로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었다. 
지금 이런 이야길 하면 우리 아이들은 웃는다.
왜? 울어요? 졸업하면 웃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는 첫눈 오는 날을 헤아리다 결국 만나지 못하고 그렇게 옆머리가 희뿌옇게 변하는 나이가 되었다.
함박 눈을 보니 가슴 속 저 밑에 지금까지 남아있던 그 무엇이 나를 밖으로 이끌고 온통 무장을 "너무" 하고 나갔다가 얼기 시작하는 보도블럭에 발을 헛디디는 사고가 발생. 
넘어지면서 손을 짚는 바람에 체중이 손목을 눌러 아름답게(의사의 표현) 손목이 부러졌다.
일어나 손을 드는데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핫도그처럼 둥실둥실 부어오른다. 
결국 눈에 대한 끝없는 환상이 모두 날아가면서 의사의 표정없는 한마디만 기억에 남는다. 
여러조각이 아닌 한조각으로 아름답게 부러졌네요.

차안에서 조심하지 않았다고 구박하는 남편을 보면서 두손 다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면 ..내가 모자란 사람인가?
이제 3주째 접어든다. 글을 쓰고 싶어도 못쓰는 시간이었다. 
의사가 손가락 4개를 밖으로 나오도록 캐스트를 다시 해주어서 카톡과 전화는 받을 수 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하면서 양손은 모두 난리가 난 상태이다. 자기의 역활이 엉겨버려 서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둘이 아니면 안되는 것임을 배우고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는 깨달음도 배웠다.
내 사라져가는 기억이 이 교훈을 얼마나 보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본인이 체득하지 못하면 늘 방관자로 산다는 것도 이 참에 기억에 넣어두고 싶다.

눈이 내리는 그 날을 생각하면서 공친 2020년,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던 2020년을 보내면서 액땜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라앉는다. 
새벽부터 기다리다 밤이 되어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던 그 남자(?)를 상상해보면서 "안동역에서"를 틀어본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과연 기다리던 연인을 만나긴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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