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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선생님! 나의 선생님 yeon seo (yeonseo) 2021-2-22  17:44:01
내가 고등학교 때는 지금처럼 남녀공학도 아니고 남학생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단정히 교복을 입고 교회 예배를 보러 갔으니 말이다.
예배도 남학생들이 앉는 라인과 여학생들이 앉는 라인이 정해져 있어서 남녀가 같이 앉는 일은 없었다.
간혹 맘에 드는 남학생이 있어도 멀리 무지개를 보듯 바라보는게 전부이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지냈던 때다.
그렇게 남녀가 소원하던 때에 울 학교에는 가정 선생님과 역사 선생님 2분이 여자 선생님이었고 나머지는 남자 선생님이었다.
그러니 남자 선생님에 대한 기대치는 여학생들에겐 어땠는지 상상을 해보면 알 듯하다.
 유난히 국어과목을 좋아하는지라 - 선생님을 좋아해서 국어를 좋아했는지 국어가 좋아서 선생님을 좋아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 지금 생각해 보면 40대 중반의 '나쁜 남자"스타일의 선생님께 친구들 모두가 열광했다. 

고3의 어느 오후 나른 시간에 우리들은 밤낮으로 입시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못잔지라 거의 잠이 들었고 수업이 안되니 선생님께서는 당신께서 노래를 한 곡 부르겠다고 하시면서 환기를 시키셨다. 
My Way...
그 날로 우리 학교에서의 그 노래는 탑 1위가 되어서 들어가는 반마다 노래를 하셨다는 뒷 이야기도 있었다.
움직임 하나, 말 한마디가 모두 학생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인기가 좋으셨던 선생님.
울 교실은 교무실과 다른 건물에 위치해서 비오는 날은 우산을 가지고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한은 건물과 건물을 이동하는 사이에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비가 오는 날은 어김없이 선생님들의 인기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건물 끝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가려고 기다리는 학생이 있을 정도였으니.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선생님과 함께 짧은 거리이지만 우산을 쓰고 간다는 이 떨림. 지금도 그때의 떨림은 기억이 난다.
너는 이름이 뭐냐?
고맙다.
우리의 대화는 이것이 전부인 짧은 만남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사춘기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히 멋지고 감미로왔다.
1년내내 국어 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매일 국어 공부만 해대었다. 
예습과 복습도 철저히. 수업중에 질문을 해서 나에게 한번 더 눈길을 주시도록 말도 안되는 것들을 많이 했었다. 
그 즈음에 교회 친구 하나가 남학생을 짝사랑하느라 나에게 남학생에 보낼 편지를 일기처럼 보내곤 했는데 나는 전혀 배워보지도 못한 단어들을 시용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 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전율" 이라는 단어였는데 하도 그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사전을 찾아서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는데 그 단어가 나를 갑자기 선생님께 알리는 기회가 될 줄이야.
1학기 기말고사를 봤는데 국어 시험문제 하도 어려워서 전교에 91점이 한명밖에 안나왔다고 수업 시간에 화가 많이 나셔서 우리는 기가 죽어있었다. 답안지를 확인하는데 내가 91점인거다. 옆 친구가 볼까봐 얼른 숨겼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문제중에 보너스 문제로 주관식으로 "전율"을 쓰는 문제가 나온 것이다.
나는 긴가민가하면서 안쓰는 것보다는 쓰는게 나을 듯하여 자신이 없었지만 그 단어를 써서 답안지를 제출했고 졸지에 나만 맞춘 결과가 된 것이다. 
온갖 칭찬과 부러움을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였고 대학의 전공까지 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거의 국어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는데 학교 근처에 대형 입시학원에서 국어 논술 특강이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아무 생각없이 전단지를 펼치니 눈에 익은 분이 있다. 
앗..나의 사랑, 국어 선생님.
그 분은 어느새 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학원 강사로 유명해져 있었다. 
학원에 전화를 바로 걸어서 수업이 얼마나 진행되고 언제 끝나는지 알려달라고 해서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집에 가서 남편에게 알리고 학원으로 바로 갔다.
교무실에서 한 30분 정도 기다리니 아...여전히 멋지신 선생님이 들어오시는거다. 
선생님!! 저 알아보시겠어요?
아..너!! 전율!
아이고 선생님.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그대로셔요.
가슴 떨리고 흥분했던 옛 이야기를 하면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했다. 
여전히 멋진 선생님을 통해 학창시절에 모르던 이야기도 듣고 친구들의 소식도 듣고.

지난 해 한국에 갔을 때 선생님과 연락을 취했으나 안되어서 선생님 대학교 후배인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 이미 몇 달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학창시절이 꿈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도록 해 주시고 지금의 나의 길을 주신 분이었는데 미국에 와서 살다보니 자주 연락을 못드려서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 더 뵙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 오래도록 기억할게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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