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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군대는 남자가 가는거 아냐? yeon seo (yeonseo) 2021-4-30  20:27:40
내가 한국 나이로 18살이 막 될 즈음이었다. 
친구들이 점심을 같이 먹다가 어떤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임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우리의 관심사는 남자친구, 결혼등이었고 대학의 꽃이 미팅이라는 생각을 할 때였으니 말이다.
한 반에 60여명이 수업을 할 때이니 일어나는 일들도 각기 다양했다. 
우리 그룹들( 키가 커서 뒷동네라 불림)은 한 명이 김치 담을 때나 쓰는 양푼을 가지고 와서 사물함 위에 올려놓고 점심 시간마다 도시락을 몽땅 부어 비빔밥을 만들어서 먹었었다.
세상에서 그런 맛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 점심을 하면서 그날은 임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그룹에서 그나마 키가 좀 작았던 한 친구가 한마디를 날리는 바람에 우리는 졸지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울 엄마, 애기 갖었대.
잉! 니네 엄마 몇 살인데?
나이는 많지. 주책 바가지 아니냐?
아이고.
나랑 18년 차이야, 아니 19년. 창피해.

우리는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아이고만 할 뿐이었다. 

정력이 왕성한 부모님을 두셔서 좋겠다.

다른 친구 한마디에 그나마 알것 다아는 우리는 갖은 상상을 다하며 웃어댔다.
이 친구는 본가가 지방인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서울에 할머니 댁으로 와서 학교를 다녔던 유학생(?)이었다.
부모는 동생들과 살고 농사를 지어서 서울로 농산물을 보내는 지라  친구인 우리들은 가끔 서울에서는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들을 그 친구를 통해 먹곤 했다.

한번은 주말에 시골에 내려가야한다고 시무룩해져 있기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 때 우리 나이가 남학생 같으면 군대 입대하라는 영장이 나올 때였다.

군대는 남자가 가야하는거 아니니? 나보고 군대 오래.
잉? 무슨 말이야? 왜 너가 군대를 가?
울 부모는 도대체 내가 18살이 되도록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나 봐. 나 남자래. 
자기들 일이 바빠서. 늦둥이 태어난다고 들떠있다. 창피해 죽겠다.

아직 주민등록증이 나오지 않은 나이라 우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을 못했던 우리에게 생일이 조금 빠른 그 친구는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 친구로 인해 나는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증 인장을 찍으면서 주민번호를 정확히 확인을 했고 다행히 남자가 아니었다.
몇 번 더 시골 본가에 다녀온 후로 그 친구는 군입대를 하지 않았고 다행히 그녀도 여자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출생신고를 하면 그 당시에는 동사무소 직원이 직접 손으로 아이의 인포를 썼던 시절이라 오기가 참으로 많았다.
한자도 틀려서 본의 아니게 이름이 바뀌는 친구도 보았고 생년월일도 그랬다. 
지금처럼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들이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바꾸었을테지만 그땐 폭넓은 이해로 그에 맞추어 살았다.
단지 여자가 남자로 바뀐 것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바꾸었지만 말이다.
나도 나이가 한 살이 어리게 되어있다.
이건 동사무소의 잘못이 아니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태어나서 너무 몸 상태가 안 좋아 죽을 것을 대비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단다.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가 땅을 밟으면 죽지 않고 산다"는 이야기들을 해서 내가 땅을 밟고 걸을 나이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땅을 밟고 잘 걷는 것을 보고 출생신고를 했으니 그까짓 1살쯤이야 적은게 뭐 그리 대수야....가 된 듯하다.
그래서 난 내 나이보다 한살이 어리고 결국 정년퇴직을 한살 더 늦게 해야 혜택이 있게 되었다.
친구들 다 놀러 다닐 때 난 애들과 1년을 더 씨름을 해야한다니...ㅋㅋ
외모라도 한살 더 젊어보이면 좋겠건만 그건 나이가 평준화된 후라 별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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