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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아랫층 엄마에 대한 기억 yeon seo (yeonseo) 2021-6-2  19:51:11
오래 살지않았지만 살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첫 아이를 낳고 방학을 맞아 집에서 아이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 아래 층에 사는 아주 외모가 출중한 엄마가 놀러 왔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나는 방학이 아니면 동네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없이 바쁘게 사는지라 친구도 만들겸, 아이가 나이도 같고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겸 반갑게 맞이했다.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보니 그리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함께 식사도 하고 아이들과 놀이터에도 함께 가고는 했다.
엄마가 예쁘니 아들도 참 잘 생기고 더군다나 말을 하는 태도도 차분하고 교양이 있어보여 나름 그녀와의 시간은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여름 방학이 지나 학교로 돌아가서 보충수업과 학교 일로 아래층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살다가 아이가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해 저녁을 먹고 아이를 업고 동네를 돌게 되었다. 
우리 층에 사는 엄마가 자기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마주쳤다.

잘 지내시죠? 아래 층 00 엄마 이야기 알죠?
아뇨? 무슨 일이?
야반 도주했어요. 생긴건 멀쩡한 사람이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네요. 돈을 빌려 갚지 않고 도망 갔다네요.
아이고..
돈 빌려주셨어요?

물론 주변의 사람들과 돈 거래를 하지 않기에 피해는 없었지만 그렇게 우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다니..
한편으로는 속상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간혹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사형수가 죽기 전에 마지막 할 말이 있냐고 간수가 물으니 자신의 엄마를 원망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어릴 적 동네 남의 밭에서 참외를 몰래 하나 훔쳐왔는데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엄마를 즐겁게 하기 위해 더 크게 더 많이 나쁜 짓을 하게 되었다고... 
말도 안되는 핑계지만 늘 아이들을 대하면서 이 이야기를 머리 속에 넣고 살았다.
나의 잘못된 칭찬이 그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겠구나..

난 학생들과 생활하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너무 " 꼰대" 같은 느낌이면서도 속임을 당하기 쉬운 사람인걸 잘 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나의 일이란게 자격이 없어진다는 생각이라 보다 바르게, 보다 정직하게, 보다 공평하게를 주장하면서 살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속임을 쉽게 당할 수밖에 없다.
남에게 바른 이미지를 보여야 하는 직업군이 아마 다 그럴 듯하다. 
한동안 아래 층 여자에 대한 기억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았다. 
지금도 그 엄마는 어린 아들 앞에서 타인에게 나쁜 짓을 할까?
자식 앞에서 부모는 언제나 모범이 되고 잘 되라 가르치는 것이 정답인데...그렇게 타고난 출중한 외모와 말솜씨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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