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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보름달 yeon seo (yeonseo) 2021-9-20  20:31:23
나이들은 나의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만난 보름달.
보름달과 시원해지는 날씨는 한국의 어릴 적을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결혼 전에는 추석이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이 되는데 결혼 후에는 좀 힘든 시간으로 기억이 되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송편을 빚으면서 형제 자매들과 장난을 하던 시간들이 많이 그립다.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을 수 있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만들던 송편. 
엄마가 쪄주는 뜨거워 한 입에 넣을 수 없었던 송편을 먹으면서 난 깨가 달콤하게 들은 것을 제일 좋아했었다. 
울 엄마는 내가 가장 맛이 없다고 생각했던 콩을 넣은 것을 좋아했었다. 
추석 전날 무를 참기름에 살짝 볶고 소고기를 넣어 만든 무국을 끓여 놓고 빚은 송편을 쪄서 준비해 놓고 고단한 잠을 청했던 울 엄마. 새벽부터 들이 닥치는 4대가 함께 살던 우리집에 설거지 하나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시댁 조무라기들을 모두 챙기고 부엌 뒤 조그만 뒤꼍에서 저녁시간 전에 잠시 있는 시간에 눈을 붙이던 엄마가 기억난다.
나는 오랫만에 만난 사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지라 엄마의 고단한 시간을 살필 시간이 없었다. 
밤이 되어 가까운 언덕에 앉아서 바라보던 보름달에 우리의 작은 소망을 기도했었다.
난 늘 하나만 알면 모두 기억을 해 낼 수 있는 머리를 달라고 기도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고 종가집에 시집을 온 나는 울 엄마의 삶과 비슷한 시간을 경험했고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가르쳤던 우리 엄마에게 나의 힘든 시간들을 말할 수 없어서 혼자 눈물로 지새운 적도 있었다.
제사를 지내보지 않았던 나의 친정과는 달리 1년에 10번이 넘는 제사를 시어머니는 일상으로 하고 있었기에 나름 고된(?) 명절을 지냈었다. 송편만 맛나게 먹어주면 되었던 철없던 시절이 그리운 것은 당연하였다.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면 마루에 앉아서 일을 하다가 왜인지 모를 설음이 복받치기도 하였고 음식을 만들다가 2-3시간밖에 잠을 잘 수가 없었던 졸음이 쏟아지는 밤엔 보름달의 찬란한 달그림자는 처언하기 짝이 없었다.
그 때의 달과 지금의 달이 뭐가 다를까마는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올려 바라본다.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달, 보름달만 같아라 했던 어른들의 말씀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나무처럼 나이테가 생긴 나이가 되어보니 힘들고 서럽고 화나는 일도 별로 없고 그저 보름달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결국은 보름달은 그대로인데 모든 것이 나의 의지로 슬프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구나 생각이 드니 지천명을 아는 나이가 된 듯하다.
지금도 그 어릴 적 살던 그 언덕에도 보름달이 둥실 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겠지 생각하니 돌아갈 수 없는 그때가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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