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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삼겹살이 사랑하는 깻잎 yeon seo (yeonseo) 2021-10-8  05:23:12

남편과 산책을 하다가 미국인의 정원에 깻잎이 무성한 것을 보면서

 

깻잎을 미국 사람들도 먹나?

남편이 묻는다.

 

당신이 아나 내가 아나?

나의 심드렁한 대답에 남편은 군대가서 처음 멌었다는 이야길 한다.

또한 지난 시절 깻잎을 처음 먹던 시간을 떠올렸다.

지금은 삼겹살을 먹거나 곱창구이를 먹거나 하면 깻잎은 필수이지만 내가 어릴 적엔 그리 많이 먹지 않았던 같다.

처음 깻잎을 먹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여름이 서서히 물러갈 무렵 그래도 아직은 더운 개학을 며칠 앞둔 낮에 마당의 평상에서 텃밭에서 뜯은 푸성귀로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작은 아버지께서 깻잎을 주먹 따서 물에 씻는다.

거의 여름 끝이라 마지막인 상치와 된장과 버물어진 고추장에 파를 썰어 넣고 기름을 넣은 막장과 열무김치, 그리고 깻잎.

대부분 보리밥을 먹던 시절이라 보리밥에 열무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우리는 날도 어김없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늘은 깻잎으로 쌈을 싸서 먹어볼까?

밥이 상에 올려지자 바로 깻잎에 밥을 올리고 윤기가 차르르 도는 막장을 올려 정말 어찌나 맛나게 식사를 하시는지..

모습에 반해서 생전 처음으로 나도 똑같은 방법으로 밥을 얹고 입을 최대한 벌려 넣었는데.... 맛이 정말 맛이 아닌 것이다.

 

열무에 비빈 밥을 먹으면서 깻잎은 ...별로다 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내가 처음 깻잎을 만난 인상이다.

 

대학에 들어가 모임을 가까운 공원에서 하는데 조교가

 

니들 몸보신은 해야하지 않니? 고기 한번 먹자.

여학생들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조교가 고기 먹자고 하니,

 

로스구이요? 양념이요?

로스구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상치와 고기를 함께 거기다가 깻잎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짝 불편해졌다.

깻잎에 대한 기억이 별로인 탓이다.

며칠 공원에서 삼겹살을 먹는데 상치와 쌈장과 깻잎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성인이 지금은 깻잎이 없는 고기는 상상을 못할 정도니 변해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가장 잊지 못하는 푸성귀 중에 하나는 마당에서 손가락 길이 정도의 열무를 따서 보리밥에 비벼 먹는 .

하늘은 파랗지만 햇볕은 살갗을 찌를 더운 여름에 마당 평상에 앉아서 된장찌개와 함께 먹던 맛은 아마도 평생에 잊지 못하는 엄마의 맛일 것이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무언의 약속처럼 냉동실에서 삽겹살을 꺼내면서 화분에 심은 깻잎을 따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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