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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일기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인가? yeon seo (yeonseo) 2021-12-20  19:28:45
오랫만에 대학 선배님 부부를 만나서 저녁을 같이 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대학 선배를 만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닌데 내 경우를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듯하다.
우리 부부는 가끔 집 주변을 산책을 하곤 했다. 서로 1미터는 떨어져 걷고 있지만 그래도 죽어라 같이 있는 참 이해하기 힘든 관계이다.
우리 집 주변에 새로운 집들이 들어서던 10여년 전. 새로 이사와 깨끗하게 단장된 집앞을 걸어가면서 흘깃보니 동양인이 사는 집 같았다.
앞서가는 남편에게
중국 사람이 이사왔나봐.
그러게.
당연히 속삭인다고 한 말인데 그 작은 소리를 그 집 주인이 알아듣고
아녜요. 한국 사람이에요. 이 동네에 한국 분이 사시네요?
하긴 설겆이하다가도 한국말이 나오면 집중을 안해도 들리지만 영어는 머리가 아프게 집중을 해야 제대로 듣는 수준인지라
저 분도 한국어가 속삭임일지라도 들렸겠구나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 반갑습니다. 저희는 조 밑에 살아요.
아.. 그러세요. 시간 있으시면 커피라도 한잔하게 들어오실래요?
왠일인지 낯을 가리는 남편이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다. 주저없이 처음보는 남의 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여름 날의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은 나이를 묻고 사는 곳을 묻고...드디어 학교를 묻다가..ㅎㅎ
거의 10년정도의 선배님인거다. 같은 대학을 니왔다니 급격히 더 가까와지는 느낌?? 그 후로 우리의 만남은 거의 매주 이루어졌고
선배님인지라 "영원한 물주"로 바뀌었다.
그렇게 10년을 마치 가족처럼 살다가 선배의 은퇴로 다른 주로 이사를 하고 우린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간동안은 만날 기회가 없었다.
선배 앞에서 남편과 싸우고 집에 간 일부터 무수한 우리의 치부를 보여줬던 지라 오랫만에 만나자 마자
우리의 사이를 물어본다.
고집불통의 남편과 그로 인해 못견뎌하는 나를 보면서 선배는 늘 조언을 했고 혼내기도 했고 달래기도 했지만 우리 달라진 것 없이 나이만 들어가고 있었다.
고혈압이 진행되는 남편은 의사를 믿지 못한다고 약을 먹지 않는다. 난 그게 사실 두렵다. 쓰러져 죽으면 다행이지만 몸을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수발을 받으며 살아야한다면 그게 무슨 민폐인가. 난 남편을 거둘 자신도 없다. 그런데 혈압약을 먹지 않는 남편. 30년을 살면서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한번도 들어준 적이 없는 정말 웬수같은 남편이다.
그 이야기를 선배에게 했더니 남편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했다.
제가 와이프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제가 알아서 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길하는데...난 왜 열불이 나는지. 아..지금이라도 내게 기회가 있다면 이혼을 하고 싶다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꾹꾹 누르면서
사랑? 금송아지가 뱃속에 있은 들 표현하지 않고 내가 힘들어 죽겠다는데 콧방귀도 안뀌는 사랑? 그게 사랑이에요?
난 또 열을 내고 말았다.ㅎㅎ
오랫만에 만난 선배에게 미안하고 돌아보니 언제까지 내 속에 "화"가 살아서 움직일지 나도 모르겠다. 

부부란 평생웬수란 말이 맞는 말인 듯하다. 나도 나를 공주님처럼 받들어주는 남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젊은 날의 기억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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