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정보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보안을위해 재로그인해주십시오.

추억 일기

냄새로 인한 기억 yeon seo (yeonseo) 2022-4-13  21:03:44
어릴 적에는 잘 몰랐는데 살면서 내가 냄새에 예민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지만..
국민학교 저학년 때 살던 곳에는 뒤에 야산이 있고 조그마한 개천이 있었다. 
개천의 의미는 수영을 하는 곳이 아니고 각 집에서 내려오는 하수가 섞인 눈에 보기엔 그저 깨끗해 보이는 그러나 나의 촉에는 더러운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일이 있으면 야산에 오르는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개천에서 나는 냄새가 나는 정말 좋았다.
살짝 흙냄새가 섞인 구정물 냄새.ㅎㅎ
또 하나 더 냄새에 대한 기억은 휘발유 냄새에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 
울 엄마는 석유라고 불리는 특이한 냄새를 좋아하면 회충이 몸에 있어서 그렇다고 걱정을 했지만 기억도 아련한 회충이란 말이 새롭긴 하다.
차가 지나가면 휘발유가 연소되어 나는 그 냄새를 즐겨하며 찻길에 서 있곤 했다.
중고등학교를 들어가 거의 두달에 한번씩 있는 대 시험을 치를 때면 난 성적과 무관하게 시험 시간을 좋아했다.
이유는 시험지에서 나는 인쇄잉크 즉, 휘발유의 그 신선한 냄새를 사랑했다. 
오래 전에는 등사기에 손으로 직접 써서 시험문제를 냈고 그 문제를 잉크로 찍어냈다. 
잉크의 성분이 휘발유, 즉 석유라 불리는 성분인지라 그 냄새를 좋아했던 나는 당연히 시험을 기다리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시험지를 받아드는 순간의 그 신선한 냄새란...시험이 즐거워지는 이유였다. 
이런 나를 친구들이 본드중독이나 마약에 빠질 위험한 인물이라고 놀렸지만 본드 냄새하곤 차원이 다른 냄새다.
지금도 가끔 휘발유의 신선한 냄새를 맡으면 지난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시험이 다가오면 동네 시내버스를 타고( 마침 우리 집 부근에 시내버스 한 노선이 종점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시험공부를 시내버스 안에서 했다. 눈이 워낙 좋았던 지라 버스에서의 공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집중이 잘 되었다.
시내버스가 종점에서 종점을 돌아오면 적어도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지라 충분히 한 과목은 공부를 할 수 있어 나의 도서관은 늘 시내버스 안이었다. 휘발유 냄새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즐거운 이유였다.
그 당시에는 버스 안내양이 있어서 몇 번 이런 일을 반복하면 나는 고객(?)이 되어 언니들의 눈총을 받곤 했다.
나의 특이한 공부 방식이 이젠 없어졌지만 지금도 한국에 가면 가끔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을 배회하곤 한다.
지금은 그 때와는 달리 눈이 나빠져서 안경이 없이는 신문 한장도 보지 못하는 상태지만 추억을 기억하기엔 참 좋은 장소이다.
한번은 목련이 흐드러지는 이른 봄에 장독간 언저리에 앉아서 인문지리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목련의 도톰한 꽃잎 위에 지도를 그리면서 지리 용어를 외웠던 기억이 있다. 이상하게 목련 꽃의 냄새가 없음에 신기해 하면서 말이다.
냄새에 닳아보니 집안의 냄새 변화에 대단히 민첩하여 남편이 늘 짜증을 내곤한다. 
사실 인간의 감각중에 냄새가 가장 빨리 둔해지는 감각인데 아직도 냄새에 쭈삣하단 것은 아직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말인 것같다.
이제 인생의 반을 지나서 갈 길보다는 온 길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기에 남의 시간을 빼앗는 일 없이 조용히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한다. 더군다나 내 사랑스런 아이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으려면 건강할 때 열심히 건강을 지켜야 한다.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