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나의 방에서 나오는데 앞에 이 교사와 다른 학년의 비슷한 성향의 교사가 앞에 걸어가면서 나와 다른 교사의 이야길 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길래 따져봤자 나만 우스운 꼴이 될 듯하여 못 들은척, 그러나 내가 너의 뒤에 있다는 표시를 했다.

그 후로 난 별로 내 감정을 표시 안하였지만 그녀는 만나기 싫은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다. 

코로나로 학교 분위기가 바뀌고 교사들이 결근과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나처럼 담임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서브를 하는 일이 생겼다. 그 반을 사용하여 2개 반이 함께 수업을 하면서 정상 수업이 어려워  그 반의 물건(체스 게임)을 몇 개 꺼내서 학생들과 게임을 했다. 

그녀는 오전에 개인 일로 나갔다가 돌아와서 자기 반에  2개 반이 수업을 하는 것을 보고 무엇때문인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 What happen?"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좀 이해가 안갔지만 설명을 했고 플랜도 없이 갑자기 2반이 함께 수업이 불가능해서 너의 반 게임을 사용했다.고 설명을 했다. 

내 반의 물건은 다른 반 학생들이 사용하라고 학교에서 사준 것이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다. 네가 플랜을 주지 않았고 두 반이 수업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다고, 알았다고 내가 몰라서 사용했다고 했고 네 반의 학생들이 그걸 사용했기에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다고 하니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혼자 난리를 한다.

하여간 더 함께 있으면 더 추한 모습을 봐야할 것 같아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하고 내 방으로 왔다. 

혼자 앉아 있으니 곱씹어지면서 몇 년전 그녀가 하던 말부터 떠오르는데 은근히 열이 나기 시작했다. 

옆에 동료교사(흑인 여자)에게 나의 일을 이야기했더니 더 흥분을 하면서 교장에게 이야기하고 카운티에 신고하라고 씩씩거린다. 

신고? 결국은 내가 다 덮어쓸텐데..

주변에 많은 일들을 보면서 20년을 이 곳에서 살았다. 

소수민족의 설움을 느낀 일들도 있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방송이나 대단한 이슈가 아니면 이길 수 없는 한계를 수없이 봤기에 소수민족인 그들은 좌절과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라고 뭐가 다를까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교에서는 영어톤이 다르고 얼굴이 다르기에 받는 감정을 이들과 일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낄까?

그렇게 단련이 되었나 보다. 속이 상하지만 더이상의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차가운 이성이 나는 정말 구차하게 느껴졌다.

은퇴를 해야 끝날 일들이라 생각하니 하염없이 서글펐다....

며칠동안 비가 내렸다. 오늘처럼 기분이 가라앉은 날은 가만히 누워서 지난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스려봤다.

잠실 장미 아파트에 살던 내 대학동기를 기억했다. 

결혼하고 육아와 고3교사를 함께 하다보니 내 아들 얼굴을 잘 때만 보는 몇 년이 지속되면서 잠시 내 삶에 회의를 느낀 시간에 그 친구를 만나서 서로 이야길 하면서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다.

대학 때 잠깐 남자로 보였던 그 친구. 서로 결혼을 하고 거의 10년을 잊고 살다가 우연히 볼링장에서 만나 서너 번의 만남을 가졌었다. 그 친구가 장이 아파트에 살았고 바쁘다고 잊고 살았던 친구들과 만나면 술을 자연히 마시게 되었고 술을 한잔도 못하는 나는 그들을 차에 태워 드랍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늘 마지막에 장미 아파트에 가게 되었는데 늦은 가을 헤드 라이트에 비춰지는 은행잎이 흐드러지는 쓸쓸하고 스산한 거리. 

지금도 그 느낌과 거리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 남자사람친구는 자기 아내를 기다려 나를 인사시킨다고 우기는데 난 차를 돌려 그 깊은 가을을 뒤로하고 왔다. 

잠시지만 네가 남자로 보였던 시간도 있었는데 ..ㅎㅎ. 등신. 

그 분위기가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좋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살아있을지 한국에 갈 기회가 되면 찾아보고 싶다.

인종차별이라고 혼자 느끼는 일련의 모든 일을 은행잎에 묻혀버린 그 가을의 스산함과 말랑했던 친구에 대한 감정을 기억하면서 나를 달래본다.

참 많이 한국의 친구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