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교사들의 말로는 남편을 사고로 먼저 보내고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저런 소문을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잘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기에 첫날 대면은 다른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그냥 그려려니 넘겼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사들은 보통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 

내가 다닌 학교는 여고라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나의 복장에 많은 관심을 두었던 기억이다. 

화장도 지적을 받은 적도 있었다. 새벽에 보충 수업을 하다보니 5시 30분에 집에서 나오면서 운전중에 화장을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스탑 사인에 걸리면 한쪽 눈 그리고 다음 스탑 사인에서는 다른 쪽 눈을 그리고..그러다 보니 눈의 모양이 짝이 안 맞는 경우가 발생하여 웃는 일들이 있었다. 

또한 새로운 옷을 입고 출근하면 옷의 색부터 모양이 어울리니 아니니 잔소리(?)를 해서 지루한 수업 시간을 웃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나쁜 뜻은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옷을 사는데 지출이 많았다.

그 신임교사가 첫날 첫 출근에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드레스를 입고 출근을 한 것이다. 

아무리 정장을 입어도 수업에 불편한 복장은 대부분 피하다보니 세미 정장을 입게 되는데 신임교사가 첫 날 드레스를 입고 출근을 하니 시선 집중은 당연했다.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의 입장은 조용히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때라 더욱 여러 사람의 시선이 그녀를 둘러싼 것도 사실이었다. 

첫 인상이 그런 상태로 시작한 우리 관계는 말도 되지 않는 여러부분에서 꼬이고 꼬였다. 

가만히 보니 남들에게 지는게 싫은 사고를 가졌고 모든 시선이 본인에게 집중이 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며 최고, 제일을 자기에게 적용을 시키는 요즘 말로 하면 소시오 패스 성향이 있는 인간성을 가진 사람인거였다. 

우월한 선민 의식과 타인을 경시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직장 내의 인간 관계가 좋을 리가 없었다.

첫 아이를 낳을 무렵 자동차를 새로 장만했는데 (현대에서 새로 나온 신형 모델을 샀다.)

새 차를 타고 출근해서 동료 교사들에게 인사로 간단한 스낵을 돌렸다. 그야말로 새차걸이. 

다들 안전 운전을 하라고 덕담을 하는데 내 옆의 교사는,

" 내 차는 그랜져인데 내가 운전면허 갱신을 못 해서 못 타고 있어요. 그랜져를 사지..얼마나 된다고..그랜져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요?"

나중에 들으니 버스로 출퇴근을 하고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 나의 차를 보고 운전을 해야겠다고 운전 면허 학원을 등록했다고 들렸다.

" 내가 입은 이 옷은 우리 남편이 살아있을 때 앙드레 김 패션 쇼에서 너무 예뻐서 선물해 준거에요. 저는 가격대가 낮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논노(Nono)라는 여성용품 매장이 유행하던 때라 나름 비싸게 3개월 또는 6개월 할부로 옷을 사 입는 나에게 이런 발언은 한동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나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일들이 종종 ( 당시 25평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 평수가 좁아서 어떻게 사냐고 물으면서 식탁 넣을 공간은 있냐고 ?) 있어 기분이 상한 적도 있었다.

나는 황소나 곰에 가까운 사람이라 여우성을 가진 사람을 못 이겨 맘에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은 나에게 자기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마당에 핀 보라색 제비 꽃을 보면 자기 같아서 울은 적이 있다고 했다. 

사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나는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제비 꽃도 개나리도 들국화도 볼 때마다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햇볕이 따스한 봄 날에 보라색 흐드러진 처연함을 볼 때마다 찬란한 슬픔을 느끼곤 했다.

그런 제비 꽃을 좋아한다니 더군다나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면서..그런 그녀에게 내가 가졌던 나쁜 감정을 제비 꽃을 생각하면서 버리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결국은 몇 년을 못 견디고 주변의 바람 잔뜩 든 돈도 없고 허세작렬한 호라비 꼬임에 넘어가 퇴직하여 딸 아이 하나 낳고 본인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이혼했다는 이야기만 바람결에 들렸다.

살면서 같은 종류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제비 꽃, 그녀" 가 생각난다.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은 타인을 폄하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되려 주어진 일에 정확히 따르는 곰과 소를 이상하게 본다는 것이다. 아주 자주 그들에게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나름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본다.

이제 이 나이가 되니 스스로 어떤 경우엔 남과 다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다를 뿐이지 맞고 틀린 것은 아니기에 인생은 참 얽혀진 실타래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차하면서 시멘트 바닥의 그 단단함을 뚫고 피어오른 강인한 생명력의 제비꽃을 보면서 봄의 힘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