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정보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보안을위해 재로그인해주십시오.

추억 일기

대학의 꽃, 미팅의 추억 yeon seo (yeonseo) 2020-12-16  21:45:25
입시를 한달 정도 앞두고 난 동네 사설 도서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 씻고 도서실로 가서 밤을 세운다는 목표로 거금을 주고 입실을 했다. 밤을 세워 공부한다는 갸륵한 마음이 있어서 그랬나 잠도 같이 갸륵하게 나를 괴롭혔다. 변비와 불면증을 앓고 있었는데 안자면 공부할 수 있어 좋겠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했는데 사실 나는 지독한 두통으로 시달렸다. 공부도 잠도 못자는 스트레스. 그 때 다짐했던 것 중에 하나가 "대학가면 다시는 공부 안한다" 였다.

대학 합격을 축하해서 엄마께서 구두점에 가서 신발을 맞추어 주고 정장을 한벌 뽀대나게 해 주셨다. 
정장을 입고 등교를 했었던 신입생 때.
대학가면 공부를 안하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웬걸...영어가 3개 과목으로 나뉘어서 있고 교양과목이지만 공부를 안하면 학점이 안나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외모를 가꾸고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날 꿈은 그대로 뒷 주머니행이 되고 말았다. 
맞춰준 하이힐은 신발장의 값비싼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영어 단어 외우고 책을 읽으려니 한자를 공부해야하는 고3때와 거의 같은 생활이 연속되었다. 
누가 대학 생활의 꽃은 미팅이라고 했는지...그렇게 학교에 적응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 과로 같은 대학의 다른 과에서 미팅을 주선해 달라는 낭보가 전해졌다. 드디어..당근 나가야쥐이..나도 미팅하고 애인도 만들고 해야쥐이.
기대에 부풀어 나간 미팅 자리에 4명의 건강한 청년들이 앉아있는데 - 울 학교는 지방에서 올라 온 친구들이 많은 곳이라 아무리 멋지게 꾸며도 촌티가 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중에 유독 1명이 말도 많고 옷차림도 거시기하고...그냥 좀 거슬렸다.
나름 첫 미팅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지라 혼자 마음속으로 사람을 골라서 점을 찍고 있었다. 
자기가 가진 물건을 내 놓아 상대가 집으면 파트너가 되는 그 당시에는 아주 일반적인 짝짓기(?)를 했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거슬려 했던 그 떠벌이가 나의 파트너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표정을 보면서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실망감을 피우면서 다들 나갈 때까지 난 그렇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뭐하고 싶냐고 묻는다.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럼 집에 가라고 한다.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간다고 일어나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수업이 9시 부터라 헐레벌떡 강의실에 도착,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실 유리창 너머로 어제의 그 파트너가 눈에 들어왔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미팅을 주선한 친구가 나에게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난 못생긴게 발광했다는 소문이 우리과에 한동안 따라다녔다. 
난 그때만 해도 제일 이쁘고 잘 났다고 생각을 했던터라 개의치는 않았다.
그렇게 대학에서 낭만을 찾아보려고 했던 나의 원대한 꿈이 수포로 돌아갔고 그 후로도 여러번 미팅을 하자는 이야길 들었지만 하지 않았다. 영어 단어 외워서 학점을 받는게 더 중요하다고 위로를 했다. 이솝 우화에서 여우가 포도를 따지 못하니 익지 않아서 먹을 수 없다고 했던 것처럼.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