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있는 네팔리는 우리의 가이드 Anil.
촘롱에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앞산이 설산이 되어있었다.
전날밤에 보슬비가 내렸었는데 고산에선 눈이 내렸었나보다.
햇살에 비친 안나푸루나가 반짝거리며 멋지게 눈으로 두루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니 어제 살짝 눈인사만 했던 서양 아가씨가 있었다.
"어디서 왔어요?
밴쿠버에서요.
ABC에 다녀오는길이예요?
네...
그곳 정경이 어땠어요?
와~너무 멋졌어요. 눈으로 덮힌 안나푸루나가 엄청 웅장하고 멋졌어요.."
갑자기 기대감이 확 솟구쳐 오름이 느껴진다.
올라가고 올라가도 머리끝만 보여주는 안나푸루나였기에.
엄홍길대장이 5번의 시도끝에 정말 어렵게 성공했다는 신이 정말 잘 허락하지 않는다던 안나푸루나...
(여기에서 잠깐,,구글에게 물어보니,,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가득한 음식'을 의미한다.
힌두교 풍요의 여신 '락슈미'를 상징하는 산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이며, 등정으로 목적으로 하는 등산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잘 개발되어 있어서 전 세계에서 온 트레커들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상큼한 햇살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참고로 촘롱에서는 네팔리가 하는 백숙과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이 있다.
나는 나중을 기약하며....ㅎㅎ
끊임없이 내려가는 돌계단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휴.....😢
어제 겨우 기어올라오다시피 올라왔는데 오늘은 내려가?
억울함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온다.
그 와중에 아침에 일찍 서둘러 일나가는 로컬 사람들(with 말들).
동물과 같이 쉐어하는 길이였기에 말똥과 버팔로가 싸질러놓은 그 길을 지뢰를 피해가듯 요리조리 다리의 스텝을 바꿔가며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웅장한 뿔을 가진 버팔로 두마리가 어슬렁 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거의 서있듯한 2mph로.
그분?들을 피해 우리는 아슬아슬한 길 끝으로 엉금엉금 내려간다. 자극했다가 한대 얻어맞을까봐...ㅋ
촘롱에서 겨우 내려왔는데 또다시 넥스트 스탑 포인트인 뱀부로 가는 길은 정말 끝없는 업힐 돌계단의 연속이었고, 그곳을 말과 로컬 사람들의 봇짐과 또한 여행사의 포터들이 함께 섞여 그야말로 트레일은 어마무시하게 복닦거렸다.
그렇게 우리는 뱀부까지 4시간을 내리 올라갔다. 아니 기어가다시피 갔다.
처음에는 10계단을 올라가고 쉬었다가 중간에는 5계단 올라가고 난 후 한숨, 그러다가 이젠 3계단 올라가서 한숨,, 나중엔 아예 한걸음 옮기고 한숨 쉬고 또 한걸음 옮기고 한숨을 쉬고 하면서 힘겹게 올라온 길이였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쉬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나는 뱀부의 한 식당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꼬마 찐감자를 점심으로 먹었다. 더불어 그렇게 유명한 밀크티와 함께...
밀크티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막 쪄낸 감자와 따뜻한 밀크티는 나의 트레킹 여정중 고단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막 뱀부에 도착했을 무렵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더니 폭우로 변했다. 여기는 3월 중순부터 오후 12시에서 2시 사이에 한차례 비가 쏟아진다고 한다.
시원하게 쏱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점심을 한 후 우리는 에너지를 충전하여 도반이라는 곳까지 2시간을 계속 올라갔고 거기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후 내 배는 뒤틀리기 시작.
점심에 먹은 밀크티가 문제였다.
난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체질인데 밀크가 파우더라 하여 나는 팜유로 만들어진 우유인줄 알고 마셨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파우더가 바팔로의 우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한 나는 기진맥진하여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오늘의 목적지인 데우랄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플러스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 했다.
계속해서 부글대는 배를 부여잡고 한걸음씩 나아갔고 나는 왜 밀크티를 먹었냐고 내 자신에게 나무라면서..
그래도 산행중엔 설사가 멈춰 비실거리면서도 데우랄리에 도착해서 3번째 밤을 맞이했다.
4일차에는 드뎌 ABC에 도착하는날~
데우랄리가 10,000ft에 있기에 여기서부터는 산세가 달라진다.
그전엔 forest 지역이었는데 여기서부턴 암벽 지대이면서 웅장한 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서 잠시 쉬고 ABC를 향해 나가는데 싸래기 눈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드뎌 눈꽃송이가 고요히 내리기 시작한다.
세상이 고요해졌다.
거대한 돌산에 눈이 덮히기 시작하면서 음영의 조화가 기가막히게 멋지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행복하다, 행복하다를 연신 외치면서 걷는다.
냄새가 역한 화장실, 배쓰룸 티슈가 없는 화장실 문화 때문에 항상 티슈를 몸속에 지니고 살아야하고 난방 안되는 곳에서 추위에 떨며 자야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꾸리고 트레일에 들어서면 온갖 동물들의 오물들과 트레커들의 무거운 짐을 머리에 띠를 두루고 힘겹게 지고 가는 포터들의 안쓰러운 모습, 난 그렇게 불편한 맘을 갖고 걸으며 계단 지옥을 오르는 순간들 때문에 내가 왜 여기를 오고자 했나....라는 회의감이 들을정도로 열악한 환경들이 한순간에 다 용서 되는 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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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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