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의 추억 <3

그는 하얀 얼굴에 호리호리하고 키가 컸다.

드라마센터 연극 영화과에 재학 중이었고

나는 여고 졸업반이었다.

낙산 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우린 처음 만났고

며칠 후 서울에서 재회하여

첫 데이트를 가졌다.

서울역에서 교회선 기차를 타고 일영 유원지로 향했다.

기타를 둘러멘 핸섬한 장발의 그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한참을 걸어서 한적한 개울가에 도착하였다.

주위는 얕은 산과 푸르른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고

흐르는 냇물 소리만 들릴뿐

숨소리 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였다.

물가 근처 바위에 앉아 운동화를 벗고 두 발을 담그니

두근거리던 마음이 진정되는 듯했다.

같이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던 그가

살며시 나를 누이더니 키스를.

이때,

갑자기 터져 나오는 휘파람 소리와 야유들...

개울 건너 멀리 나무 그늘 밑에 사람들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신발도 제대로 신는 둥 마는 둥

도망쳐 왔다는

나의 첫 키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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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972년 7월 중순, 장마가 시작되기전 무더운 날

낙산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리고 올해로 만나지 50년, 결혼한지는 47년째입니다.

정말 길기도 길게 오래 같이 살고 있네요. ㅋ

아직도 저의 껌딱지인 제 짝지.......

같이 있으면 귀찮고 안보이면 염려되고.

그래도 곁에 있으니 고마운 사람입니다.

2022년 6월 19일 수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