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닐곱살 되었을 적 이야기입니다.
저희집은 이태원 산동네의 토담집이었는데 담벽 아랫쪽으로는 기왓집들이 있었죠.
마당에서 내려다 보면 기왓집의 안채까지 훤희 들여다 보이는 ㅋ

어떤 집은 미국 사람들이 들낙거리기도 했고 어떤 집은 검은 승용차가 매일 대기하고 있었는데

보기에도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었던것 같습니다.

그집에 미국에서 살다온 손자 녀석이 있었는데 저녁 늦게 마당에서 놀자치면 빼꼼 삐치곤 달아나던 녀석.
어느날인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더니 된장이 똥이라고 거침없이 해대더라니....이넘이~! 
제 어린 마음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죠.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가 끓여 주시는 된장국을 먹고 자랐는데

된장이 똥이라며 코를 막고 말하던 녀석이 어찌다 밉던지

신고 있던 때가 꼬질꼬질한 고무신으로 싸대기를 갈겨 쫓아냈던 기억이 가물합니다.

그러고도 여전히 뭔가 꼬부랑 말로 주절거리며 곁을 떠나지 않던 녀석.

그 녀석이 자라서 뭣이 됐을라나. 

그야말로 똥으로 가득찼던 재숫덩이 그 아이가 바르게 자랄 수 있었을까?

어린 것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겠냐만은

집안 어른들에게 줏어 듣고 한국의 자랑인 고유 음식을 똥이라 표현했으니

된장만도 못한 집안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부모를 보면 아이를 알 수 있다고 했나 봅니다.

물론 개천에서 용 날수도 있지만요. ㅎ

하지만 전 착하시지만 경제력이 없으셨던 평안도 사투리 아버지에

술 담배 좋아하시고 욕도 잘하시던  경제력이 강했던 어머니사이에서 제대로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린마음에는 "나는 어른이 되면 이렇게 이렇게 살거야" 하는 계획이 늘 머리속에 차있었죠.

그 계획이라는 것인즉슨,

"이담에 어른되면 술 안먹고, 담배 안피우고 욕 안할거야!" 라는 단순한 희망사항이었죠. 

어린 제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싫었었거든요. 고운 얼굴에 예쁘게 화장하고 다정한 엄마였으면 했던 바램.

어린 마음이었지만 가난하게 살았던건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도덕을 배우고 역사를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면서 그것들을 잘 활용하고

착한 심성의 아버지와 경제력 강했던 어머니의 장점을 살려 지금껏 잘 살아왔으니까요.

결국은 제 자랑이 되어버린 이야기이지만

살아가면서 자기자신을 잘 성찰하고 좋던 나쁘던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펼친다면 괜찮은 삶이 저절로 따라와 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남은 여생은 시간이 널널하니 내 방식대로 내 맘대로 내 마음껏 살겁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것처럼 .....^^

4살적 남동생과 7살이었던 저 수지에요. 가운데는 '깜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