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ark 공항에서 반가운 상봉이 있은 후,  공항을 빠져 나와, 오픈할 시간이 되어가는 언니의 가게로 향했다.

이른 아침, 눈에 들어오는 뉴악 시내의 풍경은 

내가 그동안 영화에서 보았고 기대했던 미국의 풍경은.. 아니었다.

언제 있었던 화재였는지, 불에 타다 만 건물을 그대로 방치해 놓아 

검게 그을어 으시시해 보이는 빌딩이 시야에 들어 오는데, 

흠칫, 시선을 피하고 싶은 마음..

이 골목, 저 골목, 이제야 잠에서 깨어나는 듯 

도시의 차가운 새벽 공기, 차가운 콘크리트, 새까만 피부의 홈리스들의 웅크린 모습들도 눈에 들어오고..

전 세계의 정치/경제/패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거대한 뉴욕과 

바로 이웃하고 있는 도시, Newark!

미국 빈민/범죄도시의 민낯을 보았다.

맘속으론 적잖은 '쇼크' 이었지만 웬지 내색하진 못했다.

두꺼운 철문이 내려져있는 언니의 가발가게에 이르러 

형부가 차에서 내려 철문을 드르륵~ 올려주고, 언니를 내려주고

다시 3~40분을 달려 집에 오니 엄마의 따뜻한 집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의 집밥을 먹고,

엄마와 밀린 이야기들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언니, 형부를 따라 가게엘 나갔다.

언니 가게엔 두명의 Stylist 가 있었다.

트랜스젠더로 여장을 한 남자들이었다.

토니는 백인, 다른 한 아이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그리 까맣지 않은 흑인이었다.

트랜스젠더.

처음엔 낯설고 이상했지만, 말도 여자처럼, 생각도 여자처럼, 

손짓, 발짓, 모든 동작이 여자처럼인 그들에게 이내 경계심이 없어지고, 

어느샌가, 나도 마치 그들이 여자인양 스스럼 없이 대하고 있었다.

언니는 평상시에도 강도에 대한 경계를 늘 하고 있었다.

혹시 들어닥칠 강도에게 줄 적당한 금액의 현금을 캐시레지스터에 항시 넣어 놓는 등..

언니의 그런 모습에, 마음 한 귀퉁이가 아프고..슬펐다.

손님들 중에는 웰페어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저소득층의 흑인들이 많았다.

웰페어가 지급되는 날이면 매상이 평소의 몇 배로 뛴다.

스타일리스트들의 친구들이 온다.

여장을 한 트렌스젠더도, 남장을 한 트렌스젠더도..

가끔씩 백화점에서 훔친게 분명한, 값 비싼 옷들을 가져와서 우리들에게 사라고도 한다.

어느 백화점이건, 어느 옷이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얘기해주면

자기들이 곧 바로 픽업 해주겠다고, 말만 하랜다.

참으로 요지경속의 세상을 거의 매일 볼 수 있었다.

몇 집 건너 'Fashion Express' 간판을 단 형부의 가게에는 

3 ~ 4명 정도의 세일즈 걸이 있었다.

백인과 흑인이 반반..

세일즈 걸이라기 보다는 도둑지킴이의 역할이 더 컸다.

형부가게엔 좋은 사운드시스템의 스테레오가 있었고

유행하는 팝송들을 항상 크게 틀어놓았다.

거리에서부터 음악소리에 취해 리드믹하게 몸을 흔들며 들어와서 

몸을 흔들며 옷들을 구경하고, 입어보고

몸을 흔들며 돈을 지불하고

또 리드믹하게 몸을 흔들며 가게를 나가는 흑인 손님들..

흑인손님들보다는 좀 더 까다로웠지만 백인, 아시아인 손님들도 꽤 있었다.

옷에 세일즈 텍스가 없는 뉴저지로 쇼핑을 오는 뉴욕 손님들도 꽤 많았다.

형부는 도매상도 겸하고 있었다.

가게문을 닫은 후, 늦은 저녁 시간,

지방의 소매상들에게 보낼 옷들을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하다보면

이미 주위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고 퇴근 한 뒤라서, 

거리엔 오직 적막감만~

어느 땐, 순찰 도는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아무도 없는 범죄의 도시 - 뉴악의 밤거리를 

자동차가 있는 파킹장까지 걸어갈 때면

뒷목이 으시시 해지곤 했던, 참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일상들이었다.

특히 언니가게 바로 옆에 있던 옷가게는 이태리 사람이 주인이었는데

형부의 가게와 라이벌이 되어 형부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몇번이나 했단다.

다행히 형부와 친하게 지내던 근처 레스토랑 주인이 마피아와 연결되어 있어서,

사연을 이야기 했더니, 

그 후로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는 영화같은 스토리도..

그럼에도 형부의 가게에선 수입이 영 신통치 않아, 

수입이 꽤 좋았던 언니의 가게 덕분에 가정 경제는 유지가 되었고

형부를 향한 언니의 바가지는, 때론 도를 넘기도 하여

나를 무척 난처하게도 하였다.

큰형부는 멋진 분이다.

광화문 네거리의 빌딩을 소유했던 명망있는 부잣집의 아들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승승장구.

큰소리 한번 내는 법이 없고, 늘 온화한 얼굴에, 젠틀하시다.

내가 본 한국인 중엔 제일 키가 큰,

유연한 사고에 항상 여유를 잃지 않는..

국내에선 굴지의 패션업계, 명망있는 회사의 미국 지사장으로 

미국 시작 개척이라는 큰 꿈을 안고서, 일찌기 1970년에 도미했지만,

그 당시의 'made in korea' 패션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아

2년만에 LA사무실을 접어야 했다고..

모든 걸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뉵욕에서 가발 무역업을 하는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LA 에서 New York 까지 자동차 횡단을 하여, 

Newark 의 흑인들을 상대로 언니는 가발가게를

형부는 패션 스토어를 오픈하였다고..

오픈 하자마자 매상이 오르는 언니의 가게와는 달리,

형부의 가게는 잘하면 현상 유지, 아니면 적자..

참으로 암담하게 보이는 현실임에도

패션업계에서 빛을 보겠다는 비전을 버리지 않으셨던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형부가 일을 냈다.

그로부터 3년 후인가,

말레이지아 왕가의 세력가와 연결이 되어

성공한 패션업계의 한 사람이 되었다.

anne-french 란 브랜드 네임으로 디자이너들을 두고 개발한 아이템이 힛트를 치고

쭉쭉빵빵 모델들을 거느리고 프랑스에서, 스페인에서 패션쇼를 열고..

미국의 큰 도시들에서, 유명 백화점에서 anne-french 옷들이 진열되고..

패션잡지도 발행이 되고..

참으로 인생만사 새옹지마가 아니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