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부터 트레일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주요 화제는 눈 🌨 이었다. 오늘, 화요일(오늘)에 눈이 올 확률이 있기 때문에.
난 어제 Capitol Reef NP, UT 에서 산행중이었다. 트레일은 Navajo Knobs(9.4마일)
이곳에서 앞서가며 뒷서가며 산행을 했던 한명은 작년에 그랜드캐년에 갔을때 4계절을 다 보았다고..뷰포인트를 옮겨 갈때마다 여름, 봄, 가을, 겨울을 하루에 맛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누구는 내일 콜로라도로 가는데 눈이 올 확률이 많아 도로를 걱정. 눈이 오면 산행은 ㅇㅋ, 막힐 도로가 걱정이란다.
누구는 내일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데 그곳은 고지대라 분명 눈이 많이 올거라고 잌싸이팅!!
그럼 난?
일기예보를 보니 Moab 은 비🌧란다. 그것도 하루죙일 온덴다. 이궁...
온도를 보니 오전 기온이 32도..춥고 비오고..초겨울 우중산행 준비를 단디 해야 한다..
오늘 (화욜) 강한 바람소리와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에 잠을 깻다.
시계를 보니 새벽 3:30.
아휴....일기예보가 지대로네...
몰겠다....잠이나 더 자자.
해가 안떠도 밝아야 뭘 움직이지....라며 오늘은 늦잠 잘 생각으로 다시금 꿈나라로~
뭔가 오래 잔 느낌....그리고 조용....밝음.....눈을 떠보니 어라~해가 났네.ㅎㅎ
앗싸~쫌 늦은감은 있었지만 비가 그쳤다는 기쁨으로 다다다다 화장실로 고고~
세수를 하고 수건을 찿아 돌아서는 순간, 누가 굿모닝~그런다.
나도 굿모닝~으로 화답.
근데 그분 세수 보따리에 한국의 정통 오색이 수놓아졌다... "어~안녕하세요, 한국분이시네요~"
반가웠다...몇일만에 보는 한국분.
세크라멘토에서 여기로 친구들과 산행을 오셨다 한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면서 짧게 이런 저런 예기를 후딱 한 후 우리는 서로의 산행을 축복하며 헤어졌다.
얼굴에 대충 썬블락을 찍어 바른 후 근방에 있는 맥도날드로 고고~
Buy one get one 모바일 딜이 있어 한개는 아침으로, 한개는 점심으로 주문하고 향긋한 커피를 받아든다. 그렇게 아침을 먹으며 오늘의 산행지인 Devils Garden으로 차를 움직인다.
트레일헤드에 도착하니 벌써 갔다 온 사람들이 추위에 벌벌 떨며 내려오기 시작.
오늘 아침 기온이 32도 였으니 추울수밖에...
그걸 보니 나도 단디 겨울산행 준비. 다시금 산행기어 확인하고 출발.
그런데 웬걸~갑자기 비가 후두둑 떨 어진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예보를 확인 했을때는 분명 오늘 흐리다고만 했는데...
배낭속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우비를 꺼내 입는다.
그렇게 비를 맞아가며 난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Landscape Arch를 지나고 좀 더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는 Double O Arch를 지나 Difficult 싸인이 붙어있는 Primitive trail에 들어섰다.
보통은 Double O Arch에서 다시 반환을 하는데 나는 Loop 7.2마일 산행을 결정하고 산행을 시작했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길을 선택했다.
그 트레일은 조그맣게 쌓여있는 돌무더기(cairns)가 이정표라 그걸 따라 가면 된다.
갑자기 비가 싸라기로 변하며 내 얼굴을 후려친다. 강풍을 동반한채.
지금 들어선 이 길은 지금까지 올라온 길과는 다르게 엄청난 바윗 덩어리들을 지나가야 하는데.
에고...큰일이다. 그래도 어떻해....지나가야지...조심조심 내려가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며 진행 한다.
순간 싸래기가 잠깐 눈으로 흩날린다.
기쁨의 순간도 잠깐!!
앞에 엄청난 난이도의 바윗길이 있을줄이야.
내가 내려가는 바윗길에 4명의 사람들이 있다.
나보고 엄청나게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난 그게 바로 앞의 깍아지는 듯한 바위를 말한줄....그때는 그렇게 알았다.
누가 두개의 나무를 지랫대 삼아 세워 놓은걸 엉덩이를 미끄러뜨리며 내려갔다..
휴....가슴을 쓰러내밀며 계속 진행 하는데 영~우딘지 다음 돌무더기가 안보인다.
이리저리 찿아 헤메고 있는데 젊은 20대 초반의 커플들이 내려온다.
난 위에서 그걸 내려다 보며 그들이 오길 기다리며 물어본다.
넥스트가 어딘지 알겠냐고...
그들도 모르겠다고...이리저리 움직인다.
맙쏘사!!!!내 머리 한참 위로,, 눈을 한참 치켜 뜨어야 볼 수 있는 위치에 그 돌무더기 이정표가 있었다.
그 바위를 타고 올라 가야 하는것.
그래서 자연스레 난 그들과 동행이 되었다.
우리 셋 외엔 주위에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 산을 오르고 나니, 오.마이.갓!!! 첩첩산중!!
낭떠러지 내리막 길이 45도로 있고 그 걸 옆으로 타고 내려 가야 하는 것.
남자애가 먼저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아슬하게 내려간다.
그 뒤로 여장애가 똑같이 벽에 몸을 바짝 붙이며 내려 가는 찰나 미끄러지자마자 재빨리 중심을 잡고 내려간다...휴우.....가슴이 떨린다....
이제 내 차례...
두 눈을 질끈 감고....아니 두눈을 부룹뜨고 내려가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눈이 와 이미 바위가 온통 물로 범벅...
그냥 마른 상태였으면 나도 새 등산화의 위력을 믿고 지나갈텐데 이건 아니다....
새등산화도 진흙이 묻어 있어 미끄러웠다.
기브업!!
눈물을 머금고 패잔병의 기분으로 난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오던 길로 back.
근데 아까 지나온 2개의 지랫대 나무를 다시 밟고 올라가야 하는데, 아고...아무도 주위에 없다. 고립이다.
눈 오는 산에서 죽을수는 없지 않나....
살짝 삐죽이 나온 바윗 틈새를 죽을똥 살똥 붙잡고 기어올라왔다...
그리고 몇발자국 움직이니 남자애 한명이 내려온다.
나도 아까 그 4명의 사람들처럼 그에게 예기한다.
어엄청~ 미끄럽다고.
그렇게 허탈하게 더블 오 아치까지 올라가니 아까 그 네명이 거기에 있다.
나를 보더니 그 중 한명이 "너무 미끄러웠지?" 라며 말을 건넨다.
꼭 그 표정이 See I told you!!
너도 못할 줄 알았어....딱 그 표정이다.
난 그렇게 자연 앞에 겸손하라는 메시지를 오늘도 받았다.
깝죽대지 말라고...
그리고 내 2021년도 첫눈은 Moab 에서 이랬지~하며 기억할거다.🤣
*룰루는 현재 (10/5 -10/19, 2021) 서부에서 차박을 하면서 쏠로 산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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