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 9일간의 JMT(John Muir Trail) 을 하기 위해 난 써든 캘리에서 8월 24일부터 9월5일까지 있었다.
고작 13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내가 사는 버지니아에서의 평범한 일상의 연속인 13일하고는 너무나 다른 여러 가지 만남을 하고 왔다.
엘에이에 도착한 첫 날, 난 미씨를 통하여 만난 C 언니를 젤 먼저 찿아 뵙고 회포를 풀었다.
지난 1월, 캘리에 눈이 엄청 왔단 소식을 듣고 눈 덮힌 요세미티 에서의 산행과 장엄한 Sierra Nevada에서의 눈 산행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광활한 벌판에서의 온천욕을 하기 위해 짐을 꾸려 떠난다는 내 글을 보신 후 C언니는 길 위에서 2주간 떠돌 나를 위해 안식처를 제공해 주셨던 눈물 나도록 고마운 분이셨다.
그리곤 항상 어미새의 심정으로 날 바라봐 주신다. 댓글엔 심장이 없어도 그 뜨거운 심장의 고동이 나에겐 느껴진다.
이번에도 정성 가득 담긴 고추장 볶음을 해주시고 혹시 모르니 효능 좋은 소염제가 들어있는 파스를 건네 주신다..
이렇게 나는 C언니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8천피트에 Whitney Portal Campground로 향했다.
윗트니 포털에서의 둘째날, 나는 앞으로 계속되는 만천피트 이상의 고산에 적응을 하기 위해 만피트에 있는 Lone Pine Lake트레일로 접어들었다.
그리곤 얼마 후에 앞에서 한국말이 들리기 시작 한다.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곳에서 한국분을 보니 반갑다.
3명의 일행에게 인사하며 버지니아에서 왔다 하니, 자기들은 엘에이에서 온 “언저리 산악회 회원” 이시란다.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이렇게 돌아온 것이다.
가다가 힘들면 언저리에서 되돌아 오신단다. 푸하하~
그러면서 좀만 더 올라가면 “중턱 산악회 회원들”을 볼거라고..
자기들보다 쫌 더 잘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이런 유머러스한 분들 덕에 한바탕 웃고 난 후, 9천피트쯤에서 내 심장이 고산증으로 인해 벌렁거릴때쯤 중턱 산악회 회원들을 만났다.
언저리 산악회 회원 분들이 예기해줬다 하며 아는체를 하니 그 분들도 반가워 하신다.
그분들도 고산증으로 인해 속도를 낼 수 없어 우리는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자연스레 동행이 되었다.
그러다 한 분이 버지니아에선 무슨일을 하냐고 물으신다.
앗,,,내가 백수로 보이질 않고 커리어 우먼으로 보이나…이런 생각을 하며 뭐,,한번 보고 안 만날 사이인데 숨길 이유가 뭐 있어…하면서 내 직업을 예기했다.
그랬더니 관심을 가지시고 좀 더 디테일 하게 물으신다…이번엔 쫌 더 당황스러웠지만 뭐 또 사기치는 일하는 것도 아니라 못해줄 이유가 없어서 30여년전 나도 엘에이에서 살았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예기들을 했다.
나중에 유추해 보니 내가 자기 와이프와 같은 전공을 한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어떻게 내 은사님 성함까지 예기하게 되었다.
순간,,그분이 갑자기 내 뒤를 돌아다 보시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뜨신다. “ 000이가 내 와이프예요….”
난 순간 그분보다 더 크게 눈을 치켜 뜨고 “오 마이 굿뉴스”
갑자기 우리는 3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지나간 예기들을 토해내었다.
그렇게 론파인 호수까지 걸어간 우리는 내가 백패킹을 마치고 엘에이에 도착하게 되면 만나자고 하면서 전번을 교환하였다.
나와 내 친구는 호수에서 즐길 거라고 점심을 싸 왔는데 그분들은 중턱 산악회답게 중턱까지만 하고 내려갈 생각으로 오셨기에 먹을게 없어 바로 내려가셔야 해서 우리는 거기에서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했다.
점심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맘문을 열지않고 그냥 대강 예기했다면 우리 은사님 소식을 우찌 들었겠는가…
아마도 여행이 주는 느긋함과 관대함으로 남을 대하다보니 이런말 저런말을 할 수 있었고 또한 서로가 고산증 때문에 천천히 발걸음을 떼며 목적지까지 가야만 하는 서로의 공동체적인 목적 때문에 이런 대화가 가능했지 싶다.
고산증으로 인해 식욕이 저하된 나는 살기 위해 복숭아만 겨우 하날 먹고 내려갈 차비를 했다.
몇 발자국 안 떼었는데 갑자기 큰 빗방울이 뚜욱 떨어진다.
친구왈, 오늘 2시 30분경 떤더스톰이 한차례 지나갈 거라고 윗트니에서 내려오던 한 하이커가 말해줬다고… 아마도 그 하이커는 인공위성과 교신되는 전자기기를 가진게 틀림없다.
우리는 그날 아침, 밤새 두통을 동반한 내 고산증으로 인해 20여분간을 구불거리는 산길을 운전을 해 내려가 동네 유일의 맥다날에서 아침을 먹으며 오늘의 일기를 확인 했었을 때에는 오늘 비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우비나 우산을 준비할 생각도 못했다. 너무 멀쩡한 하늘이였었다.
만사천피트가 넘는 높은 산을 끼고 있었는지 예상보다 한 시간 먼저 내리는 빗방울의 크기가 심상치 않아 우리는 피할곳을 찿아 주위를 돌아본다.
마침 고목이 한 그루 호수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우린 그 밑으로 기어 들어가 몸을 나무 모양에 맞춰 구겨 넣었다.
곧 장대비가 쏱아져 내린다…얼마후에 그것은 우박을 동반한 비로 변하고 없었던 강줄기를 만들어 내며 급류가 흐르면서 갑자기 주위가 폭우로 인해 풍경이 바뀌기 시작 했다.
친구의 시계에선 지금 60도라고 적혀 있는데 더 높은 하늘엔 더 추웠는지 때아닌 여름철에 우박이 내린다. 산밑 동네는 오늘 95도인데...
우린 그렇게 웅크린 채로 한시간 이상을 버티며 우리보다 좀 일찍 내려간 중턱산학회 회원들을 걱정했다.
이 곳 트레일은 몸을 숨길만한 곳이 하나도 없는 트레일이라 분명 우박을 동반한 이 비를 쫄딱 맞고 내려갈텐데…라며.
아니나 달라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니 차를 타려고 차 문을 열어야 하는데 손이 곱아 차 문을 제대로 못 열을 정도로 온몸이 얼어 있었다고….그나마 내려가는 길이라 차에 빨리 타 히터를 틀 생각으로 버티셨다고..
그렇게 한시간 이상 비를 퍼붓더니 구름이 서서히 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비가 그쳤다.
저린 다리를 부여잡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우린 낄낄거린다.
아무일 없이 비를 피했다는 안도감으로.
우리를 지켜준 고목에게 오늘 내 생명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우린 그곳을 떳다.
자리를 뜬지 5분도 채 안되어 100여미터 앞쪽에 두 남녀가 있는데 여자가 옷을 갈아 입고 있고 남자가 도와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30대 정도로 보였다.
브라만 남겨놓고 다 벗는 모습을 보면서 다가가니 여자가 울고 있다.
“와쓰롱 위드 유!!”
“아임 베리 콜드…흐흐흑…”
따악 보아하니 한시간 넘게 퍼부운 그 우박을 쫄딱 맞고 올라온 게 분명하다.
그냥 두면 저체온증에 걸릴게 분명한 게 여자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고 입술이 검푸르게 변해있고 핫팬츠와 브라만 걸친 몸이 이미 닭살이 왕닭살로 변해 온몸이 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런데다 몸이 추우니 불안감이 엄습할 수 밖에 없어 따뜻한 말 한마디에 더 막 운다..
젖은 옷을 다 벗기고 브라만 남긴 이 여자에게 남자는 자기가 걸치고 있던 바람막이 잠바를 입히려고 하던 참이었다.
아마도 가지고 있던 옷 중 그래도 안 젖었다고 생각한 옷이라 그러는 거 같았다.
"오,,노!!!!!잠깐만요!!!!"
만져보니 바람막이 잠바는 이미 그 남자가 한 시간 이상 비를 맞는데 사용한 터라 잠바 안에도 물기가 살짝 베어 있는 상태였다.
이거 안되요….맨살에 바로 입히면 저체온증에 걸려요..라면서 난 내가 입고 있었던 플리스 소재의 따뜻한 옷을 재빠르게 벗어 그녀에게 입혔다.
다 젖은 그녀의 모자를 벗기고 플리스 옷에 붙은 후드를 쒸운 후에 그 남자의 잠바를 덧 입히고 빠르게 그녀의 젖은 다리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었다.
그런 후에 지금 이 시점에선 빨리 고도를 낮춰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움직여야 산다고…. 어서 내려가자고 하면서 따라 내려 오라고했다.
30여분 내려가니 그녀의 입술이 정상적인 색깔로 돌아오고 있었다.
“ 당신 살아 났군요!!ㅎㅎ”
가지고 있던 에너지바를 건네었다.
이젠 먹어야 산다고….그녀는 착한 아기처럼 말을 잘 들었다.
어느덧 윗트니 포털의 트레일 헤드에 들어섰다.
그녀는 미소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과 피로감이 엄습한 얼굴로 “ 유 세이브드 마이 라이프” 라 말한다.
너무 고맙다고…..
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길을 떠나면 항상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생겨난다.
이번 윗트니에서의 산행에서도 올라갈때는 끊어졌던 인연을 이어 냈고,내려갈때는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추억을 만들어 낸 인연을….
쓰다보니 예기가 길어져서 두편으로 나눠야겠다.
담 예기는 JMT에서의 인연 예기로.
To Be Continued...🤗
8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