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트리에스테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쓰는 후기 입니다. 20년만에 베니스 다시 왔네요. 딱 20년 전,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일때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왔었어요. 그때는 아침에 기차 타고 와서 후다닥 둘러 보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 했던 도장찍기식 여행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가난하고 무엇보다 패기도 없었던 소심한 배낭여행자였죠. 예산도 빠듯했지만 그나마 있는 돈도 쓸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이번에 우연히 유럽을 오게 되어 베네치아를 여정에 끼어 넣으면서 그때의 그 궁상스러웠던 기억을 상쇄하리라 마음을 먹고 열심히 사전 조사도 하고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하필 딱 20년 만에 다시 오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삼박사일 베니스를 아주 충만히 느끼고 온 것 같아요. 혹시 다음에 가실 분들을 위해서 몇 가지 기록 해 봅니다

1. 항공 - 베니스 인 비엔나 아웃으로 에어캐나다 통해서 들어왔어요. 영화 한편 보고 한숨 자고 나니 도착할 때가 됐더라구요. 한국 갈 때 밥 먹고 영화 두어 편 보고 잠까지 자고 일어나도 도착까지 아직도 5-6 시간이나 남아서 절망스러웠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특히 이쪽은 동부다 보니 유럽이 더 가깝네요 새삼 유럽이 친정인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
베니스 공항에 아침 9시에 도착 후 공항 빠져 나오고 베니스까지 이동하고 수상버스 타고 숙소까지 이동 하니 딱 12 시었어요. 다행히 일찍 체크인을 하게 해줘서 저희는 바로 리도 섬으로 향했어요. 숙소 체크인 해서 씻고 쉬다 보면 그날은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리도섬에 가서 저녁 무렵까지 해변에서 놀았습니다. 리도 섬에 퍼블릭비치가 있는데 파라솔 대여 하는데 십 불이에요. 집에서 챙겨 간 스카프 겸 비치타운 깔고 대여한 파라솔 놓고 잘 놀았습니다. 리도 섬에서 저 멀리 돌로미티가 어렴풋이 보이더라고요. 날씨 좋은 날이면 더 선명하게 보일것 같았어요. 그리고 리도 섬에서 베네치아 쪽으로 일몰이 장관일것 같았는데 우리는 시간이 안맞아서 못봤습니다.

2. 날씨와 옷차림 - 제가 머무는 동안 기온이 80° 때 후반이었어요. 제가 도착하기 바로 며칠 전까지 기온이 90° 이상이었는데 살짝 한풀 꺽인 후에 도착했어요. 그래도 햇볕 은 아주 뜨겁고 습한데 또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해져서 참을 만하더라구요.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꽤 선선하고 좁은 골목 사이 사이로 바람이 꽤 잘 통해요. 건물 안에서도 에어컨을 틀어도 아주 약하게 틀어놓거나 많이 안 틀어 놓는 경우도 흔했고요. 신기한 건 견딜만 했어요.

옷차림은 여자들은 거의 7-80% 가 원피스 차림이에요. 정말 온갖 디자인의 원피스는 다 본거 같아요. 그냥 민소매 탑도 많이 입고다니구요. 저도 평소에 끈으로만 된 원피스는 민망해서 잘 못 입고 다니는데 베니스에서 원없이 입어봤습니다. 원피스 더 많이 안 가져 온 거 후회했어요.

3. 숙소 - 작년 이맘때였나 미씨에 올라온 베네치아 관련 글 중에 어떤 분이 베니스에서는 꼭 숙박을 하셔라 라는 글을 읽어 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베네치안에서 숙박을 하려고 결심을 했죠.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낮에 밀물처럼 밀려와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관광객으로 베니스를 본 것과 베니스에서 숙박을 하면서 아침 일찍 쓰레기 수거하는 소리 사람들이 골목에서 서로 인사하는 소리(골목이 좁아 다 다들림)등을 듣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저녁에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에 살짝 한산한 베니스의 모습을 지켜 보는 것도 좋았구요. 숙소는 부킹.com을 통해서 살루트 성당 바로 뒷 골목에 있는 방두개짜리 아파트를 구했어요. 하루에 250불 살짝 안 됐던 거 같아요. 아주 깔끔하고 위치도 좋고 무엇보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구나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호텔로 가시는 분들은 조식 포함 여부에 연연 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골목 마다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 에서 아침에 다들 커피하고 크로와상을 팔거든요. 카푸치노 한잔에 보통 2유로 크로와상 하나에 보통 4유로 정도 해요. 이태리에서는 아침에 크로와상 의 커피를 드셔 보세요. 주문하신후 바에 서서 후다닥 드시고 가시면 됩니다. 커피는 정말 최고입니다.

4. 음식 - 베네치아에서 먹은 음식이 하나하나 다 맛있었습니다. 간이 상대적으로 조금 세긴 한데 그래도 저 남쪽 나폴리나 로마 보다는 나았습니다. 해산물 많이 들어간 파스타 나 샐러드는 워낙 많이들 아실테고 이번에 이태리 관련 YouTube들을 많이 보면서 치케티와 스프리츠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치케티는 스페인의 타파스와도 비슷하게 얇게 자른 바게트 빵 위에각종 고명들을 얹은 건데요 지나다니시다 보시면 파는 곳들이 엄청 많아요. 스프리츠는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 같은건데 사람들이 와인잔에 주황색 음료를 마시고 있음 그거에요. 스프리치 한 잔 의 치케티를 서너개 사서 먹으면 대략 10유로 이외로 아주 훌륭한 한끼 요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트볼 튀긴 것도 맛있었구요. 꼭 드셔 보세요.

이태리에서는 굳이 맛집을 찾아 내는 게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완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만 아니면 그냥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맛집 찾아 다니는데 너무 에너지 소비하지 마시고 대략 이태리 베네치아에서 꼭 먹어야 되는 메뉴들만 미리 공부 하신 다음에 아무데나 가서 드시면 되실 것 같아요. 식사후 디저트와 에스프레소한잔도 꼭 드시고요. 음식값이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졌어요. 팁을 안줘도 되어서 그런지 몰라더요.

5. 그냥 걸어다녀라- 다행히 저와 남편이 모두 저희는 박물관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구요. 저희는 어느 도시를 가도 대략 지도를 머릿속에 넣어논 다음에 무작정 걸어다니니거든요. 베네치아는 정말 그런 면에서 최적의 도시였습니다. 코너만 돌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들. 한 사람도 지나 가기 힘든 좁은 골목들 사이 사이에 펼쳐진 삶의 풍경들 바라 보는 거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매일 하루에 이만불씩 찍었네요. 그리고 박물관에 가실 거면 오디오 가이드투어 하시는 거 추천해요. 그냥 들어가서 수박 겉핥기로만 보고 오는 거 보다는 딱 한군데를 가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오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6. 비엔날레 - 다행히 저희가 체류 하는 동안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었어요. 걸어 다니다 보면 곳곳에 비엔날레 전시 안내 표지판 있는데 무료 전시회도 아주 많았어요. 한국 작가들이 모여서 전시 하는 것도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가서 보고 왔어요. 운이 좋았네요.

7. 쇼핑 - 이번에 막스마라를 구입 하고자 마음을 먹고 왔어요. 그런데 롱코트는 아닌거 같고, 시내에 있는 막스마라 매장에 갔다가 아주 얇은 간절기 자켓 하나 하고 캐시미어 반코트 하나를 각각 300 유로 조금 넘게 주고 구입했어요. S 막스마라라고 아마 브랜드 세컨드 라인인거 같은 데 기본 20% 할인해 면세 해택까지 받아서 두개 같이 해서 육 백불 대 후반에 구입했어요. 여권 안들고다니셔도 되고 여권카피만 핸드폰에 들고다니시면서 보여 주셔도 된다고 하네요

9. 오기전에 유명한 이태리가 가이드이신 임성일 님 YouTube 보며 공부많이 했고요 또 부오나세바님 YouTube도 많이 도움이 됐어요. 알레르토것도 봤고요. YouTube 보면서 레스토랑 예절 이라든지 현지 에테켓등을 공부를 하고 왔더니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20년 전에는 없었던 YouTube 덕인지 아니면 그 사이에 나란 사람이 40대 중반이 되어 삶의 여유과 여행 내공이 쌓인 덕분인지 이번에는 초라 했던 20대 때 내 모습과는 달리 한결 베니스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남편하고 20년 후에 한번 더 오자고 약속 했네요. 그런데 아마 그 전에 다시 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니스 가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셨스면 합니다.

저는 지금 슬로베니아 보벡이라는 곳에 와있어요. 알프스라고 하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만 생각하시는데 이곳이 알프스 동쪽 끝 자락이라 이쪽에서도 알프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기 오느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다 있는데 동양인은 저 하나네요. 내일은 알프스 계곡으로 래프팅 하러 갑니다. 슬로베니아 후기도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