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만 그런가요? 미국이 워낙 크니까 다른 지역은 장담 못하지만 제가 사는곳에서는 ‘캐비넷은 Amish가 만든게 최고지~’ 라고들 합니다.
말과 마차를 이용한 교통수단, 전기불대신 촛불을 사용하고, 핸드폰 컴퓨터 등의 현대적인 문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Amish(기독교 공동체 중 하나)들은 농업을 주로 하는것 같지만, 나무로 만드는 가구로도 꽤 유명하답니다.
그들이 만든 나무가구가 왜 유명한가? 하면,
하나, 일단 자제가 다릅니다. 나무 찌꺼기를 쪄서 만든 MDF가 아닌 solid wood를 주로 쓰고, 혹시 합판을 써야할 경우엔 습기에 강한 나무 심이 들어간 합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감, 견고함이 다르고요,
둘, 사이즈에 꼭 맞는 맞춤제작을 합니다. 캐비넷의 경우, 기성제품이라면 꼭 써야할 spacer를 쓰지 않으니 완성도가 높고요,
셋, 장인정신이 있습니다. 완성도를 위해 모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주 100점 만점에 100점 제품입니다.
저희부부도 그동안 IKEA 캐비넷이나 아저씨들이 어디선가?? 싸게 가져오는 제품만 받아 쓰다가, 한번쯤은 Amish 캐비넷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침, 저희 집에서 20~30분 거리에 Amish Cabinetry 쇼룸이 있어서 상담을 하러 갔었는데..
와~~ 정말 예쁘긴 정말 예쁘더라구요. 가격 높은거 빼고는 뭐 하나 마음에 안드는 점이 없었어요.
특히, Inset Cabinet의 정교함이란~~
한 눈에 반하지 않을수 없었어요.
제가 반한 인셋캐비넷은, 아래 사진처럼 문짝(door)이 캐비넷 프레임 안쪽으로 꼭 맞게 들어가 있는 모습인데요,
옆에서 봤을때 튀어나온 부분없이 매끈하게 연결되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인셋 캐비넷과 함께 또 고민되었던건 Full Overlay였는데요,
이건 문과 문 사이, 장과 장 사이에 프레임이 보이지 않도록 문짝으로 가린 모습입니다. 이것도 참 깔끔합니다.
참고로 Partial overlay는, 앞에서 봤을때 문(door)이 캐비넷 프레임을 ½ 인치 정도만 살짝 덮어주는 스타일입니다.
때문에 문과 문 사이에 프레임(캐비넷 뼈대)이 보이지요?
일단, 인셋을 마음에 두고, 다른곳들과 견적을 비교해보려고 홈디포, 메나드, 로이스도 들러봤습니다. 아미쉬 캐비넷보다 약 20~30%정도 쌌지만, 품질이 계속 고민이었어요. 이미 높아진 눈을 낮추는게 쉽지 않아서ㅠㅠ 발품만 팔고 다니는 저희를 보던 지인이 훅 던진 말,
“그러지 말고, 일리노이나 인디애나에 Amish들이 모여사는 Amish마을이 있다던데 거기 한번 가보던가. 장인을 찾아서 맞장을 떠. 직접 딜을 해보면 혹시 알아? 차 떼고, 포 떼고 싼 가격에 해줄 수 있을지?”라는 말을 흘리듯 밷었습니다.
가끔 누군가 힘 빼고 던지는 말이 정답이 될때가 있죠?
'그래, 싸게 할 방법이 있는지 한번 가서 물어나 보자'
찾아보니 저희집에서 3시간 거리에 Arthur라는 동네가 있더라구요.
구글을 한참 서치하니까 전화번호와 (운영을 하지 않는)웹사이트가 있는 업체를 5군데 정도 찾을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전화..
전화 참 안받더라구요. 정말로 전화를 사용안하는 민족인가 ㅠㅠ
왕복 6시간 거리를 그냥 옆 집가듯 출발할수는 없어서, 수십번의 시도끝에 간신히 가게 두 곳과 예약을 잡고 출발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서 처음 본 건 풍경은 시간을 거스른 듯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ㅎㅎ
거기까지 발품을 판 결과,
-보통 인셋 > 전체 오버레이 > 부분 오버레이 디자인으로 가격순인데, 플랭크 아저씨가 Inset을 Full overlay와 똑같이 받으신다길래 거기서 가격 낮췄고,
-캐비넷 몸통은 solid wood로 했지만, 문은 좀 저렴하게 solid wood 판대기에 쉐이커부분만 합판을 쓴 혼합형으로 해서 가격을 확 낮췄고,
-안쪽서랍도 solid wood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단단한 MDF로 만들수 있다길래 그걸로 가격 낮췄습니다. 실제 눈으로 보시거나 만져보시면 solid wood라고 생각되는 퀄리티 입니다.
결론적으로 동네 아미쉬 캐비넷 매장에서 받았던 견적보다 30%이상 저렴하게(홈디포, IKEA보다 더 싸게) 캐비넷을 할 수 있었어요.
색깔은 원하는 그 어떤 색도 다 맞춰준다고 하셔서 Sherwin Williams의 Chantilly Lace로 해달라고 했습니다.**해결된 오해들**
Q. 전화 연결이 너무 안되던데? 아미쉬라 전화를 안쓰는거니?
A. 모든 아미쉬가 TV에 나오는 것처럼 촛불 키고 자급자족 농사지어 사는거 아니야. 종파에 따라 달라. 우리 종파는 전화기 사용가능해. 스팸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안받을뿐이야. 핸드폰으로 전화하렴.
Q. 전기는 쓰니? 일일이 사람손으로 톱질하는거면 시간이 엄청 걸릴까봐 걱정돼.
A. 시작 톱질부터 마무리 페인트 스프레이까지 다 전기사용한단다.
Q. 웹사이트가 제대로 된게 없어서 문의가 힘들었어. 외지인들이 좀 더 접근하기 편하면 좋을텐데..
A. 주문 들어오는 물량도 소화를 못해서 광고를 일부러 안하고 있어. 온 동네에 일이 넘쳐나 ㅜㅜ
직접 겪어보니, 얼마나 열심히 일하시던지… 감사하고 기분좋은 작업이었습니다.
좋은 품질의 캐비넷을 저렴한 가격에 가지고 싶으신 분들께 '이렇게 직접 공방을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라는걸 알려드려요~~~
가셔서 "내 버젯은 이런데, 이 부분 저 부분을 조절해서 맞취봐 줄 수 있을까?" 물어보시는거.
역시 발품을 팔면 발품 파는만큼 얻는게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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