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실통실 귀여운 손자의 사진을 보냈더니 옛 친구가 ‘바보 할머니’ 그룹에 나를 끼워줬다. 그 명칭이 명예의 훈장처럼 들리고 나를 엄마에서 할머니로 승격시켜준 아기를 보며 행복하니 진실로 바보 할머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100일을 축하하러 남편과 히죽히죽 웃으면서 워싱턴 DC로 왔다. 갓난아기의 인상을 벗어난 손자는 또릿한 시선으로 벌써 낯가림을 한다. 안고 달래도 울더니 제 엄마가 안으니 울음을 뚝 그쳤다. 우리를 낯설어하는 손자와 사귀려고 며칠 가까이서 눈을 맞추니 옹알이며 연신 웃음을 흘려서 우리 부부는 완전히 손자에게 마음을 잡혔다.

아기를 안고 책을 읽어주면 스토리를 따르는듯 가만히 듣는다. 매일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영향이다. 손자는 도서관에서 우편으로 보낸 동화책을 한권 받았다. 앞으로 매달 한권씩 5세가 될때까지 총 60권의 책을 선물 받는다. 컨트리 가수 둘리 패턴이 아이에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1995년 테네시에서 시작한 ‘상상의 도서관’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면서 2000년 미 전역과 캐나다, 영국과 호주까지 봉사지역을 확장했다. 현재 워싱턴 DC 를 포함한 1600 지역 백만명의 아이들이 매달 책을 받는다. 벌써 8천만권이 넘는 책을 아이들에게 선물한 그녀가 부르는 “I believe in you”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손자에게 도움을 주는 그녀의 사회 기여에 감탄한다.

그리고 딸이 아기를 키우는 자세가 자랑스럽다. 군인으로 복무하며 출산휴가를 30일 가졌던 나는 갓난아기와 적응하며 아기의 인성개발보다 출근하면 돌봐줄 환경 마련에 급급했다. 출산휴가를 5개월 준비한 딸은 모유 수유하며 아기의 인성교육에 세밀한 신경을 쓴다. 가능한 많은 새로운 세계로 아기를 안내해서 시야를 넓히고 원만한 대인관계의 기반을 마련한다.

덕분에 남편과 매일 딸과 손자의 스케줄을 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아이들의 댄스파티는 재밌다. 대부분 1-3 세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중앙에 모여서 둘러앉은 보호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더러는 음악에 맞춰서 딸랑이를 흔들며 앙증스럽게 몸을 흔들었고 더러는 천방지축 소란을 피웠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나의 손자는 엄마와 함께 팔을 오르내리며 따라했다. 음악이 끝나니 아이들이 쪼르륵 차례대로 손에 쥐었던 장난감을 박스에 넣는 것이 신통했다. 사회생활의 적응력을 배운다는 딸의 설명이 맞았다. 재롱을 피우던 아이들과 ‘굳바이’ 노래를 부르고 헤어졌다.

스토리타임에서는 1-2 세 아기들이 모여서 기거나 뛰었지만 손자는 엄마의 무릎에 앉았다. 나이 지긋한 사서 할머니가 테이블에 진열된 가을의 과일 사과를 주제로 가진 책들을 소개하고 그중 몇 권을 읽어줬다. 애플파이를 만드는 동화책을 읽다가 쉬운 리듬의 동요를 부르며 아기들의 눈높이에서 과일나무를 설명하는 동안 법석을 피우던 아기들은 보호자들이 줄곧 따라 다녔다. 그날 스토리타임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제과점에 가서 애플파이를 먹었다.  

국회의사당 서쪽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온실인 국립 식물원은 아기들에게 지구 환경에 서식하는 식물을 소개한다. 포대기에 아기를 안은 엄마들이 안내자를 따라 식물원을 돌면서 세상 곳곳의 희귀한 꽃과 식물을 소개받는 동안 엄마의 가슴에 안긴 대부분 아기들은 우습게도 열심히 잤다. 마침 정원뜰에서 가진 쿠킹쇼의 테마도 가을이다. 사과와 배로 샐러드와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과 맛을 본 후에 온실을 나서 옆에 있던 내셔널 가든과 바톨디 공원도 찾아 늦여름의 여유를 즐겼다.

손자의 요가 클래스는 조지아주에서 온 작은딸과 사위까지 우르르 몰려갔다. 아기 하나에 어른 다섯이 극성을 피우고 따라가서 엄마와 아기가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음을 목격했다. 둥글게 자리잡은 요가 매트에 누운 아기들 중에 우는 아기도 있고 기저귀를 갈고 또 젖을 먹이는 엄마들이 있어도 아기가 부모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정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은 맑고 큰 눈동자로 엄마를 따르며 옹알거리던 손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요즈음 손자와 공원과 조지타운의 강변 산책로를 걷거나 아름다운 동요와 동화를 함께 들으면서 동심을 즐긴다. 오늘은 손주의 축복을 주십사 기도를 드린 성전에서 사랑하는 아기의 손을 잡고 미사를 봤다. 무릎 꿇고 감사기도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