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으면 영어로

미국 살면서 열받을 때 중의 하나는요, 내잘못이 아니라 지네 잘못 때문에 내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거에요. 아니 그거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지도 나도 사람이니까 다 실수 하는거죠. 아니 근데 잘못한 주제에 왜 그리 뻣뻣하답니까? 사과를 안해요 사과를.  그럼 우리는 그냥 꾹참고 가야만 하나요? 가도 되긴 되는데 기분이 영 그렇잖아요. 내가 영어만 잘했으면……당장 따졌을텐데…..그렇게 돌아서는 분들 너무 많으시죠? 오랜만에 영어로 따지는 얘기 좀 해봅시다.

바로 어제 제게 일어난 일에요. 바나나 옷가게에 갔는데 미친 세일을 하길래 제가 여러개를 들고 돌아 다니는데도 점원들이 하나도 도와주질 않더라구요. 보통은 fitting room이 필요하냐고 물으면서 고른 옷을 갖다 놔 주잖아요. 그런데 제기분이었는지 점원들이 여럿이었는데도 특정 고객만 신경 써주는 인상을 받았지요….백인들만. 모 아닐꺼라고 믿으면서 계산 하려고 줄을 섰는데 checkout직원이 저더러 줄을 잘못 섰으니 저~뒤로 가라네요. 그래서 갔지요 모. 그런데 바로 조금 후에 백인 남자가 제가 서 있던 자리에 ‘잘못’줄을 섰는데도 그걸 그냥 받아주더라구요. 저는 저~뒤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죠.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지만 모 그런일 있을수 있으니까, 사람들도 많았고 해서  교양있는 내가 참아야지 어쩌겠나 그러고 그냥 넘어갔어요. 저는 이렇게 한번 두번 세번까지는 참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제가 계산 한 물건 중에서 하나가 빠져 있는거에요. 모 그럴수도 있잖아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내가 산 물건들이 많았으니까 착각했었을수도 있겠지 하면서 그 가게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얘기했지요.

“Hi, I was just there an hour ago and realized one of the items I paid for is missing.

안녕하세요 제가 거기 한시간 전에 갔다 왔는데 보니까 제가 계산한 물건들 중에 하나가 빠져왔네요”

그런데 전화를 받는 이 바나나 직원이 사과도 안하고

“OK, come back with your receipt.”  딱 요렇게만  말하는거에요. 그사람이 나이스 하게 사과만 했어도 제가 아무말 안했지요. 다 그럴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앞서 당한 일까지 다 합쳐져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조용히 하지만 좀 쎄게 따졌네요.

“Hey, listen to me! You should have apologized first. After all, this was not my mistake. While I’m at it, let me tell you something. Do you discriminate against your customers based on race? I was buying lots of stuff and nobody was helping me. They were busy helping white people only. And when I was in line, a woman at the checkout told me I was in the wrong line, so I switched. When a white guy was in the same wrong line, she took him. How do you explain this, huh? I wasn’t gonna say anything, but the attitude at your store was so wrong at so many levels. Now about this missed item you’re saying ‘Come get it’? I live 40 minute drive away each way and because of your mistake I have to waste my time and gas. The least you can do is say sorry and mail it to me, ok?

“이봐요, 사과부터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제잘못이 아니잖아요. 말 나온 김에 이 얘기도 합시다. 인종따라 손님을 차별하나보죠? 제가 물건을 많이 샀는데 아무도 도와주질 않더라구요. 백인들만 도와줍디다. 글고 내가 줄서있는데 계산대에 있던 여자분이 나더러 그게 잘못 선 줄이라는거에요, 그래서 바꾸어섰죠. 근데 백인 남자가 와서 똑같이 줄을잘 못섰는데 그사람은 받아주는거에요. 이걸 어떻게 설명 하실래요? 내가 진짜 아무말도 안하려고 했는데 그쪽 가게 진짜 여러가지 면에서 잘못됬어요. 거기다 빠친거 ‘와서 가져 가라’고요? 나 편도로 40분 운전거리에 사는데 당신네 잘못 때문에 시간낭비 개스낭비 해야 되잖아요. 최소한도로 사과는 하고 우편으로 부쳐줘야 되는거 아닙니까?”

여러분이 베끼고 싶은 표현만 배우시고 ‘나라면 안따졌을텐데’ 하시면 그냥 넘어 가 주세요. 꼭 이렇게 따지시라는게 아니고 저는 이랬다는 경험담이니까요. 사람마다 다 다른 반응을 보일수있겠지요. 영어 때문에 무시 당했다는 느낌보다는 말한마디라도 해보고 기분 나쁜게 날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저의 부끄러운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질문 하신분들을 위한 추가 스토리^^

너무 긴거 같아서 줄여 썼더니 질문들이 많으시네요^^  추가 설명입니다. 한참을 퍼붓다 제가 "You report everything I said to your manager because I don't want to repeat myself. 너 내가 한말 매니저한테 똑똑히 다 전하세요" 했더니 애초에 전화 받은 직원이 "I'm the manager."하더라구요. 전화 받은 태도에 성의만 있었어도 제가 따질려 그런게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앳된 목소리의 젊은 직원이 덤탱이를 쓴거였는데 마침 매니저라니 잘되었다싶었죠. 결국 형식적인 사과 하면서 메일로 부쳐준다 했는데 제가  제 정보를 주다보니 우리집 주소를 공개 하는게 또 꺼림칙해서 그냥 '내가 언제든 직접 가지러 갈테니 모든 직원한테 교육시켜 놓아라'하고 일을 마쳤네요.

근데 따지고 나면 이젠 시원한건 잠깐이고 '캬~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면 안되는데...나는 왜이렇게 덕이 없나?' 하는 한탄이 든다는거 아닙니까? 잘못된 세상을 제가 어찌 고치겠어요? 나도 잘못된 인간이면서...저는 몇년전만 해도 따지는 일 전문인처럼 더 자주 더 잘 따졌었거든요.  제가 불의를 보면 좀 못참는 한마디로 성질이 더러운....면이 있었죠. 우리 남편이 함께 있을 때 제가 따지고 있으면 우리남편이랑 애들은 슬쩍 뒤로 숨고 그랬죠 '엄마 또 시작했다'이러면서. 제주장이 백번 맞는 말이었어도 우리 남편은 "It's not worth it.따질 가치도 없다"는 주의거든요.  요새는 그게 맞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따질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 주는 '여유'를 더 많이 부리는게 나를 위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