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길 가르쳐주기

큰일났다, 나한테 길가르쳐달라네

얼마전에 제가 한국 텔레비젼 방송 중에 본건데요,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영어로 길을 물어보는 장면을 몰래카메라 식으로 찍은거였어요.  주로 영어를 웬만큼 공부 했을만한 젊은 층들이 그 실험대상들이였죠.  영어로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들에 대한 반응들이 가지각각이었는데 한결같이  길을 못 가르쳐 주더라구요.  외국인이 다가와서 뭔가 물어보려고 하니까 그냥 막 도망 가는 사람도 부지기 수 였구요.  외국인이  영어로 하는 말을 한참동안 들으며 그냥  미소만 짓다가  가버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또 어떤 사람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치며“고(Go)! 고! 저쪽 저쪽!” 하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외치는가 하면,  분명한 한국식 발음으로 “스트레이트(Straight)!”하며  걷는 모습을 시범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제일 웃겼던 건 영어가 생각이 안나니까 “아이~ 씨….아~이거 참 미치겠네!” 하더니  외국인에게 한국말로 그냥 막 길을 가르쳐 주던 사람이었어요.

영어로 길을 가르쳐 주는게 왜이리 어려울까요? 다들 어려운 영어 단어들도 진짜 많이 알고 있는데 막상 외국인에게 영어로 말하는 두려움이 이렇게나 큽니다. 단어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영어에 대한 위기감이 문제지요. 영어는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나의 충실한 도구가 되줄수 있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이 위기감을 우리 스스로 일으킨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우선  저쪽으로 직진하세요.

First, go straight that way!

시작부터 차근히 어느쪽으로 가는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That way 면 ‘저쪽으로’고  this way면  ‘이쪽으로’죠. 대화에서 body language가 얼마나 효과적인데요. 나의 부족한 영어를 몸으로 때우며  의사전달만 되면 되는거죠. Straight은 동사가 아니니 문장이 될수가 없어요. 동사 go를 끼워넣어 주셔야죠.

큰 사인이 보일꺼에요.

You’ll see the big sign.

우리말에서는 ‘당신’이라는 말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고 ‘큰사인’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니 마치 이게 영어 문장의 주어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니 주의 하세요.  ‘You will see~이게 보일꺼에요’로 시작되는 이런게 영어적인 표현이고 이게 안되면 콩글리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왼쪽으로도세요.

Then turn left!

turn하면 ‘돌다’는 동사니  왼쪽으로 돌면 turn left, 오른쪽으로 돌면  turn right가 됩니다. 문장의 주어 없이 이렇게 동사로 시작되는 문장은 명령문이라 해서 방법 절차등을 가르쳐 주는 말인데요, 길을 가르쳐 줄 때는 끝에 please라는 안써도 되요.

한 5분거리에요.

It’s about a 5 minute walk.

이렇게 걸리는 시간을 알려주면 듣는 사람은 감이 잡히죠. 여기서 어려운 단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 정말 많지 않습니다. About은 ‘대략적으로’라는 뜻의 부사로 쓰였구요, walk의 l은 발음이 안되는 묵음이니 조심 하세요. 여기서 5 minute을  복수 minutes로 쓰지 않는 이유는 거리를 나타내는 한 단위로 쓰여서 그러니 이런 사소한 문법에 집착하지 마셔요.

바로 거기 있어요.

It’s right there.

It은 여기서 뭐가 됬던지 간에 상대방이 찾는 ‘그것’이 되겠구요, right은 형용사로 쓰이면 ‘오른쪽의’가 되지만 여기서는 부사로 ‘바로’라는 뜻으로 거기 있다는 것을 강조 하는 의미가 되죠. 여기까지 말하면 길 다 가르쳐 준거죠.

거기 가서 다시 물어보세요.

You can ask over there again.

솔직히 한국의 길거리는 복잡해서 어디든 찾기가 쉽지는 않아요.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또 다시 오른쪽…듣는 사람도  다 기억 할 수도 없고 헷갈리니 대략적인 방향을 가르쳐 준뒤 ‘거기까지 가서는 다른 사람에게 다시 길을 물어봐라’는 뜻으로 이렇게 말해주세요. Over there하면 go라는 동사 없이도  ‘거기 가서’나 ‘저쪽에 가서’라는 뜻이 됩니다.

미안하지만 저도 모르겠는데요.

I’m sorry, but I don’t know.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정말 길을 몰라서 못가르쳐 줄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렇게라도 나이스 하게 한마디 해주세요. 그냥 휙 지나가는 것보다 백번 낫지요. 이런말도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닙니다. 영어도 좀 되고 매너 좋은 나이스한 사람만이 할수 있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