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 추모와 생존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미사가 5일 오후 5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1층 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미사에는 희생자 유연주, 신혜진씨 등의 유가족과 친지, 수도자, 천주교 신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모 미사의 주례는 상지종 신부(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가 맡았으며, 전국 교구와 수도회 소속 사제 18명이 공동 집전했다.

미사를 주례한 상 신부는 “오늘 미사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이 모였다”면서 “사람같지 않은 이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유가족들이 위로 받고, 생존자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로사제 함세웅 신부는 강론을 통해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고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기획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면서 “경찰청장,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은 물러나고, 대통령도 궁극적 책임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이어 “언론은 은폐와 혐오 조작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공범자”라면서 “우리 시대의 위험한 신호를 알리고 악의 카르텔을 뿌리 뽑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미사 말미에 유족 대표로 인사를 한 고 유연주씨 언니 유정씨는 “동생을 보내고 100일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렵게 차린 시청 분향소를 서울시와 경찰들이 해체하려고 하니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연대의식을 발휘해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 신혜진씨의 아버지 신정섭씨는 지난해 5월 딸과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수도원 미사를 함께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연대’의 의미를 공감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신씨는 “지난 100일은 고통의 연속이었다”면서 “더 이상 고통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사제와 수도자, 유가족들과 신자들은 미사 후 6시 30분부터 십자가를 앞세우고 정동길과 덕수궁을 거쳐 서울시청 앞 분향소까지 행진해,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