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유튜브에 대해서 부정적 시선을 강하게 내보이는 주류 언론이 대개는 보수언론들인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 사실 혐오, 왜곡, 허위, 정치적 양극화 등 유튜브 저널리즘의 병폐는 다름 아닌 보수 유튜브 채널과 보수언론들의 공모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는 청와대까지 가세하여 삼각 동맹을 맺어 걸핏하면 ‘가짜뉴스’ 타령을 해댄다. 그러한 보수언론들이 유튜브 저널리즘을 가장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 언론의 역사에서 객관 보도의 가면을 쓰고 정파성과 이념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내세웠던 언론이 보수언론들 아니던가.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저널리즘의 소임을 벗어났던 게 자신들 아니던가. 그러면서 유튜브 저널리즘이 건전한 저널리즘이 만든 합리적인 공론장을 파괴하는 주범인 양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포스트 저널리즘 시대의 도래

오히려 주류 언론이 간과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에 주목하고, 공적 토론에 적극적 참여를 주문하며 담론 형성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유튜브 저널리즘이다. 환경 같은 인류의 생존 문제뿐만 아니라 권력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비판은 유튜브 저널리즘에서만 접할 수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다스 소유 문제’라든가 최근에는 ‘청담동 술파티 의혹’이나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같은 권력의 부패문제를 집요하게 문제 제기하는 곳은 유튜브 저널리즘 말고는 없다. 특히 <뉴스타파>, <시민언론 더탐사>, <김어준의 뉴스공장> 같은 진보적인 유튜브 정치 채널들은 개혁적인 저널리즘 실험으로 이미 기성의 언론 문법을 바꿔가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정치적 진영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규범적 시스템을 따르면서도 탐사 보도와 해석적 저널리즘을 병행 추구하고 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독립성과 공공성으로 무장한 이들 유튜브 채널들이 이미 골리앗 같은 주류 언론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저널리즘이라는 양식도 역사적으로 변모를 거듭해온 것이지 지금과 같은 사실주의에 입각한 객관 저널리즘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리 길지 않은 세계 언론사에서 보면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표방한 것은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더 비중 있게 다뤘었던 언론이 때마침 불어닥친 사실주의 예술사조와 과학을 만나면서 사실 보도로 중심을 옮겨 오늘에 이른 것이다. 또한 당시는 자본주의가 한창 발아하던 시기라 뉴스도 차츰 돈벌이 대상이 되었다. 뉴스를 잘 팔리게 하려면 무색무취의 ‘중립적 뉴스’가 제격이었다. 광고의 도입으로 값싼 대중신문 ‘페니 페이퍼’의 등장과 함께 객관주의로 포장된 저널리즘의 ‘사실의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한때는 사실 보도만으로도 진실을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더 위험해지고,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더 이상 사실 정보만으로는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터넷 검색 등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경로는 많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 사고처럼 발생한 사건에 관해 사람들에게 최초로 말을 거는 쪽은 주류 언론이 아니라 사건 현장을 유튜브로 전달하는 시민이나 유튜버들이다. 따라서 이제는 무심한 관찰자 역할의 언론보다 위험을 적극 알리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하는 실천적 언론에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뉴스 공간 안에서 이미 유통된 정보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고, 품질과 가치를 평가하는 2차적 분석과 해석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구나 기성 언론이 객관주의라는 안전지대로 물러나 제구실은커녕 권력과 야합하여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대안적 언론을 찾는 건 당연하다.

미디어 기술의 변화는 인간의 존재 방식, 즉 지각방식을 바꿔놓는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기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들은 또다시 인간의 지각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그것은 분명 주류 언론과는 다른 포스트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으로 진화할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들은 현실에 적극 뛰어들어 시민들과 호흡하며, 이슈의 의미와 맥락 등을 함께 토론하고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나가는 해석적·실천적 저널리즘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